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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공주 ㅣ 스스로 책읽기 2
우르줄라 포츠난스키 지음, 지빌레 하인 그림, 김서정 옮김 / 큰북작은북 / 2006년 5월
평점 :
숲노래 어린이책 / 맑은책시렁 2024.10.17.
맑은책시렁 321
《세계 최고 공주》
우르 줄라 포츠난스키 글
시빌레 하인 그림
김서정 옮김
큰북작은북
2006.5.25.
2008년에 큰아이를 낳으니, 둘레에서는 ‘공주님’이라 하더군요. 2011년에 작은아이를 낳으니, 둘레에서는 ‘왕자님’이라 합니다. 딸은 딸이고, 아들은 아들입니다. 두 아이는 ‘공주·왕자’가 아닌 ‘순이·돌이’입니다.
어떤 분은 ‘순이 = 順이’로, ‘돌이 = 乭이’로, 굳이 한자를 붙이려고 합니다만, 왜 순이가 ‘얌전이·고분이’여야 할까요? 왜 돌이는 뜻없는 ‘乭’로 붙여야 할까요? 더 들여다보면, 한자 ‘順 = 내·냇물(川) + 머리(頁)’입니다. 한자 ‘乭 = 돌(石) + 밑·둘째·새(乙)’입니다.
우리말로 읽자면 ‘순이 = 숲’이고, ‘돌이 = 돌보다’입니다. 한자로 새기든 우리말로 새기든, ‘순이·돌이’라는 이름에는, 사람이 사람으로서 살아가는 길을 곰곰이 살펴서 담았다고 여길 만합니다. 그리고 이 땅에서 나고자라는 수수한 사람들을 가리키는 ‘순이·돌이’라는 얼거리로 본다면, 우리 이름은 우리 넋을 살피는 말빛과 말씨로 짚어야 알맞고 어울린다고 느껴요.
《세계 최고 공주》(우르 줄라 포츠난스키·시빌레 하인/김서정 옮김, 큰북작은북, 2006)를 돌아봅니다. ‘공주’라는 이름이 내키지 않으나 ‘으뜸순이’를 다룬다는 줄거리가 엿보여서 찬찬히 읽었습니다. 이 책에 나오는 ‘순이 셋’은 말괄량이라 할 만하고, 놀이순이에 살림순이에 노래순이라고 할 만합니다. 순이를 셋 낳은 아버지(임금님)는 조금도 안 얌전하고 안 고분고분하고 안 조용한 세 아이를 어찌해야 할는지 모르는 듯싶습니다. 순이하고 짝을 맺고 싶은 돌이(왕자)도 매한가지입니다.
사람은 사람에 따라서 다릅니다. 암수(성별)에 따라서 다르지 않습니다. 순이라서 이래야 하지 않고, 돌이라서 저래야 하지 않아요. 다 다른 사람은 다 다르게 이 삶을 누리면서 배우고 나누고 노래하려고 태어납니다. 우리가 서로 다른 줄 알아볼 줄 안다면, 언제나 모든 하루를 기쁨잔치로 맞이하면서 어깨동무하리라 봅니다. 우리가 서로 다른 줄 못 알아보거나 안 알아보는 탓에 자꾸 다투고 싸우고 겨루다가, 때리고 밟고 죽일 뿐 아니라 괴롭힙니다.
아이는 엄마 혼자 돌보거나 아빠 혼자 보살필 수 있습니다만, 어떤 아이도 엄마 혼자나 아빠 혼자서는 못 태어납니다. 어떤 아이도 엄마나 아빠 한 사람이 먹이고 입히고 재울 수 있되, 사랑으로 나아가는 길은 엄마아빠가 나란히 보여주고 들려주고 알려주면서 함께 지을 적에 아름답습니다.
순이돌이는 어깨동무로 나란히 걸어갈 사이입니다. 순이돌이는 함께 사랑을 찾아나설 동무입니다. 순이돌이는 즐겁게 웃고 꿈을 그리는 하루를 돌아보면서 빛나는 넋입니다. 아이들은 공주도 왕자도 아닌, 그저 아이입니다. 아이들은 순이랑 돌이라는 겉몸이 다르되, 숨빛은 사람으로서 하나입니다. 이 얼거리를 어질게 읽는 어른으로서 아이 곁에 설 수 있기를 바라요.
ㅅㄴㄹ
로잘린드가 가장 먼저 연못 밖으로 나왔어요. “자, 어떻게 됐어요? 누구하고 결혼하기로 결심했나요?” 왕자는 눈을 내리깐 채 손톱만 물어뜯었어요. “아직 잘 모르겠는데……. 좀 생각해 보고 일 년 뒤에 다시 오면 안 될까요?” (31쪽)
“흥! 난 일주일이면 충분하다고.” 비올레타가 팔딱팔딱 뛰면서 외쳤어요. “우리가 하자! 우리가 용을 해치우는 거야. 우리 중에 용을 가장 늦게 잡는 사람이 이 시시한 왕자하고 결혼하기다!” 공주들은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말할 틈도 없이 뛰어가서 각자의 말에 올라탔어요. (32쪽)
그때부터 공주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임금님과 왕자에게 용을 보냈어요. 그리고 가끔가다 엽서를 받았어요. 엽서의 내용은 이랬어요. “제발, 제발, 용은 그만 보내라!” 하지만 공주들은 들은 척도 안 했어요. “아빠랑 왕자도 뭔가 할 일이 있어야잖아. 우리도 집에 없는데.” (40쪽)
#DieAllerbestePrinzessin #UrsulaPoznanski #SybilleH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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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님이 무슨 명령을 내리면
→ 임금님이 무슨 일을 맡기면
→ 임금님이 무슨 말을 하면
4쪽
머리가 너무 가벼워진 것 같았는데
→ 머리가 너무 가벼운 듯했는데
7쪽
편지를 가지고 사방팔방으로 흩어졌어요
→ 글월을 들고서 흩어졌어요
→ 글을 들고서 여기저기로 갔어요
9쪽
성 위에 서서 기분 좋게 손을 흔들어 주었어요
→ 담벼락에 서서 즐겁게 손을 흔들어 주었어요
9쪽
셋 중에 하나가 왕자하고 결혼하게 될 테니까요
→ 셋 가운데 하나가 꽃돌이랑 짝을 맺을 테니까요
→ 셋 가운데 하나가 꽃님랑 함께살 테니까요
13쪽
난 이제 잠수할 거야
→ 난 이제 잠길 테야
→ 난 이제 자맥질이야
18쪽
고상한 취미를 갖고 계시다면
→ 곱상한 놀이를 즐기신다면
→ 멋스레 누리신다면
26쪽
점점 멀어져서 조그만 점 세 개로 변할 때까지
→ 차츰 멀어 조그만 티끌 셋이 될 때까지
→ 어느새 멀어 조그만 먼지 셋이 될 때까지
35쪽
세 사람은 당장 용 소포를 꾸렸어요
→ 세 사람은 바로 미르타래를 꾸려요
→ 세 사람은 곧 미르꾸러미를 싸요
39쪽
아주 가끔씩 서로 싸우기는 해요
→ 아주 가끔 서로 싸우기는 해요
42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