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사람을 사진으로 담는 최민식 님이, 그동안 내놓은 사진책 <휴먼> 14권을 간추린 사진책을 선보인다. 이제는 찾아보기 몹시 어려운 예전 사진책에서 하나하나 가려뽑은 도톰하고 앙증맞은 사진책이 되겠구나. 이 작고 도톰한 사진책이 우리 사진벗 모두한테 예쁜 선물이 될 수 있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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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선집- Human Vol.1-14
최민식 지음 / 눈빛 / 2012년 12월
29,000원 → 27,550원(5%할인) / 마일리지 830원(3% 적립)
2012년 12월 31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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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아홉 달째 함께 살아가는 작은아이가 ‘엄마’와 ‘아빠’라는 낱말 말고, 세 번째로 다른 낱말을 한 마디 뱉는다. ‘코’. 눈 코 귀 입 혀 이마 머리 목 많이 있는데, 손 발 다리 배 배꼽 손가락 발가락 많이 있는데, 어떻게 너는 다른 무엇보다 ‘코’를 이렇게 일찍 말하니? 작은아이한테 세 번째 낱말이 생겼으니, 곧 네 번째 다섯 번째 낱말이 줄줄이 이어질까? 무럭무럭 자라며 튼튼하고 씩씩하게 네 생각을 꽃피우렴. 4345.12.31.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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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말 짓는 애틋한 틀
 (313) 덧- : 덧밀가루

 

“잠깐, 여러 장 달라붙었잖아. 덧밀가루 뿌렸어?”
《오자와 마리/노미영 옮김-은빛 숟가락 (1)》(삼양출판사,2012) 53쪽

 

  만화책을 읽다가 문득 멈춥니다. 어, ‘덧밀가루’라는 말이 있나? 국어사전을 들춥니다. 국어사전에는 ‘덧밀가루’라는 낱말이 안 나옵니다. 나는 어릴 적부터 이런 말을 들은 적도 쓴 적도 없습니다. 만두를 빚을 적에 우리 어머니는 늘 “밀가루를 뿌리라.”고만 하셨지 “덧밀가루를 뿌리라.”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덧밀가루’라 한다면, “덧붙이는 밀가루”인 셈이요. 하지 않아도 될 만하지만, 부러 더 놓거나 쓰는 밀가루라 할 만합니다. 그래서, 만두를 빚으면서 도마에 밀가루를 뿌린다든지, 만두껍질을 편다든지, 다 빚은 만두를 쟁반에 올린다든지, 이런저런 자리에 밀가루를 ‘더 뿌린다’고 할 적에 쓰는 낱말로 잘 어울립니다. 참 알맞다 싶은 낱말입니다.

 

 덧말 . 덧글 . 덧이야기
 덧셈 . 덧생각 . 덧마음
 덧일 . 덧돈 . 덧손

 

  무언가 더한다고 할 때에는 ‘덧-’을 앞가지로 삼을 수 있습니다. ‘덧셈’ 같은 낱말을 빼고는 국어사전에조차 안 실린다 할 텐데, 국어사전에 실리고 말고를 떠나, 이러한 낱말을 알맞게 쓸 만하다면 쓸 노릇입니다. 인터넷에서는 ‘댓글’이나 ‘덧글’ 같은 말마디를 즐겁게 쓸 수 있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마친 다음, 따로 덧붙이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덧이야기’를 할 수 있어요. 생각을 더하며 ‘덧생각’이 되고, 모자라다 싶은 돈이든 넉넉하다 싶은 돈이든, 여기에 조금 더 보태고 싶은 돈이면 ‘덧돈’이 돼요. 일손이 넉넉하다 하더라도 내 손길을 보태면 ‘덧손’이 됩니다.


  한 가지 더 생각한다면, ‘덧노래’ 같은 낱말을 지을 수 있습니다. 노래잔치를 하면 으레 ‘앵콜(encore)’을 외쳐요. 표준말로는 ‘앙코르’요, 줄여서 ‘앙콜’처럼 쓰기도 한다는데, 표준말 아닌 ‘앵콜’을 참 많이 씁니다. 요즈음은 ‘한 번 더’ 같은 말을 외치기도 하지요.


