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밥 먹자 47. 2013.12.20.

 


  밥을 차릴 적에는 큰아이와 작은아이가 마주보고 앉도록 놓는다. 그런데 며칠에 한 차례쯤, 둘이 같이 앉겠다며 밥그릇과 수저를 옮기곤 한다. 어느 날은 일부러 나란히 앉도록 밥그릇과 수저를 놓으면, 작은아이가 싫다고 누나 저리 가라고 밀기도 한다. 이날은 작은아이가 누나더러 같이 앉자고 해서 나란히 앉는다. 작은아이가 코맹맹이 소리로 무언가 말한다. 큰아이가 작은아이 수저로 까마중알을 뜬다. 작은아이 앞으로 갖다 주고, 작은아이는 누나가 푼 까마중알을 받아들어 천천히 입에 밀어넣는다. 손이 안 닿아? 멀어? 바지런히 먹고 씩씩하게 자라면 이쯤 네 스스로 손이 닿을 수 있단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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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12-22 18:12   좋아요 0 | URL
아유~~응석쟁이!^^~ 산들보라~ㅎㅎ
언제 보아도 참으로 벼리가 다정하고 살가운 누나입니다~*^^*

숲노래 2013-12-22 19:46   좋아요 0 | URL
멋진 누나이지요~~

후애(厚愛) 2013-12-22 22:33   좋아요 0 | URL
다정한 모습이 참 좋습니다~^^

까마중알을 여기서 보네요.
어릴적에 친구랑 많이 따 먹었는데... 달고 참 맛 있었습니다.
가끔씩 생각이 나곤 했었는데... 보니까 너무 반가워요~^^

숲노래 2013-12-23 02:43   좋아요 0 | URL
두 아이가 나날이 더 아끼고 돌보면서
잘 놀고...
또 잘 다투고 ^^;;;
무럭무럭 자랍니다~
 

꽃밥 먹자 46. 2013.12.19.

 


  아이들과 날마다 함께 밥을 먹으며 돌아본다. 나는 어릴 적에 이 아이들처럼 밥놀이를 했을까. 내가 밥놀이를 할 적에 어머니는 어떻게 받아들여 주었을까. 피식 하고 웃으셨을까, 엄청난 무게로 누르는 집일을 건사하시느라 마음속으로만 웃고 얼굴로는 웃음을 띄지 못하셨을까. 누나 따라 오이 껍질만 야금야금 먹으며 “슈박이야!” 하고 말하는 작은아이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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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45. 2013.12.18.

 


  아이들한테 차려 주는 밥이란 아이들을 먹이는 밥이다. 그리고, 아이와 함께 밥상에 둘러앉는 어른이 먹는 밥이다. 아이한테 먹이려는 밥이란 어른인 내가 먹으려는 밥이다. 아이가 즐겁게 먹는 밥이란 바로 어른인 내가 즐겁게 먹는 밥이다. 제법 큰 접시에 퍽 수북하게 쌓은 나물무침을 며칠 앞서부터 끼니마다 두 아이와 어른 하나가 다 비운다. 어느 때에는 수북하게 담은 나물무침을 다 먹느라 접시를 삭삭 비운다. 아이들도 나도 함께 잘 먹으니, 끼니마다 풀을 씻어서 접시에 담는 보람이 참 크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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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44. 2013.12.17.

 


  꽃밥을 먹자고 아이들을 부른다. 이것저것 다 차리고서 숨을 돌리며 아이들을 부른다. 아이들은 노느라 서너 차례쯤 불러야 비로소 슬금슬금 부엌으로 온다. 큰아이가 먼저 오고 작은아이가 나중에 오는데, 작은아이가 부엌으로 오다가 그만 문고리에 이마를 콩 부딪혔다. 딱 네 키가 문고리에 이마를 찧을 만하구나. 물고기묵을 네모낳게 잘라 나무꼬치에 꿰어 국에 담가서 불리니 아이들이 잘 먹기에, 작은 접시에 담아 작은아이 밥그릇 코앞에 놓았지만, 이도 저도 다 싫고 저 이마 찧어 아프니 달래 주라면서 운다. 밥그릇을 3/4 비울 때까지 수저질을 거들어 주었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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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 천상시인 천상병 추모 사진집
조문호 사진 / 눈빛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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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 읽는 사진책 152

 


마음에 담을 이야기를 찍어야지요
―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조문호, 김종구 사진
 눈빛 펴냄, 2013.4.20.

 


