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접종이 자폐를 부른다
제니 매카시 지음, 이수정 옮김 / 알마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의학 만능’이라는 편견과 싸우는 엄마들
 [책읽기 삶읽기 51] 제니 매카시, 《예방접종이 자폐를 부른다》(알마,2011)


 《예방접종이 자폐를 부른다》라는 책이 나왔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덜컥 이 책을 장만합니다. 예방접종 이야기를 다루는 새로운 책이 나왔다고 생각했고, 이제 좀 예방접종 말썽거리를 살피는 사람들이 생겼나 싶어 반갑기 때문입니다.


.. 시어스 박사는 한 명의 아기에게 허용되는 알루미늄의 양이 20마이크로그램인데도 불구하고 출생 당일에 주사하는 B형 간염 예방 백신 하나에만 무려 250마이크로그램에 달하는 독소가 들어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결국 아기들은 만 2세가 될 때까지 총 1875마이크로그램의 알루미늄이 함유된 예방주사를 맞게 된다 ..  (10쪽/추천글-제이 고든)


 그런데, 《예방접종이 자폐를 부른다》라는 책은 예방접종 말썽거리를 다루는 책이 아닙니다. 예방접종 이야기는 추천글에 적힌 두 줄이 끝입니다. 더욱이, 예방접종 성분 이야기 또한 이 두 줄이 모두입니다.

 예방접종 성분은 한두 가지가 아니요, 말썽이 되는 성분은 알루미늄·포름알데히드·페놀·치메로살(에틸수은)·에틸렌글리콜·염화젠제토늄·젤라틴·글루타민산염·네오마이신·스트렙토마이신 ……이며 끝이 없는데, 이런 이야기는 도무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문득 궁금해서, 간기를 들여다봅니다. 2008년에 미국에서 《mother warriors》라는 이름으로 나왔던 책이 2011년 한국에서 《예방접종이 자폐를 부른다》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셈입니다. 그러니까, 미국에서 처음 나온 이 책은 “예방접종이 자폐를 부른다”가 아니라 “싸우는 어머니들”입니다. ‘의학 만능’이나 ‘의학 맹신’하고 ‘싸우는 어머니들’ 이야기를 다루는 책이 《예방접종이 자폐를 부른다》인 셈입니다.


.. 다른 병원을 찾아가 보기로 결심하고 나는 저명한 뇌신경 전문의를 만났다. 에번을 진료한 그가 정중하게 내 손을 잡더니 말했다. “안됐지만, 아드님은 자폐증입니다.” ..  (19쪽)


 261쪽에 이르는 책을 다 읽고 나니, 책 뒤쪽에 ‘내 아이는 자폐를 타고나지 않았다’와 ‘예방주사가 때로는 위험할 수 있다’와 ‘자폐는 치유할 수 없는가?’라는 세 마디가 적힙니다.

 그래, 이 책은 ‘자폐 아이가 생기는 까닭’을 ‘의사나 정부나 공공기관이나 과학자나 기자’나 어느 누구나 가르치거나 밝히지 않기 때문에, 아이를 사랑하는 어머니 스스로 ‘자폐가 왜 생기는가’를 찾아내려 애쓰면서 ‘자폐를 고치려는 눈물겨운 싸움’을 들려줍니다.

 그런데, 정작 글쓴이 제니 매카시 님이 ‘식이요법’으로 자폐 아이를 고친다고 말은 하면서도 ‘어떤 식이요법을 어떻게 했는지’는 한 줄로도 나오지 않아요. ‘독소를 없애야 한다’고는 말하지만, 독소가 무엇이고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받아들일밖에 없는 수많은 독소는 무엇인지를 돌아보지 않습니다.


