- 2011.2.22. 

아빠 곁에서 빨래를 갠다. 아빠가 하는 일을 하나하나 따라한다. 똑바로 잘 살아야 아이도 똑바로 잘 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 2011.2.21. 

어머니 머리에 핀을 꽂아 주겠다며, 핀통을 어질러 놓고 논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모임 소식지에 넣는 글을 하나 쓰다. 


 함께 읽는 책 1 : 삶을 일구는 결대로 책을 사랑합니다


 첫째 아이를 낳던 지난 2008년에 《티베트 의학의 지혜》(다이쿠바라 야타로 씀,박영 옮김,여강 펴냄,1991)라는 책 하나를 헌책방에서 만났습니다. 두 어버이한테서 사랑으로 받은 목숨을 두 사람이 또 다른 사랑으로 이루려 했던 첫째 아이 목숨이기에, 사람을 돈값으로 헤아리면서 갖은 항생제와 예방주사와 처방전만을 쓰는 병원에서는 아이를 낳고 싶지 않았던 우리 식구한테 이 책은 여러모로 고마웠습니다. 판이 끊어져 헌책방 아니고서는 찾아볼 길이 없는 책이지만, 오래도록 헌책방마실을 즐긴 터라, 반가우면서 고맙게 맞아들였습니다.

 둘째 아이를 낳을 올 2011년을 앞두고 《아기가 온다》(실러 키칭거 씀,강영숙 옮김,하늘출판사 펴냄,1995)라는 책 하나를 또 헌책방에서 만납니다. 첫째 아이를 집에서 낳으려 했으나 끝내 집에서 못 낳고 병원으로 실려 갔으나, 둘째 아이는 집에서 즐겁게 맞이하고 싶어 이 책을 읽습니다. 둘레에서 집에서 아이를 낳으라 하는 사람이 없을 뿐더러, 집에서 아이를 낳으면 끔찍하거나 나쁜 일이라도 일어날 듯 여기는 터라, 할머니한테든 할아버지한테든 도움말을 듣거나 도움을 받기 퍽 어렵습니다. 사람한테서 ‘아이 낳는 슬기’를 귀담아듣기 힘들다면 책을 살피며 ‘아이 낳을 슬기’를 우리 스스로 깨우쳐야 합니다. 비록 책 하나 읽는다고 모든 일을 알뜰히 해낼 수 있지는 않고, 책 하나에는 모든 자리 모든 때를 밝히는 이야기를 담을 수 없지만, 몸으로 부대낀다 하더라도 모든 자리 모든 때를 스스로 빈틈없이 깨닫거나 깨우치지는 않습니다. 내가 미처 살피지 못하거나 돌아보지 못하는 대목을 새삼스레 알아채거나 느끼는 길잡이가 됩니다.

 인터넷에 ‘안전한 예방접종을 위한 모임’이 있습니다. ‘안예모’라고 찾기창에 적어 넣으면 손쉽게 찾아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예방접종이 그저 안전하다고만 여기는 분이 참으로 많은데, 예방접종이란 병이 일어나기 앞서 병원균을 화학조합으로 만들어 사람들 몸에 미리 집어넣는 일입니다. 살아숨쉬는 목숨인 병원균이 아니라 화학조합으로 만드는 죽은 병원균입니다. 오늘날 환경재앙을 걱정하면서 라면이나 과자에 엠에스지를 안 넣는다고 다들 떠들썩하게 밝히지만, 엠에스지는 안 넣으면서 다른 화학조합물은 엄청나게 넣습니다. 아마, 아이 키우는 어버이들은 엠에스지 같은 화학조합물 깃든 먹을거리를 아이한테 안 먹이겠지요. 그러면 예방접종은? 예방접종을 아이한테 거의 어김없이 맞히면서 예방접종 성분이 무엇인지를 살피는 어버이는 몇 사람이나 될까요. 《예방접종 어떻게 믿습니까?》(스테파니 케이브 씀,차혜경 옮김,바람 펴냄,2007) 같은 책이 하나 있는데, 이 책을 읽은 사람을 아직 제 둘레에서 만나지 못했습니다. 의사로 일하든 간호사로 일하든 아이를 낳아 키우든 환경운동을 하든 진보나 개혁을 외치든 지식인이라 하든 학교에서 교사로 일하든, 예방접종이 무엇인지 옳게 헤아리는 분을 만날 수 없습니다.

