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2.26. 

두 팔을 앞으로 뻗으면서 걷기. 

 

사진 찍는 아빠를 바라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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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망진창 섬 비룡소의 그림동화 80
윌리엄 스타이그 글 그림, 조은수 옮김 / 비룡소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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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거름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7] 윌리엄 스타이그, 《엉망진창 섬》(비룡소,2002)



 그림책 《엉망진창 섬》을 읽습니다. 아이를 곁에 앉히고 한 장 두 장 넘기면서 ‘다 다르게 생긴’ 괴물들 모습에 따라 괴물들한테 이름을 다 달리 붙이며 읽습니다. “얘는 등에 못이 박히고 노란 애니까 ‘등에못노랑이’, 얘는 혀를 낼름거리며 등에 가시가 박혔으니 ‘혀낼름가시박이’, 얘는 등에서 연기가 나고 바퀴가 달렸으니 ‘미리뿡뿡바퀴부릉’, 얘는 등에 뾰족뾰족 가시가 돋았으니 ‘뾰족뾰족이’, 얘는 눈이 셋이니까 ‘세눈이’, 얘는 온몸이 온갖 천으로 붙인 듯하니까 ‘누덕누덕왕벌레’ …….”

 똑같이 생긴 괴물은 하나도 나오지 않는 그림책 《엉망진창 섬》입니다. “엉망진창 섬”이라는 곳에서 살아가는 괴물들은 서로를 아끼거나 좋아하거나 사랑하거나 보살피지 않는답니다. 언제나 서로를 괴롭힐 뿐 아니라 서로서로 잡아먹습니다. 그런데 해가 지면 꽁꽁 얼어붙는 밤이 됩니다. 모두들 죽일 듯이 싸우다가도 나란히 얼어붙습니다. 이러다가 해가 뜨면 다시 펄펄 끓으며 모두들 녹고, 몸이 녹으면 다시금 싸움을 잇습니다.

 그림책을 아이와 함께 죽 읽다가 문득 궁금합니다. 책이름이 참말 “엉망진창 섬”이 맞나 싶어, 그린이 윌리엄 스타이그 님이 영어로 어떻게 이름을 붙였는지 살펴봅니다. 미국에서 1969년에 처음 나온 이 그림책은 “엉망진창 섬”이라는 이름으로 옮겼으나, “rotten island”라는 이름이 붙은 책입니다.

 ‘rotten’이 무슨 뜻인지 헤아립니다. ‘끔찍한’? ‘나쁜’? ‘지저분한’? ‘빌어먹을’? ‘미친’?

 어떤 낱말로 옮겨야 알맞다 할 수 있을까요. 우리 아이들한테는 ‘rotten’이라는 영어를 어떻게 옮겨서 말할 때에 가장 어울린다 할 만할까요. 좀 지저분하다 싶은 뜻을 나타내니까, 살며시 보드라이 쓰다듬어 ‘엉망진창’쯤이 괜찮다 할까요.


.. 섬에는 가시투성이에 배배 꼬인 식물들이 자랐어. 그 식물들에서는 꽃이라곤 한 번도 핀 적이 없었지. 한 시간마다 지진이 일어났고, 시커먼 회오리바람과 천둥 번개가 몰아쳤고, 소나기와 폭풍과 먼지바람이 한데 뒤엉켜 휘몰아쳤어 … 비늘이나 사마귀나 뾰루지로 뒤덮인 녀석, 더듬이와 갈고리 발톰과 송곳니가 삐죽 난 녀석, 팔다리나 눈과 꼬리가 남들보다 많거나 심지어 머리가 많은 녀석, 정말 하나같이 괴상하게 생겼지. 딱딱한 껍데기에 압정과 녹슨 못이 잔뜩 나 있는 녀석이 있는가 하면, 또 어떤 녀석은 다리 대신 바퀴가 달려 있었어. 서로 닮은 녀석들은 하나도 없었지 ..  (4, 8∼9쪽)


 아직 많이 어린 우리 집 아이는 이 그림책에 나오는 녀석들을 괴물으로든 요괴로든 여기지 않는다고 느낍니다. 그저 다 다르게 생긴 재미난 동무입니다. 다만, 이 동무녀석들이 서로서로 더 살가이 놀지는 못합니다.

