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10.29.


《후쿠시마 사고 Q&A》

 고이데 히로아키 글/고노 다이스케 옮김, 무명인, 2012.10.25.



새벽에 다시 길을 나선다. 순천으로 건너간다. 이태 앞서 ‘세빛중’으로 이름을 바꾼 예전 ‘순천여중’에서 푸른씨를 만난다. 누구는 ‘요즘 푸른씨 걱정’을 하지만, 누구는 ‘한결같이 푸른씨 곁에서’ 함께 배우고 가르친다. 걱정하자면 예나 이제나 끝없을 테지만, 그저 곁에서 함께 배우고 가르치고 나누고 베풀면 한 가지씩 차분히 풀어낸다. 《후쿠시마 사고 Q&A》를 돌아본다. 문득 태어났고 조용히 사라진 책이다. 우리는 체르노빌이든 드리마일이든 후쿠시마이든 쉽게 잊는다. 이웃나라나 먼나라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날마다 터지고 죽고 무너지고 아픈 목소리가 넘쳐나지만, 정작 이런 목소리를 찬찬히 받아서 가만히 알리는 길(언론)은 너무 드물다. 새길을 밝히지 못하는 붓이 춤추고, 오래길을 헤아리는 붓은 뒷전이다. 삶이란, ‘배우기’만 해서는 곯는다. 배울 적마다 곧장 익힐 노릇이요, 익힌 뒤에는 읽고 일구고 이으며 이야기로 지펴서, 저마다 이곳에 있는 님(임)으로 피어나야지 싶다. 나라 곳곳에서 펑펑 터지고 죽을 적에 무엇을 느끼고 배우는가? 푸른별 여기저기에서 싸우고 죽일 적에 무엇을 보면서 어깨동무하는가? 이 땅에 ‘왼길’ 같거나 ‘오른길’ 닮은 무리는 안 보이는데, 다들 왼오른으로 가르기만 한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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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10.30.


《나비를 잡는 아버지》

 현덕 글, 원종찬 엮음, 창비, 2009.5.29.



비로소 느긋이 새벽을 맞는다. 오늘만큼은 어디에도 안 나간다. 등허리를 느긋이 펴며 01시를 열고서 일을 하다가, 06시쯤 즐겁게 다시 몸을 편다. 풀벌레노래는 다 잦아든 듯싶다. 아침저녁으로 텃새노래를 듣는다. 감을 쪼는 새는 즐겁게 외친다. “봐! 봐! 새빨간 요 녀석! 아주 맛나!” 새가 한 해 동안 벌레잡이를 얼마나 많이 하는가. 감알쯤 한 자루 내주어도 된다. 저물녘에 두바퀴를 달리려 했는데 뒷바퀴 바람이 푸쉬쉬 빠진다. 길에서 못이나 가시를 밟았거나, 들고양이가 두바퀴 곁에서 자다가 긁은 듯하다. 이튿날 낮에 뜯어서 고쳐야겠다. 저녁에 맵밥(카레)을 끓인다. 같이 맵밥을 먹고서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함께 본다. 굳이 더 볼 까닭이 없이 엉성하고 맹한 줄거리이다. ‘일본 오니’랑 ‘하늬 산송장(좀비)’을 ‘한나라(한국)’ 살림인 듯 꿰맞추었네. ‘탈 쓴 깨비’가 아닌 ‘그냥 오니 낯짝’인걸. ‘일본스런 바비인형’인 아이들인데 무슨 ‘한노래(케이팝)’일까. 돈벌이는 안 나쁘되 돈만 쳐다볼 적에 어떤 그림이 태어나는지 잘 보았다. 《나비를 잡는 아버지》를 오랜만에 되읽는데, 이제는 다시 읽히기 어렵겠다고 느낀다. 처음 현덕을 읽을 적에는 1930해무렵 작은살림을 엿볼 만하다고 여겼는데, 작은살림은 다루되 작은살림을 잇고 가꾸는 데까지는 미처 못 뻗었구나 싶다. 때(시대)를 담은 대목으로도 알뜰한 글일 수 있지만, 때문(터문)도 담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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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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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10.31.


《알이 깨어났어요》

 김정민 글·그림, 문화온도 씨도씨, 2025.5.20.