 스물세 권에 이르는 만화책 《우주소년 아톰》(데즈카 오사무 그림,박정오 옮김,학산문화사 펴냄,2001)이 있습니다. 이 만화책을 찬찬히 새겨읽은 분이 얼마나 있을는지 모릅니다. 아이한테 이 만화책을 사 주는 어버이가 있을는지 모르고, 이 만화책을 제대로 즐기는 어린이나 어른이 얼마쯤 있을지 또한 모릅니다. 1951년부터 그렸다는 만화 《우주소년 아톰》이니, 우리로 보자면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때에 나온 로봇만화입니다. 옆에서는 죽느냐 사느냐 하는 마당에 일본에서는 ‘뭐 저놈들은 1950년대에 2000년대 공상과학만화 따위나 그리며 키득키득거린담?’ 하고 여길 만한지 모르지만, 데즈카 오사무 님은 일본이 전쟁미치광이 짓을 하던 때에 군수공장으로 끌려가 억지로 일을 해야 하면서도 틈틈이 땡땡이를 치며 만화를 그렸습니다. 꿈도 삶도 평화도 사랑도 사람도 아무것도 없이 메마르며 팍팍하고 슬픈 일본이라는 나라에서 당신 스스로 꿈과 삶과 평화와 사랑과 사람과 모두를 보듬으면서 아끼고픈 마음으로 만화를 그렸습니다. 《우주소년 아톰》은 바로 이 모두를 풀어서 보여주는 따스한 열매입니다. 일본사람이 《우주소년 아톰》을 그토록 사랑할밖에 없던 까닭은 오직 하나입니다. 아무도 사랑을 말하지 않던 때에 배를 곯으며 사랑 담는 만화를 그렸고, 누구도 평화를 외치지 못하던 때에 가난에 찌들면서 평화를 외치는 만화를 그렸어요.

 지난겨울에 나온 《텃밭 속에 약초》(김형찬 씀,그물코 펴냄,2010)를 진작 장만했지만 아직 한 쪽조차 못 펼쳤습니다. 겨우내 읽었으면 곧 맞이할 봄에 온 들과 멧자락에 돋을 봄나물을 둘러보며 우리 멧골집 둘레 좋은 풀을 사귈 수 있을 텐데, 집살림하고 아이돌보기 하면서 좀처럼 이 책을 펼칠 짬을 못 냅니다. 그러나, 이렇게 책상맡에 얌전히 모셔 놓았으니 언제라도 읽을 수 있겠지요.

 아이하고 함께 살아가면서 아이하고 함께 즐길 책을 찾아서 읽고 같이 보듬습니다. 아이를 낳은 옆지기하고 나란히 살아가기에 옆지기하고 서로 즐길 책을 장만해서 읽으며 도란도란 이야기꽃 피웁니다. 누구나 살아가는 대로 일하고 놀며 책을 읽습니다. 삶에 따라 책을 느끼고, 삶을 일구는 결대로 책을 사랑합니다. (4344.2.11.쇠.ㅎㄲㅅㄱ)


《티베트 의학의 지혜》(다이쿠바라 야타로 씀,박영 옮김,여강 펴냄,1991)
《아기가 온다》(실러 키칭거 씀,강영숙 옮김,하늘출판사 펴냄,1995)
《예방접종 어떻게 믿습니까?》(스테파니 케이브 씀,차혜경 옮김,바람 펴냄,2007)
《우주소년 아톰 1∼23》(데즈카 오사무 그림,박정오 옮김,학산문화사 펴냄,2001)
《텃밭 속에 약초》(김형찬 씀,그물코 펴냄,201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이하고 책읽기


 요사이 아이한테 책 읽어 주기를 제대로 못한다. 그래도 어제에는 두 가지 책을 읽어 주었는데, 이 살림 저 일에 치이면서 기운이 쪼옥 빠지니까, 책을 못 읽어 주기 일쑤이다.

 아이는 아버지가 책을 읽어 주지 못하지만, 스스로 책을 쥐어 읽는다. 제 무릎에 책을 올려놓고는 펼친다. 이제 그림을 제법 볼 줄 알 뿐 아니라 글씨도 큼직한 녀석은 읽어 보려 한다. 그림인지 글씨인지 어렴풋하게나마 가를 줄 아는구나 싶다.

