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10.31.


《알이 깨어났어요》

 김정민 글·그림, 문화온도 씨도씨, 2025.5.20.



고흥집에서 쉬면서 발바닥은 조금씩 풀린다. 바람소리와 새소리가 흐르는 하루요, 늦가을을 앞두고도 풀포기는 잎을 푸르게 내놓는다. 잎을 가만히 보면 갉은 자국이 있다. 아직 애벌레와 풀벌레가 있다는 뜻이다. 겨울 들목에도 푸른이웃이 힘내는 삶을 들여다볼 만하다. 읍내로 저잣마실을 가려니 큰아이가 “나도 짐꾼으로 갈까요?” 하고 묻는다. “아버지 혼자 짐꾼이어도 돼.” 하고 말하지만 기꺼이 따라나선다. 우리는 함께 걷고, 함께 시골버스를 타고, 함께 짐을 나르면서 차분히 이야기한다. 이 삶에서 무엇을 보고 듣고 느껴서 배울는지 짚는다. 날마다 배우는 바를 어떻게 온몸으로 새길는지 헤아린다. 《알이 깨어났어요》를 되새긴다. 즐겁게 이 삶을 들려주는 그림책이다. 어쩌면 이렇게 “삶이란 즐겁게 만나는 가싯길에 고갯길이지만 늘 새삼스레 웃고 얘기하며 떠들썩하다” 같은 대목을 담은 책은 덜 눈여겨보다 안 쳐다볼는지 모른다. 목청을 높이는 책을 눈여겨본다든지, 이쪽이나 저쪽에 서서 팔띠를 둘러야 팔릴 만한지 모른다. 그렇지만 나는 사람빛을 말하는 책을 곁에 두고 싶다. 사랑을 노래하는 책을 아이랑 함께 누리고 싶다. 목청과 목소리에는 빛이 없는걸. 빛은 늘 너랑 내가 사람이자 사랑인 줄 헤아리는 곳에 있는걸.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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