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그림책 새로 예쁘게 나왔구나. 예쁘장한 그림이 반갑다. 그런데, 그림은 예쁘지만, 미리보기로 살펴볼 때에 몇 군데 아쉽다. 첫째, 대청마루 높이가 너무 낮다. 대청마루는 어른이 발을 디뎌 올라가기에도 퍽 높직하다. 대청마루 아래쪽 빈자리에는 신이나 자질구레한 물건을 건사할 만큼 깊고 높다. 어른이 올라가기에도 높으니까 섬돌을 놓는다. 아이들은 섬돌이 있어도, 대청마루 올라가기에 더 높다. 그래서 아이들은 으레 손으로 대청마루를 짚고 올라가곤 한다. 그만큼 무척 높다. 둘째, 절구가 너무 작고 좁다. 작은 절구도 틀림없이 있을 테지. 그런데 이렇게 작은 절구에 어른이 절구질 하면 허리가 다 나간다. 밥 지을 쌀을 조금만 빻을 일이 아니라 한다면, 큰 절구에 할 테고, 절구 높이도 퍽 높다. 절구공이를 손에 쥐고 찧을 적에 허리를 살짝 굽힐 만큼 되는데, 이만 한 높이인 절구로 절구질이 될까? 셋째, 기와집 처마가 너무 밭다. 처마는 빗방울이 들이치지 않을 만큼 바깥으로 더 빠져나와야 할 텐데. 시골집들은 지붕이 되게 크다. 실제로 살면서 여러 집을 살펴보면, 방은 그리 안 커도 지붕은 훨씬 큰데, 그림책에서는 지붕이나 처마가 너무 작게 나왔구나 싶다. 넷째, 요즘 그림들에서 흔히 보는 모습인데, 사람들 손과 발을 너무 작게 그린다. 손과 발을 작게 그리면 예쁘장해 보이기는 한데, 이 그림책이 '예쁘장하게 보여주는 그림책'이 아니라 한다면, 손발 크기를 '사람 비율'에 맞게 그려 주어야 할 테지. 그림에 나오는 손발 크기로는 걷지도 일하지도 못한다. 그러나저러나, 막걸리 이야기를 보여주는 그림책이라니, 참 반가우며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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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막걸리
양재홍 지음, 김은정 그림 / 보림 / 2012년 11월
10,800원 → 9,720원(10%할인) / 마일리지 54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2월 26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3년 01월 04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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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으로 이민 아닌 '난민'으로 들어온 욤비라고 하는 사람 이야기를 담은 책 <내 이름은 욤비>가 이제 막 책방에 배본이 되는구나. 며칠 기다렸다. 한국사회는 너무 답답하고 막힌 나머지 난민을 좀처럼 안 받아들인다. 그만큼 한국사회는 수구 꼴통 막나간다는 뜻이라 할 테지. 그런데 이런 틈에서 이 같은 책이 나올 수 있으니 반가우면서 고맙다. 잘 읽히고 널리 사랑받기를 빈다. 그리고, 이 지구별에 난민 없는 아름다움이 드리울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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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욤비- 한국에서 난민으로 살아가기
욤비 토나.박진숙 지음 / 이후 / 2013년 1월
16,500원 → 14,850원(10%할인) / 마일리지 82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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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전화와 시집 읽기

 


  두멧시골에서 군내버스를 타고 읍내로 간다. 오늘은 오랜만에 아이들 모두 집에 두고 홀로 마실을 간다. 군내버스 기다리는 동안 책을 읽는다. 군내버스에 올라 버스삯을 치르고 자리에 앉는다. 낮인데 군내버스에 손님이 꽤 있다. 문득 생각하니 겨울방학 철이다. 두멧시골 아이들은 읍내로 나온다. 읍내에서 놀 생각이겠지. 또는 읍내에서 시외버스로 갈아타고 이웃 도시로 찾아가서 놀 생각일 테지.


  군내버스에서도 책을 읽는다. 책을 읽다가 살며시 내려놓고 창밖을 바라본다. 이웃마을 논밭을 구경하고, 옆마을 숲을 살핀다. 시골에서 버스를 타고 천천히 마을마을 돌면, 예쁜 흙과 풀과 나무를 쏠쏠히 마주할 수 있다.


  읍내에서 시외버스로 갈아타고 순천으로 간다. 순천으로 가는 시외버스도 빈자리 거의 없을 만큼 빼곡하다. 참말 방학철이로구나 싶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고흥 바깥으로 놀러 나간다. 빈자리 찾아 맨 끝자리까지 간다. 군내버스에서도 시외버스에서도, 아이들이나 어른들은 모두 손전화를 손에 쥔다. 누군가한테 전화를 걸거나 받으려고 손전화를 손에 쥐지 않는다. 전화기로 게임을 하거나 연속극을 보거나 노래를 듣는다.


  순천에서 시외버스를 내려, 저전동 큰길가에 있는 헌책방에 들른다. 헌책방에서 두 시간 반 즈음 책을 돌아본다.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살핀 책을 즐거이 장만한다. 무거운 책은 택배로 받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읽을 책 몇 권만 챙긴다. 다시 시외버스를 타고 고흥으로 들어간다. 고흥으로 들어가는 시외버스도 붐빈다. 겨우 한 자리 얻어 앉는다. 이 시외버스에서도 아이들이나 어른들은 모두 손에 손에 전화기를 들고 게임·연속극·노래에 흠뻑 젖는다. 버스에서 책을 손에 쥔 사람은 나 혼자이다.


