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651 : 현실감각 제로 환상의 루트 평생 -의


현실감각은 거의 제로에 가깝고, 머릿속에 있는 환상의 루트만을 따라서 평생을 살아간 사람의 이야기이기도 해요

→ 눈을 거의 못 뜨고, 머리로 그린 꿈길만을 따라서 여태 살아온 이야기이기도 해요

→ 오늘을 거의 못 뜨고, 머리로 지은 꿈길만을 따라서 살아온 이야기이기도 해요

《미디어 아라크네》(정여울, 휴머니스트, 2008) 312쪽


눈을 못 뜨기에 오늘을 못 봅니다. 밑바닥인 머리로 꿈길을 따르거나 좇을 적에는 그만 헤매거나 쳇바퀴입니다. 여태 어떻게 살아왔는가 하는 발걸음에 따라서 이야기가 다 다릅니다. 억지로 꾸민 꿈길이라면 온삶도 허울만 번드레합니다. 언제나 새롭게 짓는 사랑으로 살림을 가꾸었으면 우리 이야기는 그야말로 반짝반짝합니다. ㅅㄴㄹ


현실감각(現實感覺) : [심리] 외부의 세계와 자기의 구별이 분명하고 자기와 외부의 세계가 각각 의미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감각

제로(zero) : 1. = 영(零) 2. 전혀 없음

환상(幻想) : 현실적인 기초나 가능성이 없는 헛된 생각이나 공상

루트(route) : 1. 물품이나 정보 따위가 전하여지는 경로. ‘통로’로 순화 2. 연계를 맺거나 연락하는 방법

평생(平生) : 세상에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동안 = 일생(一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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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650 : 이주 시기 혹은 공통조어(祖語) 관한 언어의 문제


이주 시기 혹은 공통조어(祖語)에 관한 언어의 문제를 넘어

→ 옮긴 때나 밑말을 넘어

→ 떠난 무렵이나 어미말을 넘어

《인도사에서 종교와 역사 만들기》(이광수, 산지니, 2006) 235쪽


우리말이 아닐 적에는 ‘공통조어(祖語)’처럼 묶음칸을 치고서 한자를 넣더라도 못 알아듣게 마련입니다. 한참 나중에서야 어림하기도 합니다. 처음부터 ‘어미말·엄마말·어머니말’이라 하거나 ‘밑말·바탕말·뿌리말’이라 하면 쉽게 헤아릴 테지요. “이주 시기 혹은 공통조어(祖語)에 관한”은 무늬는 한글이되 일본말씨입니다. “옮긴 때나”나 “떠난 무렵이나”로 첫머리를 손질합니다. ‘밑말·어미말(공통조어)’이라는 대목으로 ‘말’과 얽힌 이야기를 다루는 글자락이니, “언어의 문제”는 군더더기입니다. “밑말을 넘어”나 “어미말을 넘어”로 고쳐씁니다. ㅅㄴㄹ


이주(移住) : 1. 본래 살던 집에서 다른 집으로 거처를 옮김 ≒ 이거 2. 개인이나 종족, 민족 따위의 집단이 본래 살던 지역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여 정착함

시기(時期) : 어떤 일이나 현상이 진행되는 시점. ‘때’로 순화

시기(時機) :1. 적당한 때나 기회

혹은(或-) : 1. 그렇지 아니하면. 또는 그것이 아니라면 2. 더러는

공통조어(共通祖語) : [언어] 비교 방법을 통하여, 친족 관계에 있는 여러 언어들이 갈려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언어 ≒ 공통기어·조상언어·조어

관하다(關-) : (주로 ‘관하여’, ‘관한’ 꼴로 쓰여) 말하거나 생각하는 대상으로 하다

언어(言語) : 생각, 느낌 따위를 나타내거나 전달하는 데에 쓰는 음성, 문자 따위의 수단. 또는 그 음성이나 문자 따위의 사회 관습적인 체계

문제(問題) : 1. 해답을 요구하는 물음 2. 논쟁, 논의, 연구 따위의 대상이 되는 것 3. 해결하기 어렵거나 난처한 대상. 또는 그런 일 4. 귀찮은 일이나 말썽 5. 어떤 사물과 관련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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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궂은 말씨 649 : 자신 위한 심모원려 갖는 것 인지상정


마음 한구석에는 자신을 위한 ‘심모원려(深謀遠慮)’를 갖는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 마음 한구석에는 저를 생각해 ‘앞그림’을 놓게 마련이다

→ 마음 한구석으로는 저를 ‘헤아리’게 마련이다

→ 마음 한구석으로는 저를 ‘살피’게 마련이다

《불교미술기행》(조병활, 이가서, 2005) 100쪽


저를 생각하기에 앞을 멀리 봅니다. 스스로 살피며 앞그림을 곰곰이 품습니다. 이웃을 헤아리려면 먼저 나부터 헤아릴 노릇이에요. 우리가 나를 못 살필 적에는 너도 못 살피거든요. 누구나 매한가지입니다. 서로 한마음입니다. 으레 이렇게 보고, 다들 이와 같은 눈빛입니다. ㅅㄴㄹ