 아이하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붙어 지내자면 그야말로 힘이 송두리째 빠진다. 아이한테 어버이 힘을 모조리 바치지 않을 수 없다.

 아이들 얼굴을 보면 한결같이 맑으며 밝거나 보드랍다. 어버이한테서 사랑을 못 받은 아이들은 푸석푸석하거나 그늘지거나 슬프다. 사랑받는 아이들은 제 어버이 사랑을 듬뿍 받는다. 사랑을 나누는 어버이는 제 살을 깎으며 사랑을 나눈다. 둘째를 밴 옆지기는 이제 눈썹이 거의 다 빠졌다. 아이를 배어 낳는 어머니들은 뼈와 살뿐 아니라 머리카락과 눈썹까지도 제 아이한테 바친다. 아이를 낳은 어머니들은 예전보다 힘을 못 쓴다든지 몸에 아픈 데가 많을 수밖에 없다. 아버지는 어머니가 아이를 밸 무렵부터라도 집일을 더 많이 해야 하며, 아이하고 훨씬 오래 놀고 어울리며 삶을 물려주어야 한다.

 아이한테 돈을 쥐어 준들 아이가 돈을 쓸 수 없다. 아이가 돈을 안다 치더라도 아이 스스로 어디에 가서 이 돈을 쓰겠는가. 아이가 까까를 먹고 싶다 하든 얼음과자를 먹고 싶다 하든, 아이 스스로 사다 먹는다기보다 어른이 가게에 가서 돈을 치러 사다가 주어야 한다. 그러니까, 아이한테 주는 사랑이란 돈이 아닌 말 그대로 사랑이다. 아이한테는 돈으로 사랑을 나누어 주지 못한다.

 어버이 손길 한 번이 사랑이다. 아이들 머리카락을 곱게 쓸어 주고 빗으로 예쁘게 빗어 주는 일이 사랑이다. 번쩍 안아올린다든지, 등으로 업는다든지, 손을 맞잡고 춤추며 노래부른다든지 할 때에 사랑이다.

 반드시 아이한테 책을 읽혀야 하지 않으며, 꼭 아이한테 좋은 책을 많이 읽혀야 하지 않다. 어떤 책이든, 아이를 무릎에 앉히거나 뉘인 채 함께 읽으면 된다. 몸이 많이 고단하면 자리에 드러눕고 아이한테는 팔베개를 하라며 눕혀서는 모로 몸을 기울인 채 책을 함께 읽으면 된다.

 아이는 그림책이든 동화책이든 줄거리를 받아들이기도 할 테지만, 책을 읽는 어버이 목소리를 받아먹는다. 책을 쥐고 저(아이)를 품에 안은 어버이 살결과 살내음을 빨아먹는다.

 어버이는 아이한테 모든 사랑을 바칠밖에 없다. 어버이는 아이한테 온갖 기운을 다 뽑아내어 줄밖에 없다. 어버이는 지친다. 어버이는 힘들다. 그런데 용케 이듬날 다시금 일어나서 밥을 차리고 아이하고 놀며 이렁저렁 일로 복닥인다. 밤나절이면 죽은듯이 쓰러지면서, 용하게 다시 기운을 차리는 날이 되풀이된다. (4344.3.2.불.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1. 미팅·로망·러브·노크·미니벨로
 좋은 사람을 사귈 수 있다는 달콤한 꿈을 안습니다. 사랑하는 짝지를 찾아 마음문을 똑똑 두드립니다. 작은자전거를 사뿐사뿐 달리면서 골목길을 천천히 지나갑니다. 만나고, 꿈꾸며, 사랑합니다.

2. 컨셉·싱글·스케일·서클·풀
 좋은 생각을 알맞게 품습니다. 슬기로운 길을 살피며 알맞춤한 생각을 살핍니다. 혼자서도 살피고 여럿이서도 헤아립니다. 커다란 꿈을 꾸기도 하지만 조그마한 꿈을 보듬기도 합니다. 동아리를 짓기도 하고, 모임을 이루기도 합니다. 가득가득 채울 수 있는 꿈이면서, 꼭 한 가지를 이루어도 아름다운 꿈입니다.

