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책보퉁이 (2025.9.6.)

― 전북 전주 〈책보책방〉



  반짝이는 책집을 반짝이는 첫가을에 여는 분이 있고, 눈부신 봄이나 짙푸른 여름이나 새하얀 겨울에 여는 분이 있습니다. 반짝이는 책집으로 마실할 적에는 저도 나란히 반짝걸음입니다. 눈부신 책집으로 찾아갈 적에는 저도 함께 눈부신 손길입니다. 짙푸르거나 새하얀 책집으로 오가는 먼먼 나들이란 스스로 짙푸르게 물들고 하얗게 피어나는 익힘길이라고 느낍니다.


  여러 해 앞서부터 ‘한 달에 하루씩 마음글쓰기(마음을 말로 담아서 노래가 되는 시쓰기수업)’를 꾸리곤 합니다. 제가 전남 고흥 두멧시골에서 살기에 어디이든 다 먼 터라, ‘한 달 하루 모임자리’도 만만하지 않습니다만, 여러 고을 여러 이웃님이 어떤 터전에서 어떤 날과 달과 철과 해를 맞이하는지 나란히 느끼는 ‘한 달 하루 마실꽃’은 퍽 즐겁습니다.


  두멧시골에는 책집이 없으니 책집마실을 못 하지만, 큰고장에서 살던 무렵에는 ‘가까운 모든 책집을 적어도 한 달에 하루씩 책마실을 하자’는 마음으로 지냈습니다. 이레마다 책마실을 한다든지, 날마다 책마실을 하는 길이 훌륭할 테지만, 집일부터 추스르면서 책읽기와 글쓰기를 천천히 잇자고 여겼어요.


  오늘은 전북 전주 〈책보책방〉으로 새벽길을 나섭니다. 이튿날 부산에서 펴는 이야기꽃에 맞추어 하루 일찍 길을 나서되, 전주를 거쳐서 돌아가려고 합니다. 먼길을 가는 김에 더 빙그르르 돌면서 책빛을 누리려는 셈입니다. 전주에 닿고 보니 마침 ‘전주독서대전’이 한창이라 하고, 〈평산책방〉을 꾸리는 분도 다녀갔다고 시끌시끌합니다. 그런데 모름지기 책잔치라면 모든 책지기와 책집지기와 책동무가 어깨동무할 일이지 싶습니다. 이름난 누구를 앞세운다면 잔치하고 멀어요.


  책보퉁이를 떠올립니다. ‘독서대전’이라는 중국말씨는 ‘책잔치’하고 멀다고 느낍니다. 우리로서는 “채우고 챙기고 차오르고 참하면서 착하게 차근차근 일구는 책”이 있어요. ‘책’과 ‘읽기’와 ‘잔치’ 같은 쉬운말과 등지는 곳은 어쩐지 휑뎅그렁합니다. 전주라면 ‘온고을책’이나 ‘온빛책’이나 ‘온숲책’이나 ‘온책숲’처럼 말빛과 책빛을 보드랍게 살릴 만합니다. ‘온고을(전주)’이라는 이름과 맞물려서 살릴 새길을 바라볼 적에 너나없이 책이웃으로 만날 테고요.


  우리가 펴는 모든 말(꽃말·막말 모두)은 언제나 ‘남·남들’이 아닌 ‘나·우리’한테 들려주는 씨앗입니다. 스스로 작은숲을 이루는 작은꽃을 피우고 싶기에 꽃말을 베풉니다. 스스로 서울 꽁무니를 따라가려고 막말을 많이 퍼뜨립니다. 예부터 “말이 씨가 된다”고 하면서, “누워서 침뱉기”라고 합니다. 숲씨 같은 말씨를 앉으나 서나 누우나 걸으나 들려주는 길을 그립니다.


ㅍㄹㄴ


《청년이 시를 믿게 하였다 (이훤의 4월)》(이훤, 난다, 2025.4.1.)

《6교시에 너를 기다려》(성욱현 글·모루토리 그림, 문학동네, 2024.11.12.)

《생각한다는 것》(고병권, 너머학교, 2010.3.31.첫/2016.11.10.24벌)

《역사를 만든 음악가들》(로르 도트리슈/이세진 옮김, 프란츠, 2022.3.31.첫/2022.4.29.2벌)

#LaureDautriche #Ces musiciens qui ont fait l’histoire (2019년)

《페미니즘 교실》(김고연주 엮음, 돌베개, 2019.3.29.첫/2019.5.30.2벌)

《코끼리 똥》(헬메 하이네/이지연 옮김, 베틀북, 2001.12.20.첫/2017.5.20.11벌)

#Elefanteneinmaleins #HelmeHeine

《이상한 정상가족》(김희경, 동아시아, 2017.11.21.첫/2018.8.10.7벌)

《섬에서 부르는 노래》(손세실리아, 강, 2021.11.30.)

《6》(성동혁, 민음사, 2014.9.12.)

《달려라, 택배 트럭!》(임미성 글·윤지회 그림, 문학동네, 2018.3.5.첫/2018.4.12.2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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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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