.. 이제는 어딜 가 봐도, 엄마들이 유전자 연구를 더 많이 해 달라고 간청하지 않는다! 이 엄마들은 장누수증, 발진, 극심한 알레르기, 음식 등에 관해 적극적인 연구를 해 달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도와줘야 할 대상은 바로 그들이다. 과학이 부모를 따라가는 속도가 이렇게 느리다는 사실이 슬프고도 답답하다. 과학자들은 부모들과 마주앉아 대화를 나눌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들은 오로지 유전자 연구와 눈맞춤 개선에만 매달리고 있다 ..  (165쪽)


 예방접종 이야기를 다루지 않으면서도 《예방접종이 자폐를 부른다》 같은 책이름을 붙일 수 있겠지요. 책 껍데기를 보면 자잘한 글로 “병원에서는 아홉 가지 질병을 예방하는 주사를 네 대 놓았다고 설명했다. 집으로 돌아온 후, 엘리아스는 심한 발작성 경련을 일으켰다.” 같은 이야기가 적힙니다. 한국에서도 흔히 겪음직한 이야기입니다. 예방접종을 하루에 여러 대 놓거나 며칠 사이에 여러 가지를 놓는 일이 참 흔합니다. 그런데, 예방접종을 이렇게 했을 때 아이 몸이 어떻게 바뀔는지를 살피거나 따지는 연구란 없습니다. 의사도 간호사도 보건소 공무원도 모릅니다.

 그리고, 이 책 《예방접종이 자폐를 부른다》에서도 예방접종이 어떻게 말썽거리이며, 예방접종 성분이라도 어떻게 되는가를 알아보려 하는 이야기가 없습니다. 예방접종 성분을 알아보려 한들 의사나 간호사나 보건소 공무원 아닌 여느 사람들이 알기란 몹시 힘듭니다. 병원에서 약 처방을 하더라도 약 성분이 무엇인지는 알 노릇이 없습니다. 아이가 넘어져서 피가 날 때에 바르는 연고조차 연고에 깃든 성분이 무엇인가를 낱낱이 밝히지 않습니다.

 어머니를 비롯해 아버지도 생각해야 합니다. 값싼 라면이든 과자이든, 봉지를 들여다보면 라면이나 과자를 만든 성분을 낱낱이 적습니다. 햄이든 소시지이든 어떤 합성원료와 화학약품과 인공색소를 넣었는지 꼼꼼이 밝힙니다. 이렇게 성분을 밝히지 않으면 어떠한 라면이나 과자도 팔 수 없어요. 그렇지만, 예방접종은 성분을 아무한테도 아무것도 안 밝히지만 버젓이 맞힙니다. 오늘날 대한민국 초등학교는 ‘예방주사 안 맞힌 아이’는 못 들어오게 막습니다. 초등학교에서도 예방주사를 꾸준히 맞힙니다.

 요즈음은 ‘친환경 무상급식’이 유행말처럼 떠돕니다. ‘친환경’이 아니고서는 아이한테 함부로 먹이면 안 되는 줄을 겉훑기로나마 알기는 합니다. 그러면 ‘친환경’이란 무엇일까요. 아이나 어른이 먹는 밥에는 ‘어떠한 성분이 깃들면 안 될’까요. 화학조미료(MSG)가 나쁜 줄을 안다면, 화학약품이 사람(어른이든 아이이든) 몸에 좋을 수 있을까요.


.. 나는 자폐증은 대부분의 경우 예방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우선 예방 백신에서 독소를 제거하고 예방주사의 횟수를 줄이면 된다. 그리고 살충제나 중금속 같은 환경 독소에 아이를 노출시키지 않아야 한다. 이미 여러 연구 결과에서 예방 백신의 독소와 환경 독소가 자폐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혀졌다. 그런데 왜 언론에서는 이를 대대적으로 다루지 않는 걸까? … 이제 부모들은 운 좋게 건강해서 독소를 원활하게 제거할 수 있는 아이들뿐 아니라 모든 아이들을 위해 안전한 예방 백신을 만들어야 할 때가 되었음을 알아야 한다 ..  (214∼215쪽)


 ‘안전한 예방접종을 위한 모임(www.selfcare.or.kr)’이라는 누리집이 있습니다. 예방접종은 안전하지 못할 뿐 아니라 몹시 위험하기 때문에 태어난 누리집입니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모임은 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예방접종이 안전한지 안전하지 않은지를 생각하는 사람이 매우 적기 때문입니다.