 그렇지만, 더 생각해 보면, 이 못생겼다 하는 녀석들치고 ‘동무를 사랑하며 살아가야 즐거우며 아름답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란 녀석이란 없습니다. 누가 제 어머니이거나 아버지인 줄 모르는 녀석들입니다. 누가 제 동무이거나 이웃인 줄 모르는 녀석들이에요. 다들 어떻게 태어났는지 모르며 생각조차 않습니다. 다들 갓 태어났을 적부터 싸움박질만 보거나 듣거나 겪었는지 모를 노릇입니다.

 그러니까, 《엉망진창 섬》에 나온다 하는 괴물이라 하는 녀석들은 그예 ‘치고 박으며 다투는 일’을 하는 가녀린 아이들이라 할 만합니다.

 어여쁜 꽃 한 송이 피지 못하는 섬에서 어여쁜 꽃이든 어여쁜 얼굴이든 어여쁜 말이든 어여쁜 몸짓이든 한 번도 못 느끼면서 살아온 불쌍한 아이들이라 할 만합니다.

 이 아이들은 하나도 징그럽지 않습니다. 이 아이들을 가리켜 괴물이라 말할는지 모릅니다만, 괴물이든 요물이든 요괴이든 모두 누군가 예쁘게 낳은 아이예요. 하늘과 땅한테서 고이 받은 선물입니다.


.. 이 끔찍한 괴물들은 서로서로 잡아먹고 살았어. 야채로 가시투성이 식물을 먹었고, 후식으로는 자갈을 먹었지. 그러니 누구도 배고픈 법이 없었어 … 그러던 어느 날, 난데없이 아주 이상한 게 나타났어. 자갈밭에 아름다운 꽃 한 송이가 피어난 거야. 발그레한 꽃잎이 하늘거리는 걸 보고, 처음에 괴물들은 무서워했어. 그러다가 화를 냈지. 꽃을 향해 불을 뿜으면서 무섭게 으르렁거렸어. 이렇게 아름다운 건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거든. 괴물들은 꽃을 보자 무섭고 기분이 나빴어 ..  (13, 18쪽)


 이래저래 뒤죽박죽이니까 “엉망진창 섬”이라는 이름이 제법 어울리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어울리기는 하지만 꼭 들어맞는다고는 느끼기 힘듭니다.

 뭐랄까요. 이 딱한 아이들이 좀 바보스럽다고 해야 할까요. 꽤나 멍청하다고 해야 하나요. 퍽 어리숙하다고 해야 할는지요.

 아름다운 꽃을 본 적이 없다는 아이들이 막상 아름다운 꽃을 보고는 ‘아름답다’고는 생각합니다. 그래, 이 안타까운 아이들은 ‘아름다움’을 아예 모르거나 못 느끼지는 않아요. 그저 ‘아름다움’을 마주했을 때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조차 모를 뿐입니다.

 그러면, 이 아이들은 바보라 할 만할까요. 이 아이들은 멍텅구리라 해도 될까요. “엉망진창 섬”이라기보다는 “바보 섬”이요 “멍청한 섬”이라 할까요. 또는 “어리석은 섬”이나 “어리숙한 섬”이라 할 수 있을까요.


.. 싸움이 크게 번져서 전쟁이 되었어! 한 마리도 빼놓지 않고 서로 죽으라고 엉겨붙어 싸웠지. 징그러운 녀석들 모두가 똑같이 성이 나서 때리고 할퀴었어. 불과 지독한 연기를 내뿜고, 바위와 타는 용암덩어리를 내던졌지. 비명을 지르고, 고함치고, 으르렁거리고, …… 저마다 뒤엉켜 서로에게 끔찍한 상처를 입혔어 ..  (24∼25쪽)


 서로 죽자 죽이자 덤비는 안쓰러운 녀석들입니다. 우리는 흔히 ‘죽자 사자’ 싸우지만, 이 그림책에 나오는 슬픈 녀석들은 ‘죽자 죽이자’ 싸웁니다. 그래, 다들 죽이고 다들 죽습니다. 모두모두 싸움만 일삼거나 되풀이하면서 끝끝내 모두 숨을 거둡니다.

 이 고달팠을 녀석들이 숨을 거두어 돌아갈 흙나라나 하늘나라에서는 싸움을 그칠 수 있을까요. 이 아이들은 숨을 거두어 흙으로 돌아간 다음 몸뚱이가 거름이 된 뒤부터 싸움이 멎을 수 있는가요. 이 아이들은 숨을 거두어 하늘로 돌아간 다음 넋이 고운 빛깔 무지개로 새롭게 태어날 수 있는지요.