  노래를 듣는 쪽에서는 ‘한 번 더’ 하고 외칠 만합니다. 그러면, 노래를 부르는 쪽에서는? 노래를 부르는 쪽에서도, “자, 그러면 ‘한 번 더’ 부르겠습니다.” 하고 말할 만하지요. 그런데 으레 ‘앵콜곡(앙콜곡)’이라고 덧붙여요.


  노래잔치 나누는 자리에서는 ‘덧노래’를 부른다 할 수 있습니다. 노래를 다 불르서 마치는 자리에, 노래 한두 가락을 더하니까 ‘덧노래’입니다. 어떤 상을 주는 자리에서, 상을 받은 기쁨을 말한 다음, 몇 마디 더하고 싶으면 ‘덧말’을 한달 수 있겠지요. 글월 한 쪽 띄울 때에는 흔히 ‘추신(追伸)’이라는 한자말을 쓰곤 하지만, 한국사람 한국말로는 ‘덧말’입니다.


  저마다 한 숟가락씩 덜어 새로 밥 한 그릇 이루는 일을 가리켜, 한자말로 ‘십시일반(十匙一飯)’이라 하지만, 이 또한 ‘덧밥’인 셈이에요. 조금씩 나누어 보태는 밥이거든요.


  생각을 더하고 더해서, 곧 생각 한 자락에 덧생각 하나를 얹어, 말삶과 글삶을 북돋웁니다. 아름다이 기울이는 마음에 따스한 마음을 살며시 보태어, 덧마음을 넉넉히 주고받습니다. 4345.12.31.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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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물

 


댐을 짓지 않으면
수도물 안 쓰고

 

수도물 안 쓰면
공장도 시설도 석유도 전기도
굳이 없어도 되니

 

집집마다 마을마다 흐르는
냇물로 찾아가
예쁜 손으로
물 한 모금
떠서 마시겠지.

 

왜 돈을 들여 수도물 시설 만들까
왜 돈을 들여 숲을 부수고 댐을 지을까
왜 돈을 들여 도시를 키울까
왜 돈을 들여,
왜 돈을 들여,
시골에까지 수도물 놓는 공사를 할까.

 

시골 몇 마을 없애며 댐 크게 짓고는
맑은 샘물 늘 마시는 다른 시골에
수도물 공사를 하며 외치는 민주주의란
어떤 민주주의일까.
민주주의일까.

 


4345.11.26.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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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 마디 책읽기

 


  문득 느끼는 그대로 말하면 곧 이루어집니다. 이런 꾀 저런 셈을 하며 억지로 만드는 말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스스로 살아가고 싶은 길을 깊이 생각하며 사랑스레 말하면 이내 이루어집니다. 내 뱃속 채우려는 얕은 밥그릇을 헤아리며 읊는 말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마음을 가다듬고 몸을 가다듬습니다. 나쁘거나 짓궂은 마음일 때에는 씨앗을 뿌리지 못하고, 못되거나 못난 마음일 때에는 논밭을 일구지 못합니다. 몹쓸 생각을 품으며 밥을 짓지 못해요. 어지러운 마음으로는 바느질을 못해요. 가장 환하며 빛나는 마음으로 씨앗을 뿌립니다. 착하며 참다운 마음으로 논밭을 일구어요. 너른 생각으로 사랑을 떠올릴 때에 밥을 짓습니다. 바르며 싱그러운 마음이라야 바느질을 합니다.


  마음으로 읽는 책입니다. 마음 흐르는 결에 맞추어 읽는 책입니다. 내 입에서 흐르는 말 한 마디 어떻게 태어나서 샘솟았는가 하고 생각합니다. 내 입에서 터져나올 말 한 마디 어떤 사랑이나 꿈으로 빚어 나누려 하는가 하고 생각합니다. 웃음과 눈물 모두 내 말 한 마디에서 비롯합니다. 4345.12.31.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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