  시인 천상병 님을 기리는 사진책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눈빛,2013)입니다. 그런데, 천상병 님 삶자락이나 이야기를 사진으로 제대로 보여주지는 못하는구나 싶습니다. 조문호 님이 천상병 님을 만난 자리에서 틈틈이 사진을 찍었다고는 하지만, 조문호 님 스스로 “그 당시에는 뵐 때마다 찍을 형편도 아니었지만 선생님의 활동반경도 너무 좁았다. 의정부 수락산 자락의 집과 인사동의 찻집 귀천과 주막 실비집, 그리고 춘천의 병원이 전부였다(후기).” 하고 말합니다. 천상병 님이 나이가 들고 몸이 아파 이곳저곳 돌아다니지 못해, 아무래도 ‘그림이 될 만한 사진’을 얼마 못 찍었다 이야기할 수 있어요. 그러면, 성철 스님이나 법정 스님을 찍은 사진으로 사진책을 낸 분들은 어떠했을까요. 두 스님을 사진으로 담은 분들도 ‘스님이 다니는 곳’이 그곳이 그곳인 터라 ‘그림이 될 만한 사진’을 제대로 못 찍었다고 말해도 될까요. 성철 스님은 사진기자한테 사진을 찍으려면 삼천 번 절을 하고서 찍으라 말하기도 했어요. 꼭 삼천이라는 숫자를 채우라는 뜻도 될 테지만, 그만 한 마음가짐과 눈빛과 넋일 때에 비로소 사진다운 사진이 태어난다는 뜻도 돼요. 늘 같은 집에 머문다고 하더라도, 하루 내내 집에만 있는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얼마든지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어요. 왜냐하면, 사진은 ‘그림이 될 만한 사진’일 때에 사진이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사진은 ‘사진이 될 때에 사진’이에요. 사진이 되는 사진이란 ‘이야기가 있는 사진’이에요.


  천상병 시인 얼굴을 찍어야 ‘천상병을 말하는 사진’이 되지 않습니다. 천상병 시인이 읽은 책, 천상병 시인이 잠드는 잠자리, 천상병 시인이 곁님과 함께 먹는 밥상, 아침저녁으로 천상병 시인 집으로 스며드는 햇살, 천상병 시인이 꿰는 신 한 켤레, 천상병 시인 옷장, 빨래한 옷을 널어 놓는 빨랫줄과 빨래집게, 머리를 감거나 몸을 씻는 비누 한 장, 마룻바닥, 천상병 시인 손때를 탄 살림살이, 막걸리잔, 막걸리병, 원고지, 연필, …… 이야기가 될 빛은 아주 많아요. 그러나, 사진책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에는 이런 수많은 이야기 가운데 어느 한 가지도 제대로 드러나지 않아요. 천상병 시인 얼굴과 몸을 찍은 사진이 마흔 장 즈음 실었으나, 이 사진으로 책이름 그대로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와 걸맞는 이야기를 느낄 수 없어요.


  사진책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를 보면, 한국일보 사진기자였다는 김종구 님이 찍은 사진을 아홉 장 함께 싣습니다. 이 사진책을 보면서, 조문호 님 사진보다 김종구 님 사진이 한결 ‘시인 천상병 님 삶을 이야기하는 빛’이 그득하다고 느껴요. 그때그때 여러 곳에서 잘 찍은 사진이기에 이야기가 드리우지 않아요. 이야기를 깨닫고 느껴서 찍은 사진이기 때문입니다. 이 사람 저 사람 나란히 있을 적에 찍기에 ‘이야기 묻어나는 사진’이 되지 않아요. 같은 자리에 마주보고 앉아도 얼마든지 이야기 묻어나는 사진을 찍을 수 있어요. 그리고, 이렇게 이야기 묻어나는 사진을 찍을 적에 우리들은 어느 한 사람을 가리켜 ‘사진가’나 ‘사진작가’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조문호 님은 “선생님께서 요구하시는 그 특유의 세금(?)을 바쳐 가며 자유롭게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기까지는 시일이 좀 걸렸지만, 그동안 선생님의 순진무구한 표정들과 마음을 지켜볼 수 있었다(후기).” 하고 말합니다. 그래요. 사진을 찍어도 즐겁고 좋을 테지만, 굳이 사진을 안 찍어도 즐겁고 좋아요. 마음으로 이야기를 담으면 사랑스럽고 기쁩니다.

 

 

 

 

 

 

 


  조문호 님은 “카메라만 들이대면 나의 마음을 헤아리듯 천연덕스러운 표정과 동작을 보여 나를 놀라게 했다. 그동안 숱한 초상사진을 찍어 왔지만 천 선생님보다 좋은 모델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 순간적인 기지로 연출하는 여유는 어느 연기자들의 몸짓이나 표정보다 한 수 위였다(후기).” 하고 말합니다. 그러면, 이 작은 사진책은 ‘늘 같은 곳에 있어도 늘 다른 빛으로 좋은 모델이 된 시인 한 사람’을 보여주는 사진책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라면, 이 사진책은 천상병 님을 기리는 사진책이 될 수 없어요. ‘좋은 모델’을 찍는 일과, 이 땅을 떠난 시인을 기리는 사진책은 같은 자리에 놓이지 못해요. 천상병 시인은 ‘좋은 모델’이기에 앞서 ‘좋은 삶벗’이요 ‘좋은 이야기벗’이고 ‘좋은 이웃’으로 이 땅에서 즐겁게 살다가 흙으로 돌아가셨을 테니까요.


  마음에 담을 이야기를 찍을 때에 사진입니다. 마음에 담을 이야기를 찍으면 즐겁게 나누는 사진입니다. 대단한 모델을 찍어야 하지 않습니다. 놀라운 곳에 가서 찍어야 하지 않습니다. 수백 장이나 수천 장을 찍어야 하지 않습니다. 삶을 노래하는 빛을 찍으면 됩니다. 삶을 사랑하는 이야기를 찍으면 됩니다. 삶을 그리고 삶을 춤추며 삶을 밝히는 눈빛으로 사진 한 장 차근차근 찍으면 됩니다. 4346.12.21.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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