 착한 녀석이든 못난 녀석이든, 누구나 숨을 거두면 흙으로 돌아가 또다른 흙이 됩니다. 미운 녀석이든 고운 녀석이든, 모두 숨을 거두면 흙이 되고 흙하고 하나로 섞입니다.

 강아지똥은 민들레가 노랗게 꽃을 피우는 거름이 되었습니다. 징그럽다거나 끔찍하다는 소리를 듣던 녀석들은 조용히 숨을 거두면서(따지고 보면 싸움박질을 하느라 시끄럽게 숨을 거두었습니다) ‘살아숨쉬는 동안 제대로 껴안지 못하던 아름다운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도록 돕는 거름이 됩니다.

 “엉망진창 섬”은 바로 “엉망진창이 되듯 어처구니없이 뒹굴던 녀석들 몸과 마음이 녹아들어” 아름다운 섬으로 거듭납니다. 엉망진창으로 수많은 무기를 끔찍하게 만들어대는 저 힘세고 돈많으며 이름높은 나라들이 무기를 녹여서 호미와 낫과 쟁기를 만들어 군수공장이나 원폭실험터 따위를 논밭과 푸른숲으로 일군다면 이 지구별은 그야말로 아름다운 별나라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미국도 러시아도 독일도 일본도, 여기에 남녘과 북녘 모두 군대를 없애고 무기를 녹일 때에 비로소 이 지구별 나라 모두 싸움박질이며 다툼질이며 미움이란 씻은듯이 사라지면서 아름다운 이웃나라 동무나라로 사귈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4344.3.8.불.ㅎㄲㅅㄱ)


― 엉망진창 섬 (윌리엄 스타이그 그림·글,조은수 옮김,비룡소 펴냄,2002.9.17,/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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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말(인터넷말) 50] Artmate 카탈로그존

 ‘Art’는 무엇이고 ‘mate’는 무엇일까요. 아무래도 ‘예술(Art)’하고 ‘친구(mate)’라는 뜻으로 이런 이름을 지었겠지요. 영어를 쓰는 서양사람이라면 이와 같은 이름이 참 좋습니다. 그러나, 한국말을 쓰는 한국사람이라면, 적어도 ‘예술친구’라거나 ‘예술동무’라거나 ‘그림동무’쯤으로 이름을 붙여야 올바를 텐데요. 화방용품을 파는 회사에서 ‘Artmate’ 같은 이름을 예쁘장하다 여기며 붙이기 때문에, 이러한 화방용품을 누리집에서 찾아보는 자리에 쓰는 이름 또한 ‘카탈로그존’이 되고 맙니다. ‘목록(目錄)’은 일본말이기는 하더라도 ‘인터넷목록’이라고조차 쓰지 못합니다. ‘인터넷목록’이라는 이름이 달갑지 않거나 즐겁지 않다면, ‘상품보기’처럼 적을 수 있습니다. 화방용품을 파는 누리집 한쪽을 보면 “모든카테고리 보기”라는 차림판이 있습니다. 이 자리에 쓴 ‘보기’를 잘 가누어 ‘상품보기’나 ‘화방용품보기’처럼 이름을 붙이면 돼요. (4344.3.8.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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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말(인터넷말) 49] contact us

 누리집을 만드는 사람들은 누리집을 꾸리는 사람들한테 ‘편지를 띄워 연락하라’고 하는 자리를 으레 알파벳으로만 적바림하곤 합니다. ‘contact us’라는 이름을 달아서. 그나마 ‘관리자에게’라 적으면 알아볼 만하지만, 아예 알파벳으로 ‘contact us’라고 적으면 누가 알아보라는 누리집일는지 몹시 궁금합니다. 말이 길어지더라도 ‘관리자한테 편지쓰기’처럼 이름을 적어야 제대로 알아볼 수 있습니다. 먼저, 이렇게 이름을 붙여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이 말이 길다면 짧거나 단출하게 적어서 잘 알릴 수 있는 이름을 더 생각해야 합니다. (4344.3.8.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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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책 읽는 어린이


 아이는 제 어버이가 장만한 그림책을 사서 읽는다. 아이 스스로 책방에서 고른 그림책을 읽지 못한다. 왜냐하면 아이는 책방마실을 한달지라도 책을 사거나 읽으러 간다기보다 어디 놀러 가는 마실이기 때문이다.