 예방접종을 놓는 의사나 간호사나 보건소 공무원 가운데 ‘예방접종 성분이 무엇인가’를 똑똑히 아는 사람은 몹시 드뭅니다. 아마, 거의 모든 의사나 간호사나 보건소 공무원은 예방접종 성분을 모를 뿐 아니라, 구태여 알려 하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또한, 예방접종 성격이 무엇이고, 예방접종을 하면 내 몸이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를 헤아리는 의사나 간호사나 보건소 공무원은 몹시 드물겠지요.

 예방접종을 다루는 책은 《예방접종 어떻게 믿습니까》(스테파니 케이브 글,차혜경 옮김,바람 펴냄,2005) 한 권하고, 《예방접종, 부모의 딜레마》(그레그 비티 씀,김윤아 옮김,잉걸 펴냄,2006) 한 권에다가, 《백신 그리고 우리가 모르는 이야기》(팀 오시 씀,오경석 옮김,여문각 펴냄,2006) 한 권이 있습니다.

 한국에는 예방접종 이야기를 다룬 책이 아직 이 셋 말고는 더 없습니다. 한국사람 스스로 예방접종 이야기를 다루는 책을 쓰지도 못합니다. 세 가지 가운데 하나라도 읽는다면 예방접종이 무엇인지를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습니다. 세 가지 모두 읽는다면 예방접종 때문에 돌림병이 자꾸 생길 뿐 아니라 사라지려던 병마저 새삼스레 크게 번지는 줄을 알 수 있습니다.

 제니 매카시라는 미국사람이 낸 책은 “예방접종이 자폐를 부른다”라는 이름을 붙여서는 안 된다고 느낍니다. 이 책은 이 책에 걸맞게 이름을 붙여야 합니다. “‘의학 만능’이라는 편견과 싸우는 엄마들”이든 “‘의학 맹신’과 싸우는 엄마들”이든, 아이가 아이답게 자라지 못하도록 가로막는 ‘의학 만능’과 ‘의학 맹신’하고 싸우느라 지치거나 고단한 어머니들 이야기를 살포시 느끼도록 올바른 이름으로 고쳐서 다시 내놓아야 합니다. (4344.4.16.흙.ㅎㄲㅅㄱ)


― 예방접종이 자폐를 부른다 (제니 매카시 씀,이수정 옮김,알마 펴냄,2011.3.21./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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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서너 살 아이와 영어 그림책 읽기


 오늘날 숱한 두서너 살 아이들이 일찍부터 영어 그림책을 읽으며 영어를 배운다는 이야기를 얼핏설핏 들으면서 우리 집 아이를 가만히 떠올려 본다.

 우리 집 아이는 돌이 되기 앞서부터 영어 그림책을 보았다. 영어로 된 그림책뿐 아니라 일본말로 된 그림책을 보았다. 일본말로 된 그림책에다가 독일말이나 프랑스말로 된 그림책을 함께 보았다. 때로는 러시아말이나 스페인말로 된 그림책을 나란히 보았다.

 아이가 어릴 적부터 글을 깨우치도록 무언가 가르칠 생각에서 여러 가지 그림책을 보여주지는 않았다. 아직 우리 말로 옮겨지지 못한 좋은 나라밖 그림책이라면 헌책방에서 마주할 때에 즐겁게 장만해서 보여주었다.