고흥집에서 쉬면서 발바닥은 조금씩 풀린다. 바람소리와 새소리가 흐르는 하루요, 늦가을을 앞두고도 풀포기는 잎을 푸르게 내놓는다. 잎을 가만히 보면 갉은 자국이 있다. 아직 애벌레와 풀벌레가 있다는 뜻이다. 겨울 들목에도 푸른이웃이 힘내는 삶을 들여다볼 만하다. 읍내로 저잣마실을 가려니 큰아이가 “나도 짐꾼으로 갈까요?” 하고 묻는다. “아버지 혼자 짐꾼이어도 돼.” 하고 말하지만 기꺼이 따라나선다. 우리는 함께 걷고, 함께 시골버스를 타고, 함께 짐을 나르면서 차분히 이야기한다. 이 삶에서 무엇을 보고 듣고 느껴서 배울는지 짚는다. 날마다 배우는 바를 어떻게 온몸으로 새길는지 헤아린다. 《알이 깨어났어요》를 되새긴다. 즐겁게 이 삶을 들려주는 그림책이다. 어쩌면 이렇게 “삶이란 즐겁게 만나는 가싯길에 고갯길이지만 늘 새삼스레 웃고 얘기하며 떠들썩하다” 같은 대목을 담은 책은 덜 눈여겨보다 안 쳐다볼는지 모른다. 목청을 높이는 책을 눈여겨본다든지, 이쪽이나 저쪽에 서서 팔띠를 둘러야 팔릴 만한지 모른다. 그렇지만 나는 사람빛을 말하는 책을 곁에 두고 싶다. 사랑을 노래하는 책을 아이랑 함께 누리고 싶다. 목청과 목소리에는 빛이 없는걸. 빛은 늘 너랑 내가 사람이자 사랑인 줄 헤아리는 곳에 있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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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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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11.1.


《사랑은 하트 모양이 아니야》

 김효인 글, 안전가옥, 2025.2.14.



부산으로 일을 가는 새벽에 큰아이 이마를 쓸어넘기니 문득 눈을 뜬다. “아버지, 어디 가요?” “응, 부산.” 사흘 동안 두 아이가 곁님하고 이모저모 챙길 살림길을 들려준다. 이제는 굳이 안 들려주어도 세 사람이 어질게 잘 한다고 느끼지만, 언제나처럼 꼬박꼬박 이야기한다. 우리가 함께 보금살림을 짓는 밑힘이란 늘 ‘이야기’이니까. 빈자리 없는 부산버스를 네 시간 달린다. 사상나루에 내려서 〈책과 아이들〉에 짐을 풀고서 곧장 〈금목서가〉로 간다. 부산인문연대에서 짬을 내주어 ‘부산 작은책집 나들이’를 꾀한다. 오늘로 넉걸음째이다. 일흔 살 남짓 살아내면서 ‘부산 영광도서’는 알아도 ‘부산 작은책집’은 처음이라는 이웃님한테 왜 굳이 다리품과 짬과 돈을 들여서 작은책집으로 나들이를 하는지 이야기한다. 우리는 ‘눈’으로뿐 아니라 ‘손’과 ‘발’과 ‘마음’으로도 책을 읽으니까. 《사랑은 하트 모양이 아니야》를 오늘 〈금목서가〉에서 장만했고 밤에 읽는다. 글꽃(소설)이다. 나나 곁님이나 우리집 아이들은 이러한 글은 안 읽지만, 둘레에서 책읽는 이웃은 이러한 글을 꽤 읽는다. 곁님은 요새 〈도깨비〉라는 예전 놀이판(연속극)을 처음으로 들여다보면서 여러모로 말한다. ‘도깨비’란 무엇인가? 도깨비가 ‘사람몸’을 입을 수 있는가? 우리는 ‘도깨비’가 아니라 ‘도깨비가 입은 옷(사람탈)’을 도깨비로 잘못 여기지 않나? 글은 ‘글’인데, ‘문학’이나 ‘소설’이라는 옷을 입히면서 글빛이 사라지거나 바래지 않나?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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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책보퉁이 (2025.9.6.)

― 전북 전주 〈책보책방〉



  반짝이는 책집을 반짝이는 첫가을에 여는 분이 있고, 눈부신 봄이나 짙푸른 여름이나 새하얀 겨울에 여는 분이 있습니다. 반짝이는 책집으로 마실할 적에는 저도 나란히 반짝걸음입니다. 눈부신 책집으로 찾아갈 적에는 저도 함께 눈부신 손길입니다. 짙푸르거나 새하얀 책집으로 오가는 먼먼 나들이란 스스로 짙푸르게 물들고 하얗게 피어나는 익힘길이라고 느낍니다.