 어버이는 아이가 읽을 책이며 어버이 스스로 읽을 책을 고른다. 아이는 마냥 뛰어논다. 어버이가 고른 책 가운데에는 아이가 즐겁게 읽는 책이 있으나, 아이가 거들떠보려 하지 않는 책이 있다.

 글만 빽빽하기에 아이가 거들떠보지 않는 책이지는 않다. 아이는 아직 글을 모르기 때문에 글책은 읽을 수 없다. 그러나 요즈음, 아이는 굵고 큰 글씨는 알아보려 하는 듯하다고 느낀다. 지난주에는 《게게게의 기타로》라는 만화책에 적힌 글씨를 하나씩 짚으며 “이게 뭐야?” 하고 물었다. 오늘 새벽에는 《엉망진창 섬》이라는 그림책에 적힌 글씨를 하나하나 짚으며 《이건 뭐야?》 하고 묻는다. 무슨 어린이가 새벽 두어 시부터 깨어서 논다며 이렇게 방방 뛰는지 알 길이 없다만, 나하고 옆지기가 낳은 아이인 만큼 나하고 옆지기가 어린 날 이렇게 방방 뛰듯이 놀았다는 소리가 될 테지.

 만화책 《게게게의 기타로》는 어린이한테 조금 무서울 수 있으나, 무섭다고 해 보아야 1960년대 어린이한테 무서울 만화였고, 2010년대 어린이한테는 그닥 무섭지 않다 할 만한 만화이다. 왜냐하면, 2010년대 일본이나 한국이나 깊은 두메란 거의 사라졌으니까. 요괴이든 도깨비이든 조용히 깃들면서 사람이랑 씨름하며 놀던 시골자락은 이제 없다. 아이는 만화책을 넘기며 기타로이든 요괴이든 귀엽거나 재미있게 여기는지 모른다. 《엉망진창 섬》에 나오는 괴물 그림을 보면서도 무섭다기보다는 재미나거나 남다르다고 느낄까.

 생각해 보면, 윌리엄 스타이그 님은 ‘무서워 보이는 괴물’을 그렸다기보다 ‘저마다 다 다른 괴물’을 그리지 않았는가 싶다. 저마다 다 다른 괴물들이 저마다 다 다른 삶을 사랑하거나 아끼면서 살아가면 좋을 텐데, 이렇게 하지 못하면서 늘 서로 윽박지르며 다투기만 했다는 이야기를 그렸는지 모른다.

 만화책 《게게게의 기타로》도 매한가지이다. 미즈키 시게루 님은 일부러 무서운 요괴를 그리지 않는다. 미즈키 시게루 님이 그린 일본 요괴는 ‘시골에서 오래오래 살아온 여느 사람들 착하고 참다운 터전을 고이 돌보거나 지키며 이웃하던 어여쁜 다른 목숨’이 아닌가 싶다. 착하며 아름다운 사람하고는 이웃이 되고, 못되거나 모진 사람한테는 쓴맛을 보여주는 또다른 님을 보여준 만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아이는 예쁘장한 그림보다는 제 마음에 끌리는 그림을 반긴다. 아이가 손에 쥔 그림책 그림이 그저 예쁘장하기만 하다면 곁에서 지켜보는 어버이로서 하나도 재미없다. 아이가 손에 쥔 그림책 그림이 예쁘기도 하면서 살가울 때에는 옆에서 바라보는 어버이로서 언제나 새롭거나 새삼스럽다.

 그림책을 그려서 내놓는 어른은 생각해야 한다. 모든 그림책은 아이가 열 해나 스무 해 넘도록 수천 수만 번을 되읽는 책인 줄을 생각해야 한다. 게다가 아이가 무럭무럭 자라 제 어버이만 한 어른이 되어 좋은 짝꿍을 사귄 다음 제 어린 날과 마찬가지인 새로운 어린아이를 낳아 키울 때에 다시금 장만하거나 어릴 적 보던 책을 다시 꺼내어 제 아이한테까지 읽히는 책인 줄 생각해야 한다. 이러한 책읽기를 생각하지 않고서 그림책을 그린다면, 또 만화책을 그린다면, 또 글책을 쓴다면, 이런 책은 책이 아니라 돈벌이일 뿐이다. 돈벌이만 하는 사람은 어린이문학을 하는 사람이 아니요, 이에 앞서 책삶을 일구는 사람부터 될 수 없다. (4344.3.8.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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