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 우리말 살가이 살피기 ㉠ 띄어쓰기


 우리말에는 띄어쓰기가 없었습니다. 처음 훈민정음이 태어나서 훈민정음으로 쓴 책이든, 지난날 한문으로 쓴 책이든 띄어쓰기를 하지 않습니다. 굳이 띄어서 쓰지 않아도 되는 우리말이며 한문이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에는 띄어쓰기를 하지 않은 글을 읽기 몹시 어렵습니다. 지난날에는 따로 띄어서 쓰지 않더라도 무슨 이야기를 들려주는가를 훤히 알 수 있었다면, 오늘날에는 하나하나 잘 띄어서 쓰지 않으면 엉뚱한 이야기로 여길 수 있습니다.

 띄어쓰기는 알파벳을 쓰는 서양에서 쓰는 글법입니다. 한자를 쓰는 중국이라든지 가나를 쓰는 일본은 띄어쓰기를 하지 않습니다. 다만, 일본책도 띄어쓰기를 아예 안 하지는 않으나, 굳이 띄어쓰기를 하지 않기도 합니다.

 글을 쓸 때에 띄어서 쓰는 까닭은, 띄어서 적지 않으면 무슨 글이고 무슨 뜻이며 무슨 얘기인지 알아보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말사랑벗들이 가만히 생각하면 어렵지 않게 깨달을 텐데, 요즈음 글을 쓰는 사람치고 쉽고 알맞으며 바르게 글을 쓰는 사람은 매우 드뭅니다. 갖은 영어에 한자 지식 자랑이 넘칩니다. 쉽고 바르게 썼더라도 모두 붙여서 적으면 읽기에 만만하지 않을 텐데, 쉽지도 않고 바르지도 않은데다가 갖가지 영어와 한자를 집어넣은 글일 때에는 띄어서 적지 않으면 읽기에 얼마나 힘들까요.

 그러니까, 띄어쓰기란, 읽기에 알맞거나 좋도록 띄자고 하는 글법이요, 서로서로 맞은편 사람을 헤아리는 글쓰기입니다. ‘글 읽는 사람’ 마음이 되어 쓰는 글법이에요.

 그런데 우리말 띄어쓰기는 뒤죽박죽입니다. 한 가지로 튼튼히 서지 못해요. 어느 때에는 붙여도 되고 어느 때에는 띄어도 된다고 하는 예외규정이 아주 많아요. 더구나, 정부 국립국어원에서 마련한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린 낱말이면 붙이고, 이 사전에 안 실린 낱말이면 띄어야 한다는 틀까지 있습니다.

 한편, 국어사전에 안 실렸으나 ‘한자로 지은 낱말’은 붙여서 써도 괜찮다는 ‘말없는 예외규정’이 있어요. 이를테면 ‘百夢’이나 ‘千夢’은 국어사전에 안 실립니다. 그런데 이 한자말을 ‘띄어서 쓰라’ 하지 않아요. ‘百夢’이라면 백 가지 꿈이고, ‘千夢’이라면 천 가지 꿈일 테지요. 한자로 지은 이러한 낱말은 붙여서 쓰라 하는데, 이와 비슷하게 ‘꿈길’을 이야기하듯 ‘사진길’이나 ‘책길’이나 ‘마음길’이나 ‘사람길’이나 ‘자전거길’이나 ‘버스길’을 이야기하려고 하면, 이러한 낱말은 국어사전에 안 실렸으니 띄라고만 합니다.

 우리 스스로 우리말을 새롭게 일구거나 빚도록 도와주지 못하는 띄어쓰기인 셈입니다.

 띄어쓰기를 옳게 가다듬는 일이란 어려울 수 있으나, 아주 쉬울 수 있습니다. 국어사전에 부록으로 실리는 띄어쓰기 말법을 읽으면 되고, 정 모르겠으면 ‘내 글을 읽을 사람이 잘 알아보도록 알맞게 띄자’고 생각하면 됩니다.

 알고 보면, 신문기자이든 출판사 편집자이든 국어학자이든 빈틈없이 띄어쓰기를 맞추지는 못해요. 중·고등학교 국어교사나 대학교 국어학과 교수이든 띄어쓰기를 알뜰살뜰 여미지는 못합니다. 학자들조차 띄어쓰기를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나머지 ‘늘 국어사전을 다시 들추고 규정을 거듭 읽으’면서 살펴야 한답니다.

 아무렇게나 띄거나 함부로 붙여서는 안 됩니다만, 글을 쓸 때에 띄어쓰기에 지나치게 매이지 않아야 한결 홀가분하면서 아름다이 내 생각을 펼칩니다. 사랑스러이 말하고 싶어 ‘사랑말’을 빚을 수 있고, ‘사랑편지’뿐 아니라 ‘사랑일기’를 쓸 수 있어요. 이러한 말마디를 내 나름대로 만들고 싶으면 얼마든지 붙여도 됩니다. ‘즐겨찾기’가 한 낱말이 되듯, 말사랑벗 스스로 즐기는 말삶을 차근차근 일구면서 좋은 새말을 ‘붙여쓰기’ 하면서 마련할 수 있어요.

 언제나 살아숨쉬는 말입니다. 말사랑벗부터 살아숨쉬는 고운 목숨입니다.
 

(최종규 . 2011 -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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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3.26. 

할머니한테서 오는 전화는 먼저 알아챈다. 다른 광고전화는 느낌이 안 오지만, 외할머니 전화는 금세 알아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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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3.24. 

맛있으니까 아버지도 먹어 보라며 숟가락을 내민다. 그래, 그래, 너 잘 먹어 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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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3.23. 

인형을 등에 업고 노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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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리 공주 4
히가시무라 아키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원고지 석 장 느낌글 007] 해파리 공주 4


 《해파리 공주》 4권에서도 츠키미는 스스로를 낮추는 속생각을 끊이지 않습니다. 1권부터 4권까지 츠키미는 늘 스스로를 몹시 깎아내립니다. 못생기고 초라하며 여자답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예쁜 아가씨들은 다른 별 사람인 듯 여깁니다. “드레스 따위 나와는 다른 세계 사람들이 입는 건데(144쪽).” 하고 생각합니다. 따지고 보면 틀리지는 않는 말입니다. 체육복이나 밋밋하고 칙칙하다는 빛깔 옷을 입는 사람도 ‘드레스를 입는 사람하고는 동떨어진 별에서 사는 사람’이라 할 수 있겠지요. 누군가는 벤츠라는 자가용을 흔한 탈거리로 여겨 전철이나 버스가 있는 줄 모를 테지만, 누군가는 날마다 몇 시간씩 전철이나 버스에 시달리며 파김치로 살아갈는지 모릅니다. 누군가는 남 앞에서 우쭐거리는 맛으로 살고, 누군가는 남 보란듯이 떵떵거리고 싶다는 꿈으로 살는지 모릅니다. 츠키미는 무슨 꿈을 어떻게 품으면서 살아가는 작고 여린 아이일까요. 꼭 드레스를 입어야 예뻐지거나 착해지거나 참다와질 수 있을까요. 체육복에 고무줄로 꽁지머리를 묶는다 하더라도 얼마든지 예쁘거나 착하거나 참답게 내 길을 씩씩한 걸음걸이로 내딛을 수 있을까요. (4344.4.5.불.ㅎㄲㅅㄱ)

― 히가시무라 아키코 그림, 최윤정 옮김, 학산문화사 펴냄, 201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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