3. 라이프·스타일·마스터·오버·매뉴얼
 내 삶을 사랑하듯 네 삶을 사랑합니다. 내가 살아가는 매무새를 아리따이 돌보듯이 네가 살아가는 매무새를 아리따이 보살핍니다. 올바르게 익히고 빈틈없이 가다듬습니다. 물샐틈없이 갈고닦을 수 있으나, 자칫 지나칠 수 있으니 잘 살펴야 합니다. 애써 익힌 내 삶이요 매무새라 한다면, 차근차근 길잡이를 마련해 봅니다. 나와 함께 이 길을 거닐 좋은 벗님하고 더욱 기쁠 수 있도록 나부터 길동무가 됩니다.

4. 코너·모자이크·메시지·셀프·쇼
 골목길 한쪽 구석에 울긋불긋 무늬가 새겨지곤 합니다. 길가 너른 한켠에 바둑무늬 같고 그물무늬 같은 그림이 그려지곤 합니다. 그림 하나이든 오줌 자국 하나이든 저마다 담긴 이야기가 있습니다. 다 다른 이야기를 다 다른 결에 담습니다. 나 스스로 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남들 보라고 짐짓 꾸미는 일이기도 합니다. 스스로 즐거웁기에 기쁜 잔치일 수 있고, 여럿이 흐뭇하도록 재미난 놀이마당일 수 있습니다.

5. 유머·심플·대시·럭셔리·스크랩
 웃기는 말은 쉽습니다. 단출한 말마디 하나로 웃기고 울립니다. 부딪히면서 살아갑니다. 가멸찬 살림이어야 아름답지 않습니다. 좋은 사람들 좋은 살림살이를 가만히 살펴보며 배웁니다. 좋은 손길을 갈무리하여 내 삶자락에도 살포시 깃들입니다. 쉽고 가벼우면서 재미난 하루하루를 복닥복닥 알차게 맞아들입니다.

6. 스톱·커밍아웃·패션·마인드·미스터리
 한 걸음 걷다가 멈추고, 두 걸음 내딛다가 그칩니다. 흉내를 내기도 하지만, 당차게 내 모습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내 옷차림은 내 옷차림이기에 좋습니다. 애써 다른 사람 옷차림에 눈치를 두지 않습니다. 내 마음대로 차리고, 내 마음껏 돌보며, 내 마음결을 보듬으면서 살아갑니다. 수수께끼를 풀듯 하루하루 새롭게 맞이하면서 살아갑니다. 알쏭달쏭하면서 언제나 새삼스러운 하루하루 고맙게 누립니다.

7. 라이벌·클럽·아웃·오케이·비즈니스
 깊어 가는 밤 까무룩 곯아떨어지는 아이를 바라봅니다. 아이하고 힘겨루기라도 하려는 듯 지낼 수 없습니다. 맞수 아닌 사랑이요 살붙이인 아이입니다. 저마다 아이 낳아 키우는 삶이 고단해서 자그맣게 모임을 꾸려 인터넷으로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하고 생각을 주고받습니다. 죽도록 고단하지만 또, 죽을 만큼 괴롭지는 않으며, 죽도록 고단하기에 밖으로 뛰쳐나가고프다가도, 어쩌면 이런 나날인 터라 아이를 키우며 함께 살아가는 보람을 누립니다. 좋아요. 참 좋습니다. 아이를 돈벌이 하자고 낳았겠습니까. 아이 장사를 하자며 낳는가요. 출산장려금이란 참 쓸데없습니다. 그저, 우리 아이 사랑스레 살아가도록 예쁜 터전을 지켜 주셔요.

8. 힌트·미니·스마일·하이킹·해피
 아이는 날마다 새말을 배웁니다. 오늘 아침 일찍 깨어난 아이한테 “잘 잤어요?” 하고 물으니 거침없이 “네!” 하고 외칩니다. 아, 예뻐라. 이 아이는 제 어버이한테서 좋은 넋을 속속들이 받아먹을 테니까, 어버이 되는 사람은 조그마한 사랑을 웃음꽃 피우면서 나누어야겠다고 새삼 다짐합니다. 두 다리로 씩씩하게 거닐며 우리가 걷는 이 길가에 흐드러진 꽃누리를 즐거이 바라보며 껴안는 매무새를 지키고, 아이 스스로 뚜벅뚜벅 신나게 거닐 만한 멧골자락 살림을 기쁘게 돌보아야겠습니다.

