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말 짓는 애틋한 틀
 (313) 덧- : 덧밀가루

 

“잠깐, 여러 장 달라붙었잖아. 덧밀가루 뿌렸어?”
《오자와 마리/노미영 옮김-은빛 숟가락 (1)》(삼양출판사,2012) 53쪽

 

  만화책을 읽다가 문득 멈춥니다. 어, ‘덧밀가루’라는 말이 있나? 국어사전을 들춥니다. 국어사전에는 ‘덧밀가루’라는 낱말이 안 나옵니다. 나는 어릴 적부터 이런 말을 들은 적도 쓴 적도 없습니다. 만두를 빚을 적에 우리 어머니는 늘 “밀가루를 뿌리라.”고만 하셨지 “덧밀가루를 뿌리라.”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덧밀가루’라 한다면, “덧붙이는 밀가루”인 셈이요. 하지 않아도 될 만하지만, 부러 더 놓거나 쓰는 밀가루라 할 만합니다. 그래서, 만두를 빚으면서 도마에 밀가루를 뿌린다든지, 만두껍질을 편다든지, 다 빚은 만두를 쟁반에 올린다든지, 이런저런 자리에 밀가루를 ‘더 뿌린다’고 할 적에 쓰는 낱말로 잘 어울립니다. 참 알맞다 싶은 낱말입니다.

 

 덧말 . 덧글 . 덧이야기
 덧셈 . 덧생각 . 덧마음
 덧일 . 덧돈 . 덧손

 

  무언가 더한다고 할 때에는 ‘덧-’을 앞가지로 삼을 수 있습니다. ‘덧셈’ 같은 낱말을 빼고는 국어사전에조차 안 실린다 할 텐데, 국어사전에 실리고 말고를 떠나, 이러한 낱말을 알맞게 쓸 만하다면 쓸 노릇입니다. 인터넷에서는 ‘댓글’이나 ‘덧글’ 같은 말마디를 즐겁게 쓸 수 있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마친 다음, 따로 덧붙이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덧이야기’를 할 수 있어요. 생각을 더하며 ‘덧생각’이 되고, 모자라다 싶은 돈이든 넉넉하다 싶은 돈이든, 여기에 조금 더 보태고 싶은 돈이면 ‘덧돈’이 돼요. 일손이 넉넉하다 하더라도 내 손길을 보태면 ‘덧손’이 됩니다.


  한 가지 더 생각한다면, ‘덧노래’ 같은 낱말을 지을 수 있습니다. 노래잔치를 하면 으레 ‘앵콜(encore)’을 외쳐요. 표준말로는 ‘앙코르’요, 줄여서 ‘앙콜’처럼 쓰기도 한다는데, 표준말 아닌 ‘앵콜’을 참 많이 씁니다. 요즈음은 ‘한 번 더’ 같은 말을 외치기도 하지요.


  노래를 듣는 쪽에서는 ‘한 번 더’ 하고 외칠 만합니다. 그러면, 노래를 부르는 쪽에서는? 노래를 부르는 쪽에서도, “자, 그러면 ‘한 번 더’ 부르겠습니다.” 하고 말할 만하지요. 그런데 으레 ‘앵콜곡(앙콜곡)’이라고 덧붙여요.


  노래잔치 나누는 자리에서는 ‘덧노래’를 부른다 할 수 있습니다. 노래를 다 불르서 마치는 자리에, 노래 한두 가락을 더하니까 ‘덧노래’입니다. 어떤 상을 주는 자리에서, 상을 받은 기쁨을 말한 다음, 몇 마디 더하고 싶으면 ‘덧말’을 한달 수 있겠지요. 글월 한 쪽 띄울 때에는 흔히 ‘추신(追伸)’이라는 한자말을 쓰곤 하지만, 한국사람 한국말로는 ‘덧말’입니다.


  저마다 한 숟가락씩 덜어 새로 밥 한 그릇 이루는 일을 가리켜, 한자말로 ‘십시일반(十匙一飯)’이라 하지만, 이 또한 ‘덧밥’인 셈이에요. 조금씩 나누어 보태는 밥이거든요.


  생각을 더하고 더해서, 곧 생각 한 자락에 덧생각 하나를 얹어, 말삶과 글삶을 북돋웁니다. 아름다이 기울이는 마음에 따스한 마음을 살며시 보태어, 덧마음을 넉넉히 주고받습니다. 4345.12.31.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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