  생각해 보면, 시골 아이나 어른 모두 책읽기가 익숙하지는 않다. 고흥읍에도 책방이 두 군데 있으나, 참고서와 자기계발책과 잘 팔리는 책 몇 가지와 잡지를 빼면, 마음을 살찌우는 여느 인문책이란 찾아보기 아주 힘들다. 그렇다고 고흥에서 순천으로 나처럼 헌책방마실을 다니는 사람도 드물다. 꼭 종이책을 읽어야 하지는 않으나, 손전화로 연속극이나 운동경기 들여다보느라 바쁘기만 하다면, 집으로 가서도 텔레비전이나 인터넷만 켠 채 멀거니 들여다보기만 한다면, 우리들 가슴과 마음과 머리는 어찌 될까. 시골에서 살아가며 숲을 누리지 않는다면, 시골에서 살아가며 싱그러운 바람소리 들으며 종이책 하나 살며시 보듬을 줄 모른다면, 우리들 넋과 얼과 빛은 어떻게 될까. 아이들과 기차를 타고 먼길을 달려 할머니 할아버지 댁을 찾아갈 적에, 가방에 그림책 한두 권씩 챙기며 책놀이를 하는 어버이도 이제는 거의 만날 수 없다. 시골마을에 책동무가 없다.


  생각과 생각에 젖어 고흥으로 돌아가는 시외버스에서, 채만식 님 짧은소설 한 꼭지를 읽고, 천양희 님 시집 한 권 읽는다. 다 읽은 책을 덮고 조용히 눈을 감는다. 4346.1.3.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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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생각
― 사진 하나 (4346.1.3.나무.ㅎㄲㅅㄱ)

 


읍내에 있으면
저녁에도 별을 못 봅니다.
시골이라 하더라도
읍내나 면내 작은 가게 불빛조차
별빛이 내려오지 못하게 막아요.

 

군내버스 타고 한참 들어가는
두멧시골 보금자리로 돌아가면
비로소 별을 누리고 달을 즐겨요.
밤은 참 깜깜하지요.
밤이 참 캄캄하니 별이 잘 보이지요.

 

별은 도시에도 뜨고 시골에도 떠요.

다만,
도시는 별을 가로막는 불빛 너무 많아요.
시골도 숲과 바다가 있어야 별을 봐요.

 

그런데,
별도 달도
밤에만 뜨지 않아요.
낮에도 떠요.
낮에도 틀림없이
별노래 달춤 흐드러지는데
이를 생각하거나 느끼지 못할 뿐이에요.

 

이제 사람들 누구나 도시에 살며
한낮에 해가 밝게 뜨는 줄조차
못 느끼고 안 느끼며 멀리하는
슬프며 어두운 나날 이어져요.


왜 한낮에 등불을 켜나요.
왜 한밤에 등불을 켜나요.

 

빛이 있어도 빛을 못 보면
어둠이 있어도 어둠을 못 보지요.

 

사진은
빛이 있는 사랑과 어둠이 있는 삶이 만나
어여쁘게 이루어지는 꿈입니다.

 

(최종규 . 2013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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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책읽기

 


  내 책읽기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퍽 마음에 든다고 여기는 어떤 책 하나를 놓고 느낌글을 쓰다 보면, 이 책이 품절이나 절판이곤 하다. 두루 사랑받는 책을 느낌글로 이야기하는 일도 많지만, 새책방에서 사라지고 도서관에서도 쉬 찾아보기 어려운 책을 느낌글로 이야기하는 때도 잦다. 오늘은 《바다가 좋아》라는 그림책을 이야기하는 글을 쓰다가, 이 책도 새책방에서 사라진 줄 깨닫는다. 나는 한국사람이 사진책을 참 안 읽어 사진책이 아주 쉽게 새책방에서 사라지고 만다고 생각했는데, 가만히 보면, 만화책하고 그림책도 참으로 쉽게 새책방에서 자취를 감춘다. 게다가, 인문책이라면 도서관 같은 데에서 한 권쯤 갖추어 준다지만, 사진책이랑 그림책이랑 만화책을 갖추어 주는 도서관은 아주 드물다. 이 가운데 사진책은 어찌저찌 갖추더라도 그림책은 ‘어린이 도서관’이 갖추면 된다 여겨 안 갖추기도 하고, 만화책은 어느 도서관에서조차 안 갖추려 한다.


  흔히 ‘한국사람이 책을 참 안 읽는다’고들 하는데, 아마 한국사람이 책을 참 안 읽는다 싶으니, 아름답게 태어난 아름다운 책이 제대로 사랑받지 못하고 사라지리라. 그러나, 아름답게 태어난 아름다운 책을 알뜰살뜰 이야기하며 알리는 글쟁이(신문기자·잡지기자·도서평론가·지식인)는 얼마나 되는가. 아름답게 태어난 아름다운 책을 알차게 건사하려는 도서관은 얼마나 되는가. 2012년에서 2013년으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새해 정부 살림돈 쓸 자리를 갈무리했다는데, 새 찻길 닦고 새 다리 놓는 데에 수천 억, 아니 수 조, 아니 수십 조를 쓰는 듯하다. 군부대를 지키거나 늘리는 데에도 수십 조를 쓰겠지.


  제발 길 좀 그만 닦자. 고속도로 더 없어도 되고, 섬에 굳이 다리를 안 놓아도 된다. 사람들이 ‘배를 타는 즐거움’도 누리게 하자. 다리가 놓인대서 섬사람 삶이 나아지지 않는다. 다리가 놓이면 구경꾼이랑 장사꾼 드나들기에 좋을 뿐이다. 다리 놓을 돈으로 섬에 보건소 한 군데 더 마련하고, 도서관 한 자리 더 건사하면 된다. 해야 할 일을 하고, 써야 할 돈을 쓸 노릇이다. 천천히 삶을 누리면서 천천히 책을 즐길 새해는 언제쯤 밝을 수 있으려나. 4346.1.3.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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