자신(自身) : 1. 그 사람의 몸 또는 바로 그 사람을 이르는 말 ≒ 기신(己身) 2. 다름이 아니고 앞에서 가리킨 바로 그 사람임을 강조하여 이르는 말

위하다(爲-) : 1. 이롭게 하거나 돕다 2. 물건이나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다 3. 어떤 목적을 이루려고 하다

심모원려(深謀遠慮) : 깊은 꾀와 먼 장래를 내다보는 생각

인지상정(人之常情) : 사람이면 누구나 가지는 보통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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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말/사자성어] 허허실실



 허허실실까지를 꿰뚫고 → 얼렁뚱땅을 꿰뚫고

 허허실실로 빈틈을 노리다 → 능청스레 빈틈을 노리다

 허허실실의 전략이 통하다 → 능구렁이가 먹히다


허허실실(虛虛實實) : 허를 찌르고 실을 꾀하는 계책



  겉으로는 허술하거나 바보스러운 척하지만, 속으로는 잽싸거나 날렵한 사람이 있습니다. 둘레에서 이쪽 겉모습만으로 어림하면서 빈틈이 생길 적에 냅다 길미를 잡아채는 얼거리라고 할 만합니다. 이럴 적에 보이는 겉모습이나 매무새를 놓고서 ‘감추다·가리다·감싸다’나 ‘꾸미다·꾀앓이·내숭’이나 ‘능청·능구렁이’로 나타낼 만합니다. ‘속이다·숨기다·쉬쉬하다·없던 일로 하다’나 ‘어영부영·얼렁뚱땅·우물우물·우물쭈물’이라 할 수 있어요. ‘넌지시·넘기다·덮다·뒤덮다·밝히지 않다’나 ‘말없다·소리없다·말하지 않다·말을 않다’라 해도 어울립니다. ‘묻다·뭉개다·파묻다·안 드러내다·이기다·입막음’이나 ‘살그머니·살며시·살포시·살짝·사부작’이라 할 만하고, ‘슬그머니·슬며시·슬쩍’이나 ‘조용하다·호리다·홀리다’라 할 수 있어요. ㅅㄴㄹ



허허실실까지 꿰뚫은 밀당. 연애 공방전에는 능통하구나

→ 어영부영까지 꿰뚫은 밀당. 사랑다툼은 훤하구나

→ 능청까지 꿰뚫은 밀당. 사랑겨루기는 잘하는구나

《사랑은 빛 7》(아키★에다/심이슬 옮김, 삼양출판사, 2019) 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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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공주 스스로 책읽기 2
우르줄라 포츠난스키 지음, 지빌레 하인 그림, 김서정 옮김 / 큰북작은북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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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 맑은책시렁 2024.10.17.

맑은책시렁 321


《세계 최고 공주》

 우르 줄라 포츠난스키 글

 시빌레 하인 그림

 김서정 옮김

 큰북작은북

 2006.5.25.



  2008년에 큰아이를 낳으니, 둘레에서는 ‘공주님’이라 하더군요. 2011년에 작은아이를 낳으니, 둘레에서는 ‘왕자님’이라 합니다. 딸은 딸이고, 아들은 아들입니다. 두 아이는 ‘공주·왕자’가 아닌 ‘순이·돌이’입니다.


  어떤 분은 ‘순이 = 順이’로, ‘돌이 = 乭이’로, 굳이 한자를 붙이려고 합니다만, 왜 순이가 ‘얌전이·고분이’여야 할까요? 왜 돌이는 뜻없는 ‘乭’로 붙여야 할까요? 더 들여다보면, 한자 ‘順 = 내·냇물(川) + 머리(頁)’입니다. 한자 ‘乭 = 돌(石) + 밑·둘째·새(乙)’입니다.


  우리말로 읽자면 ‘순이 = 숲’이고, ‘돌이 = 돌보다’입니다. 한자로 새기든 우리말로 새기든, ‘순이·돌이’라는 이름에는, 사람이 사람으로서 살아가는 길을 곰곰이 살펴서 담았다고 여길 만합니다. 그리고 이 땅에서 나고자라는 수수한 사람들을 가리키는 ‘순이·돌이’라는 얼거리로 본다면, 우리 이름은 우리 넋을 살피는 말빛과 말씨로 짚어야 알맞고 어울린다고 느껴요.


  《세계 최고 공주》(우르 줄라 포츠난스키·시빌레 하인/김서정 옮김, 큰북작은북, 2006)를 돌아봅니다. ‘공주’라는 이름이 내키지 않으나 ‘으뜸순이’를 다룬다는 줄거리가 엿보여서 찬찬히 읽었습니다. 이 책에 나오는 ‘순이 셋’은 말괄량이라 할 만하고, 놀이순이에 살림순이에 노래순이라고 할 만합니다. 순이를 셋 낳은 아버지(임금님)는 조금도 안 얌전하고 안 고분고분하고 안 조용한 세 아이를 어찌해야 할는지 모르는 듯싶습니다. 순이하고 짝을 맺고 싶은 돌이(왕자)도 매한가지입니다.