9. 그린·다운로드·리스트·파이팅·시스템
 푸른 들판을 꿈꿉니다. 푸른 들판이 찾아들고 흐드러지는 봄과 가을에는 이 푸름누리를 내 가슴속 깊이 곱게 내려받습니다. 하늘이 내려주고 땅이 내려주는 반가운 보배입니다. 꽃이름을 알든 모르든 하나하나 읊습니다. 찬찬히 아로새깁니다. 사람이 붙인 이름이 있건 없건 힘을 내어 뿌리를 내리고, 힘을 쏟아 줄기를 올리는 들풀입니다. 자연이라는 누리는, 터전은, 보금자리는, 그야말로 아름다운 얼거리입니다.

10. 쿨·알레르기·커버·이미지·타월
 능금 한 알을 깎습니다. 한 알로는 모자랄까 싶어 한 알 더 깎습니다. 아침나절 먹는 능금은 시원합니다. 입안이 개운해집니다. 내 아이는 나만 깨끗하게 살아간다고 깨끗할 수 없기에, 왜냐하면 이 지구별과 한국땅은 숱한 항생제와 화학조합식으로 찌들었기에, 얼굴에 두드러기꽃이 핍니다. 슬프지만 고스란히 받아들여야 합니다. 껍데기를 씌워 가릴 수 없고, 뚜껑으로 덮을 수 없습니다. 가만히 그려 봅니다. 마음으로 그림을 그립니다. 모시나 무명으로 된 천을 소금물로 적셔 아이 얼굴을 살며시 닦아 주면서 꿈 같은 그림을 그립니다. 도시란 도시가 모두 논밭 일구며 푸나무 싱그러운 푸른터가 되는 꿈 같은 그림을 그립니다.

11. 아마추어·뮤직·센스·스트레스·플레이
 오늘 쓴 글을 열 해쯤 뒤에 돌아보면 어떤 느낌일까요? 참말 풋내기가 쓴 글이라고 느낄까요? 결 고운 노래를 들을 때면, 이 결 고운 노래는 열 해이고 스무 해이고 노상 결이 곱다고 느낍니다. 참 알뜰한 마음으로 빚은 노래요, 참 빛나는 가슴으로 이룬 노래입니다. 마음 구석구석 깃들던 짜증스럽던 찌꺼기는 그예 사라지고, 숱한 앙금이 지워집니다. 즐겁게 살아가요. 신나게 뛰어요. 활짝 웃어요, 마음껏 달려요.

12. 스토리·사이즈·제로·브레이크·리플
 내 이야기는 내 이야기라서 아름답습니다. 말사랑벗 이야기는 말사랑벗 이야기라서 아리따와요. 내 이야기는 좁달막한 속알맹이로 이루어진 나머지 얄딱구리하거나 어설플는지 모릅니다. 아주 밑바닥 빵점짜리일는지 모릅니다. 그래, 밑바닥이면 밑바닥이라서 좋고 빵점짜리라면 빵점짜리라서 좋아요. 저는 제 삶에 점수를 매기지 않거든요. 자꾸자꾸 멈추어야 하거나, 이래저래 걸리면서 붙잡아야 한다면, 아이구나 등허리가 쑤십니다. 새벽에 일어나 글을 조금 더 쓰고 싶으나 아이가 일찍 일어나서 함께 놀자 하면 어떻게 이 글쓰기를 그쳐야 하느냐, 더 붙잡아야 하느냐 망설입니다. 하는 수 없이 얼추 마무리짓고 나중에 덧보탭니다. 덧달아서 씁니다. 온글보다는 덧글입니다. 늘 덧붙이면서 새로 써야 할 글입니다.

13. 점프·로그인·베스트·박스·타임
 콩콩콩 뛰듯이 달리는 아이를 바라보며, 아버지로서 나는 내 걸음이 왜 이리 묵직하기만 할까 싶어 쓸쓸합니다. 나 또한 아이 마음으로 살포시 접어들지 못하기 때문이겠지요. 짐을 훌훌 내려놓고 살가운 빛누리로 들어서지 못하기 때문일 테지요. 가장 손꼽을 만한 느긋한 삶이어야 콩콩콩 뛰는 삶이 아닙니다. 네모난 틀이어도 좋고 세모진 틀이어도 좋으나, 아무런 틀이 없어도 좋은 삶입니다. 가벼이 손을 잡고 홀가분히 어깨동무를 하는 겨를을 즐기면 됩니다. 말미를 얻어 책을 읽고, 틈을 내어 사진을 찍으며, 짬을 빚어 밥을 짓고 사랑을 나눕니다.