 때로는 한국에 옮겨진 그림책을 굳이 나라밖 책으로 보여주곤 한다. 한국말로 옮겨진 그림책은 빛느낌이 너무 안 좋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바바빠빠》를 들 수 있다. 한국에는 1994년에 처음으로 옮겨졌고, 우리 집에는 2007년 29쇄가 있다. 그런데 한국판 《바바빠빠》는 빛느낌이 끔찍하도록 엉터리이다. 우리 집에는 일본에서 나온 《ベ-ベペペ》도 있는데, 일본판은 1972년에 처음 나왔고 2003년에 자그마치 203쇄를 찍는데, 바바빠빠 빛느낌이 잘 살았다. 한국판 바바빠빠는 시뻘건 빛깔인데, 바바빠빠는 빨갱이가 아니다. 분홍이이다. 그런데 내가 가진 책만 빨강이일는지 모른다. 한국에서는 쇄를 거듭할 때마다 바바빠빠 빛깔이 바뀌는지 모른다. 어느 때에는 붉음이인 바바빠빠요 어느 때에는 짙은 분홍이인 바바빠빠인 듯하다. 어쩜 이렇게 책마다 바바빠빠 빛깔이 달라질 수 있을까.

 나는 한국 그림책을 그닥 믿지 못한다. 2007년에 옮겨진 《짝꿍 바꿔 주세요》는 일본에서 1991년에 나왔던 책을 옮겼는데, 우리 집에는 일본판을 퍽 일찍부터 헌책방에서 만나서 즐겁게 보다가 아이가 태어난 뒤에는 아이한테 자주 읽어 주곤 한다. 그렇다고 내가 일본말을 잘 하기에 일본말을 번역하며 읽어 주지는 못한다. 그림을 보면서 이 대목에서는 무슨 이야기일까 헤아리면서 읽어 주었다.

 한국판 《짝꿍 바꿔 주세요》 또한 한국판 《바바빠빠》와 매한가지로 빛느낌이 썩 나쁘다. 일본 그림책 빛느낌은 매우 보드라우면서 밝다. 한국 그림책 빛느낌은 퍽 어두우면서 거칠다. 왜 이렇게 될까. 왜 이토록 달라질까.

 예전에 어린이책 출판사에서 일하며 이태수 님 그림책을 일본말로 옮겨서 내던 일을 떠올려 본다. 나는 영업부 직원이니 편집일에 끼어들거나 어찌저찌 하지 않는다. 책이 나오면 신나게 책방마실 하면서 책팔이를 할 뿐이다. 일본에서 내놓은 《우리 순이 어디 가니》와 《심심해서 그랬어》를 보는데, 한국에서 나온 그림책보다 빛느낌이 훨씬 보드라우면서 해맑았을 뿐 아니라, 구석구석 더욱 또렷했다. 《심심해서 그랬어》는 주인공 모습이 책 가운데에 씹히지 않도록 0.5센티미터를 옆으로 살짝 옮겨 놓기까지 했다. 제본 또한 일본책이 훨씬 훌륭했고.

 나는 우리 아이한테 나라밖 그림책을 애써 읽힐 마음이 없다. 우리 아이가 어린 나이부터 영어 그림책을 읽으며 영어를 배우기를 바라지 않는다.

 다만 한 가지를 생각한다. 우리 아이는 그림책다운 그림책을 읽을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 아이는 책다운 책을 마주할 수 있기를 바란다. 좋은 책이 좋은 제본과 땀방울에 따라 태어날 수 있기를 바란다.

 아이 스스로 나중에 영어를 배우고 싶으면 언제라도 배우라지. 우리 집에는 수많은 한국말사전과 영어사전과 영어책이 골고루 있으니까. 아버지로서 아이한테 따로 영어를 가르칠 마음이 없다. 영어이든 뭐든 스스로 배우고 싶다고 느껴 스스로 찾아나서야 배울 수 있다. (4344.4.15.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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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4.5. 

엄마 손을 잡고 산에 가자고 이리로 가자며 이끄는 아이. 좋아서 죽을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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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4.3. 

요즈음 아이는 홀라당 다 벗고 놀기를 좋아한다. 이제 날이 덥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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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4.3. 

빨래 개는 아이. 아이 예뻐. 그런데... 왜 요새는 안 개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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