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팅·로망·러브·노크·미니벨로
좋은 사람을 사귈 수 있다는 달콤한 꿈을 안습니다. 사랑하는 짝지를 찾아 마음문을 똑똑 두드립니다. 작은자전거를 사뿐사뿐 달리면서 골목길을 천천히 지나갑니다. 만나고, 꿈꾸며, 사랑합니다.
2. 컨셉·싱글·스케일·서클·풀
좋은 생각을 알맞게 품습니다. 슬기로운 길을 살피며 알맞춤한 생각을 살핍니다. 혼자서도 살피고 여럿이서도 헤아립니다. 커다란 꿈을 꾸기도 하지만 조그마한 꿈을 보듬기도 합니다. 동아리를 짓기도 하고, 모임을 이루기도 합니다. 가득가득 채울 수 있는 꿈이면서, 꼭 한 가지를 이루어도 아름다운 꿈입니다.
3. 라이프·스타일·마스터·오버·매뉴얼
내 삶을 사랑하듯 네 삶을 사랑합니다. 내가 살아가는 매무새를 아리따이 돌보듯이 네가 살아가는 매무새를 아리따이 보살핍니다. 올바르게 익히고 빈틈없이 가다듬습니다. 물샐틈없이 갈고닦을 수 있으나, 자칫 지나칠 수 있으니 잘 살펴야 합니다. 애써 익힌 내 삶이요 매무새라 한다면, 차근차근 길잡이를 마련해 봅니다. 나와 함께 이 길을 거닐 좋은 벗님하고 더욱 기쁠 수 있도록 나부터 길동무가 됩니다.
4. 코너·모자이크·메시지·셀프·쇼
골목길 한쪽 구석에 울긋불긋 무늬가 새겨지곤 합니다. 길가 너른 한켠에 바둑무늬 같고 그물무늬 같은 그림이 그려지곤 합니다. 그림 하나이든 오줌 자국 하나이든 저마다 담긴 이야기가 있습니다. 다 다른 이야기를 다 다른 결에 담습니다. 나 스스로 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남들 보라고 짐짓 꾸미는 일이기도 합니다. 스스로 즐거웁기에 기쁜 잔치일 수 있고, 여럿이 흐뭇하도록 재미난 놀이마당일 수 있습니다.
5. 유머·심플·대시·럭셔리·스크랩
웃기는 말은 쉽습니다. 단출한 말마디 하나로 웃기고 울립니다. 부딪히면서 살아갑니다. 가멸찬 살림이어야 아름답지 않습니다. 좋은 사람들 좋은 살림살이를 가만히 살펴보며 배웁니다. 좋은 손길을 갈무리하여 내 삶자락에도 살포시 깃들입니다. 쉽고 가벼우면서 재미난 하루하루를 복닥복닥 알차게 맞아들입니다.
6. 스톱·커밍아웃·패션·마인드·미스터리
한 걸음 걷다가 멈추고, 두 걸음 내딛다가 그칩니다. 흉내를 내기도 하지만, 당차게 내 모습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내 옷차림은 내 옷차림이기에 좋습니다. 애써 다른 사람 옷차림에 눈치를 두지 않습니다. 내 마음대로 차리고, 내 마음껏 돌보며, 내 마음결을 보듬으면서 살아갑니다. 수수께끼를 풀듯 하루하루 새롭게 맞이하면서 살아갑니다. 알쏭달쏭하면서 언제나 새삼스러운 하루하루 고맙게 누립니다.
7. 라이벌·클럽·아웃·오케이·비즈니스
깊어 가는 밤 까무룩 곯아떨어지는 아이를 바라봅니다. 아이하고 힘겨루기라도 하려는 듯 지낼 수 없습니다. 맞수 아닌 사랑이요 살붙이인 아이입니다. 저마다 아이 낳아 키우는 삶이 고단해서 자그맣게 모임을 꾸려 인터넷으로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하고 생각을 주고받습니다. 죽도록 고단하지만 또, 죽을 만큼 괴롭지는 않으며, 죽도록 고단하기에 밖으로 뛰쳐나가고프다가도, 어쩌면 이런 나날인 터라 아이를 키우며 함께 살아가는 보람을 누립니다. 좋아요. 참 좋습니다. 아이를 돈벌이 하자고 낳았겠습니까. 아이 장사를 하자며 낳는가요. 출산장려금이란 참 쓸데없습니다. 그저, 우리 아이 사랑스레 살아가도록 예쁜 터전을 지켜 주셔요.