  사람은 사람에 따라서 다릅니다. 암수(성별)에 따라서 다르지 않습니다. 순이라서 이래야 하지 않고, 돌이라서 저래야 하지 않아요. 다 다른 사람은 다 다르게 이 삶을 누리면서 배우고 나누고 노래하려고 태어납니다. 우리가 서로 다른 줄 알아볼 줄 안다면, 언제나 모든 하루를 기쁨잔치로 맞이하면서 어깨동무하리라 봅니다. 우리가 서로 다른 줄 못 알아보거나 안 알아보는 탓에 자꾸 다투고 싸우고 겨루다가, 때리고 밟고 죽일 뿐 아니라 괴롭힙니다.


  아이는 엄마 혼자 돌보거나 아빠 혼자 보살필 수 있습니다만, 어떤 아이도 엄마 혼자나 아빠 혼자서는 못 태어납니다. 어떤 아이도 엄마나 아빠 한 사람이 먹이고 입히고 재울 수 있되, 사랑으로 나아가는 길은 엄마아빠가 나란히 보여주고 들려주고 알려주면서 함께 지을 적에 아름답습니다.


  순이돌이는 어깨동무로 나란히 걸어갈 사이입니다. 순이돌이는 함께 사랑을 찾아나설 동무입니다. 순이돌이는 즐겁게 웃고 꿈을 그리는 하루를 돌아보면서 빛나는 넋입니다. 아이들은 공주도 왕자도 아닌, 그저 아이입니다. 아이들은 순이랑 돌이라는 겉몸이 다르되, 숨빛은 사람으로서 하나입니다. 이 얼거리를 어질게 읽는 어른으로서 아이 곁에 설 수 있기를 바라요.


ㅅㄴㄹ


로잘린드가 가장 먼저 연못 밖으로 나왔어요. “자, 어떻게 됐어요? 누구하고 결혼하기로 결심했나요?” 왕자는 눈을 내리깐 채 손톱만 물어뜯었어요. “아직 잘 모르겠는데……. 좀 생각해 보고 일 년 뒤에 다시 오면 안 될까요?” (31쪽)


“흥! 난 일주일이면 충분하다고.” 비올레타가 팔딱팔딱 뛰면서 외쳤어요. “우리가 하자! 우리가 용을 해치우는 거야. 우리 중에 용을 가장 늦게 잡는 사람이 이 시시한 왕자하고 결혼하기다!” 공주들은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말할 틈도 없이 뛰어가서 각자의 말에 올라탔어요. (32쪽)


그때부터 공주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임금님과 왕자에게 용을 보냈어요. 그리고 가끔가다 엽서를 받았어요. 엽서의 내용은 이랬어요. “제발, 제발, 용은 그만 보내라!” 하지만 공주들은 들은 척도 안 했어요. “아빠랑 왕자도 뭔가 할 일이 있어야잖아. 우리도 집에 없는데.” (40쪽)


#DieAllerbestePrinzessin #UrsulaPoznanski #SybilleHein


+


임금님이 무슨 명령을 내리면

→ 임금님이 무슨 일을 맡기면

→ 임금님이 무슨 말을 하면

4쪽


머리가 너무 가벼워진 것 같았는데

→ 머리가 너무 가벼운 듯했는데

7쪽


편지를 가지고 사방팔방으로 흩어졌어요

→ 글월을 들고서 흩어졌어요

→ 글을 들고서 여기저기로 갔어요

9쪽


성 위에 서서 기분 좋게 손을 흔들어 주었어요

→ 담벼락에 서서 즐겁게 손을 흔들어 주었어요

9쪽


셋 중에 하나가 왕자하고 결혼하게 될 테니까요

→ 셋 가운데 하나가 꽃돌이랑 짝을 맺을 테니까요

→ 셋 가운데 하나가 꽃님랑 함께살 테니까요

13쪽


난 이제 잠수할 거야

→ 난 이제 잠길 테야

→ 난 이제 자맥질이야

18쪽


고상한 취미를 갖고 계시다면

→ 곱상한 놀이를 즐기신다면

→ 멋스레 누리신다면

26쪽


점점 멀어져서 조그만 점 세 개로 변할 때까지

→ 차츰 멀어 조그만 티끌 셋이 될 때까지

→ 어느새 멀어 조그만 먼지 셋이 될 때까지

35쪽


세 사람은 당장 용 소포를 꾸렸어요

→ 세 사람은 바로 미르타래를 꾸려요

→ 세 사람은 곧 미르꾸러미를 싸요

39쪽


아주 가끔씩 서로 싸우기는 해요

→ 아주 가끔 서로 싸우기는 해요

42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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