  여러 해 앞서부터 ‘한 달에 하루씩 마음글쓰기(마음을 말로 담아서 노래가 되는 시쓰기수업)’를 꾸리곤 합니다. 제가 전남 고흥 두멧시골에서 살기에 어디이든 다 먼 터라, ‘한 달 하루 모임자리’도 만만하지 않습니다만, 여러 고을 여러 이웃님이 어떤 터전에서 어떤 날과 달과 철과 해를 맞이하는지 나란히 느끼는 ‘한 달 하루 마실꽃’은 퍽 즐겁습니다.


  두멧시골에는 책집이 없으니 책집마실을 못 하지만, 큰고장에서 살던 무렵에는 ‘가까운 모든 책집을 적어도 한 달에 하루씩 책마실을 하자’는 마음으로 지냈습니다. 이레마다 책마실을 한다든지, 날마다 책마실을 하는 길이 훌륭할 테지만, 집일부터 추스르면서 책읽기와 글쓰기를 천천히 잇자고 여겼어요.


  오늘은 전북 전주 〈책보책방〉으로 새벽길을 나섭니다. 이튿날 부산에서 펴는 이야기꽃에 맞추어 하루 일찍 길을 나서되, 전주를 거쳐서 돌아가려고 합니다. 먼길을 가는 김에 더 빙그르르 돌면서 책빛을 누리려는 셈입니다. 전주에 닿고 보니 마침 ‘전주독서대전’이 한창이라 하고, 〈평산책방〉을 꾸리는 분도 다녀갔다고 시끌시끌합니다. 그런데 모름지기 책잔치라면 모든 책지기와 책집지기와 책동무가 어깨동무할 일이지 싶습니다. 이름난 누구를 앞세운다면 잔치하고 멀어요.


  책보퉁이를 떠올립니다. ‘독서대전’이라는 중국말씨는 ‘책잔치’하고 멀다고 느낍니다. 우리로서는 “채우고 챙기고 차오르고 참하면서 착하게 차근차근 일구는 책”이 있어요. ‘책’과 ‘읽기’와 ‘잔치’ 같은 쉬운말과 등지는 곳은 어쩐지 휑뎅그렁합니다. 전주라면 ‘온고을책’이나 ‘온빛책’이나 ‘온숲책’이나 ‘온책숲’처럼 말빛과 책빛을 보드랍게 살릴 만합니다. ‘온고을(전주)’이라는 이름과 맞물려서 살릴 새길을 바라볼 적에 너나없이 책이웃으로 만날 테고요.


  우리가 펴는 모든 말(꽃말·막말 모두)은 언제나 ‘남·남들’이 아닌 ‘나·우리’한테 들려주는 씨앗입니다. 스스로 작은숲을 이루는 작은꽃을 피우고 싶기에 꽃말을 베풉니다. 스스로 서울 꽁무니를 따라가려고 막말을 많이 퍼뜨립니다. 예부터 “말이 씨가 된다”고 하면서, “누워서 침뱉기”라고 합니다. 숲씨 같은 말씨를 앉으나 서나 누우나 걸으나 들려주는 길을 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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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 시를 믿게 하였다 (이훤의 4월)》(이훤, 난다, 2025.4.1.)

《6교시에 너를 기다려》(성욱현 글·모루토리 그림, 문학동네, 2024.11.12.)

《생각한다는 것》(고병권, 너머학교, 2010.3.31.첫/2016.11.10.24벌)

《역사를 만든 음악가들》(로르 도트리슈/이세진 옮김, 프란츠, 2022.3.31.첫/2022.4.29.2벌)

#LaureDautriche #Ces musiciens qui ont fait l’histoire (2019년)

《페미니즘 교실》(김고연주 엮음, 돌베개, 2019.3.29.첫/2019.5.30.2벌)

《코끼리 똥》(헬메 하이네/이지연 옮김, 베틀북, 2001.12.20.첫/2017.5.20.11벌)

#Elefanteneinmaleins #HelmeHeine

《이상한 정상가족》(김희경, 동아시아, 2017.11.21.첫/2018.8.10.7벌)

《섬에서 부르는 노래》(손세실리아, 강, 2021.11.30.)

《6》(성동혁, 민음사, 2014.9.12.)

《달려라, 택배 트럭!》(임미성 글·윤지회 그림, 문학동네, 2018.3.5.첫/2018.4.12.2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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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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