8. 힌트·미니·스마일·하이킹·해피
아이는 날마다 새말을 배웁니다. 오늘 아침 일찍 깨어난 아이한테 “잘 잤어요?” 하고 물으니 거침없이 “네!” 하고 외칩니다. 아, 예뻐라. 이 아이는 제 어버이한테서 좋은 넋을 속속들이 받아먹을 테니까, 어버이 되는 사람은 조그마한 사랑을 웃음꽃 피우면서 나누어야겠다고 새삼 다짐합니다. 두 다리로 씩씩하게 거닐며 우리가 걷는 이 길가에 흐드러진 꽃누리를 즐거이 바라보며 껴안는 매무새를 지키고, 아이 스스로 뚜벅뚜벅 신나게 거닐 만한 멧골자락 살림을 기쁘게 돌보아야겠습니다.
9. 그린·다운로드·리스트·파이팅·시스템
푸른 들판을 꿈꿉니다. 푸른 들판이 찾아들고 흐드러지는 봄과 가을에는 이 푸름누리를 내 가슴속 깊이 곱게 내려받습니다. 하늘이 내려주고 땅이 내려주는 반가운 보배입니다. 꽃이름을 알든 모르든 하나하나 읊습니다. 찬찬히 아로새깁니다. 사람이 붙인 이름이 있건 없건 힘을 내어 뿌리를 내리고, 힘을 쏟아 줄기를 올리는 들풀입니다. 자연이라는 누리는, 터전은, 보금자리는, 그야말로 아름다운 얼거리입니다.
10. 쿨·알레르기·커버·이미지·타월
능금 한 알을 깎습니다. 한 알로는 모자랄까 싶어 한 알 더 깎습니다. 아침나절 먹는 능금은 시원합니다. 입안이 개운해집니다. 내 아이는 나만 깨끗하게 살아간다고 깨끗할 수 없기에, 왜냐하면 이 지구별과 한국땅은 숱한 항생제와 화학조합식으로 찌들었기에, 얼굴에 두드러기꽃이 핍니다. 슬프지만 고스란히 받아들여야 합니다. 껍데기를 씌워 가릴 수 없고, 뚜껑으로 덮을 수 없습니다. 가만히 그려 봅니다. 마음으로 그림을 그립니다. 모시나 무명으로 된 천을 소금물로 적셔 아이 얼굴을 살며시 닦아 주면서 꿈 같은 그림을 그립니다. 도시란 도시가 모두 논밭 일구며 푸나무 싱그러운 푸른터가 되는 꿈 같은 그림을 그립니다.
11. 아마추어·뮤직·센스·스트레스·플레이
오늘 쓴 글을 열 해쯤 뒤에 돌아보면 어떤 느낌일까요? 참말 풋내기가 쓴 글이라고 느낄까요? 결 고운 노래를 들을 때면, 이 결 고운 노래는 열 해이고 스무 해이고 노상 결이 곱다고 느낍니다. 참 알뜰한 마음으로 빚은 노래요, 참 빛나는 가슴으로 이룬 노래입니다. 마음 구석구석 깃들던 짜증스럽던 찌꺼기는 그예 사라지고, 숱한 앙금이 지워집니다. 즐겁게 살아가요. 신나게 뛰어요. 활짝 웃어요, 마음껏 달려요.
12. 스토리·사이즈·제로·브레이크·리플
내 이야기는 내 이야기라서 아름답습니다. 말사랑벗 이야기는 말사랑벗 이야기라서 아리따와요. 내 이야기는 좁달막한 속알맹이로 이루어진 나머지 얄딱구리하거나 어설플는지 모릅니다. 아주 밑바닥 빵점짜리일는지 모릅니다. 그래, 밑바닥이면 밑바닥이라서 좋고 빵점짜리라면 빵점짜리라서 좋아요. 저는 제 삶에 점수를 매기지 않거든요. 자꾸자꾸 멈추어야 하거나, 이래저래 걸리면서 붙잡아야 한다면, 아이구나 등허리가 쑤십니다. 새벽에 일어나 글을 조금 더 쓰고 싶으나 아이가 일찍 일어나서 함께 놀자 하면 어떻게 이 글쓰기를 그쳐야 하느냐, 더 붙잡아야 하느냐 망설입니다. 하는 수 없이 얼추 마무리짓고 나중에 덧보탭니다. 덧달아서 씁니다. 온글보다는 덧글입니다. 늘 덧붙이면서 새로 써야 할 글입니다.