14. 노트·누드·노·레벨·스터디
 셈틀을 결 틈이 거의 없다 보니까 공책을 씁니다. 볼펜을 들어 공책에 일기를 쓰듯 글을 씁니다. 아이는 아버지 곁에서 “공부!”라 외치며 글쓰기를 흉내냅니다. 공부라는 말은 누구한테서 배웠는지 아리송합니다. 공부한다는 아이는 작은 수첩에 꼬물꼬물 줄 맞추어 그림을 그립니다. 텅 빈 수첩이 꼬물그림으로 가득합니다. 알굴둥이처럼 말랑말랑하다 싶은 예쁘장한 꼬물그림입니다. 이런 예쁜 꼬물그림은 제도권 학교에서 틀에 박힌 그림을 배운다면 금세 사라지겠지요. 교과서는 홀가분히 춤추는 그림을 내버려 두지 않으니까요. 아이 눈높이에 맞추지 않는 교과서이고, 따지고 보면 어른 눈높이에도 안 맞는 교과서입니다. 참 아니올시다예요. 그래도 이런 학교에서 이런 교과서로 숱한 아이들이 배움을 나눈다고 합니다. 배움누리나 배움터 아닌 학교에서 교과서 지식만 가득 쌓습니다.

15. 포인트·나이스·아이디어·리듬·메모
 인터넷책방에서 책을 사며 점수를 쌓는 사람들이 늘면서 동네책방은 사라집니다. 참 멋진 일일까요? 인터넷책방이란? 택배값 없이 그날그날 집에 드러누워 받아볼 수 있는 책이니 훌륭할까요? 누가 이런 생각을 해내서 돈벌이를 할까요? 거저로 그날 보내 주는 책을 파는 인터넷책방은 어디에서 돈을 벌까요? 제 가락을 잃는 삶으로 책만 들여다본다고 무슨 빛을 보며 어떤 꿈을 이룰까요? 멧골자락에서 살아가며 책방마실이 만만하지 않지만, 읍내 작은 책방으로 찾아가 책 하나 사들인 다음 천천히 읽으며 빈 자리에 내 생각을 가만가만 적바림합니다.

16. 트러블·스커트·시즌·업·마이너스
 말썽을 부리는 아이는 치마 입기를 좋아합니다. 에휴, 아이가 부리는 말썽이란 어른인 제가 보기에 말썽이지만, 아이로서는 이렇게도 놀고프고 저렇게도 놀고프면서 하루하루 무럭무럭 자라나는 삶일 테지요. 아이가 갓난쟁이였을 때에는 아이가 무얼 알아서 똥오줌을 가리나요. 그저 나오는 대로 마려운 대로 싸겠지요. 어버이는 이 모두를 기꺼이 받아들이며 웃는 낯으로 치울 노릇입니다. 딸아이는 치마를 한 벌 입고도 또 껴입는다며 칭얼댑니다. 참 딱합니다. 겨울날 추운 날씨라면 그러려니 봐주지만 더운 날씨에는 치마 입기 말리느라 애먹습니다. 아이야, 치마가 아무리 좋아도 한 벌만 입자꾸나. 너무 많이 껴입으면 너한테 좋을 일이 없단다. 게다가 아빠도 빨래하기 너무 힘드네. 힘이 다 빠지네. 아빠도 좀 봐주렴.

17. 팀·바이바이
 무리를 짓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슬기를 모으고자 무리를 짓기도 하지만, 웅성웅성 떼를 지으며 엉뚱한 힘을 부리기도 합니다. 무기를 든 평화는 달갑지 않습니다. 총칼을 들거나 주먹을 흔들거나 몽둥이를 휘두르는 평화는 평화가 아닙니다. 모두 모두 잘 가 주시면 좋겠습니다. 쇠붙이도 가고 손찌검도 가며 돈뭉치도 멀리멀리 가 버리면 고맙겠습니다.
 

(최종규 . 2011 -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