13. 점프·로그인·베스트·박스·타임
콩콩콩 뛰듯이 달리는 아이를 바라보며, 아버지로서 나는 내 걸음이 왜 이리 묵직하기만 할까 싶어 쓸쓸합니다. 나 또한 아이 마음으로 살포시 접어들지 못하기 때문이겠지요. 짐을 훌훌 내려놓고 살가운 빛누리로 들어서지 못하기 때문일 테지요. 가장 손꼽을 만한 느긋한 삶이어야 콩콩콩 뛰는 삶이 아닙니다. 네모난 틀이어도 좋고 세모진 틀이어도 좋으나, 아무런 틀이 없어도 좋은 삶입니다. 가벼이 손을 잡고 홀가분히 어깨동무를 하는 겨를을 즐기면 됩니다. 말미를 얻어 책을 읽고, 틈을 내어 사진을 찍으며, 짬을 빚어 밥을 짓고 사랑을 나눕니다.
14. 노트·누드·노·레벨·스터디
셈틀을 결 틈이 거의 없다 보니까 공책을 씁니다. 볼펜을 들어 공책에 일기를 쓰듯 글을 씁니다. 아이는 아버지 곁에서 “공부!”라 외치며 글쓰기를 흉내냅니다. 공부라는 말은 누구한테서 배웠는지 아리송합니다. 공부한다는 아이는 작은 수첩에 꼬물꼬물 줄 맞추어 그림을 그립니다. 텅 빈 수첩이 꼬물그림으로 가득합니다. 알굴둥이처럼 말랑말랑하다 싶은 예쁘장한 꼬물그림입니다. 이런 예쁜 꼬물그림은 제도권 학교에서 틀에 박힌 그림을 배운다면 금세 사라지겠지요. 교과서는 홀가분히 춤추는 그림을 내버려 두지 않으니까요. 아이 눈높이에 맞추지 않는 교과서이고, 따지고 보면 어른 눈높이에도 안 맞는 교과서입니다. 참 아니올시다예요. 그래도 이런 학교에서 이런 교과서로 숱한 아이들이 배움을 나눈다고 합니다. 배움누리나 배움터 아닌 학교에서 교과서 지식만 가득 쌓습니다.
15. 포인트·나이스·아이디어·리듬·메모
인터넷책방에서 책을 사며 점수를 쌓는 사람들이 늘면서 동네책방은 사라집니다. 참 멋진 일일까요? 인터넷책방이란? 택배값 없이 그날그날 집에 드러누워 받아볼 수 있는 책이니 훌륭할까요? 누가 이런 생각을 해내서 돈벌이를 할까요? 거저로 그날 보내 주는 책을 파는 인터넷책방은 어디에서 돈을 벌까요? 제 가락을 잃는 삶으로 책만 들여다본다고 무슨 빛을 보며 어떤 꿈을 이룰까요? 멧골자락에서 살아가며 책방마실이 만만하지 않지만, 읍내 작은 책방으로 찾아가 책 하나 사들인 다음 천천히 읽으며 빈 자리에 내 생각을 가만가만 적바림합니다.
16. 트러블·스커트·시즌·업·마이너스
말썽을 부리는 아이는 치마 입기를 좋아합니다. 에휴, 아이가 부리는 말썽이란 어른인 제가 보기에 말썽이지만, 아이로서는 이렇게도 놀고프고 저렇게도 놀고프면서 하루하루 무럭무럭 자라나는 삶일 테지요. 아이가 갓난쟁이였을 때에는 아이가 무얼 알아서 똥오줌을 가리나요. 그저 나오는 대로 마려운 대로 싸겠지요. 어버이는 이 모두를 기꺼이 받아들이며 웃는 낯으로 치울 노릇입니다. 딸아이는 치마를 한 벌 입고도 또 껴입는다며 칭얼댑니다. 참 딱합니다. 겨울날 추운 날씨라면 그러려니 봐주지만 더운 날씨에는 치마 입기 말리느라 애먹습니다. 아이야, 치마가 아무리 좋아도 한 벌만 입자꾸나. 너무 많이 껴입으면 너한테 좋을 일이 없단다. 게다가 아빠도 빨래하기 너무 힘드네. 힘이 다 빠지네. 아빠도 좀 봐주렴.
17. 팀·바이바이
무리를 짓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슬기를 모으고자 무리를 짓기도 하지만, 웅성웅성 떼를 지으며 엉뚱한 힘을 부리기도 합니다. 무기를 든 평화는 달갑지 않습니다. 총칼을 들거나 주먹을 흔들거나 몽둥이를 휘두르는 평화는 평화가 아닙니다. 모두 모두 잘 가 주시면 좋겠습니다. 쇠붙이도 가고 손찌검도 가며 돈뭉치도 멀리멀리 가 버리면 고맙겠습니다.
(최종규 . 2011 -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