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162] 몸빛



  포근히 어루만지면서

  보드라이 안을 때

  맑게 빛나는 몸.



  바라보는 대로 이룬다고 느낍니다. 아무렇게나 바라보면 내 넋은 아무렇게나 흔들리고, 사랑스레 바라보면 내 넋은 사랑스레 거듭난다고 느낍니다. 즐겁게 바라볼 적에 즐겁게 다시 태어나는 넋이고, 꾀죄죄하게 바라보면 그야말로 꾀죄죄하게 주눅이 드는 넋이지 싶어요. 우리 몸도 똑같아요. 우리가 어떻게 바라보거나 마주하는가에 따라 튼튼한지 안 튼튼한지 씩씩한지 안 씩씩한지 달라지지 싶습니다. 4347.9.1.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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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운동 책읽기 (조선왕조실록)



  새마을운동이란 무엇인가. 새로운 마을을 만들겠다는 운동일 텐데, 정작 이 운동은 1970년데 군사독재자가 이 나라를 군홧발로 짓밟으려는 뜻으로 퍼뜨렸다. 도시에 새로 짓는 공장으로 경제개발을 내세우는데, 도시 공장 노동자 숫자가 모자라니, 아무래도 시골에서 사람들을 끌어들여야 했고, 시골사람을 도시로 끌어들이려고 시골을 와장창 무너뜨리는 짓을 일삼았다. 농약과 비료와 기계를 시골에 퍼부어서, 시골에서는 ‘일손이 없어도 일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을 심었다. 이러면서 군사독재정부는 농약장사·비료장사·농기계장사·석유장사로 더 큰 돈을 벌어들인다. 도시에서는 ‘시골에서 흘러든 노동자’를 아주 싸디싼 일삯으로 부려먹으면서 더 큰 돈을 거머쥔다.


  군사독재정부를 지키려고, 마을 공동체 문화를 없애려 했다. 두레와 품앗이를 없애려 했다. 그러니, 농약과 비료와 농기계를 시골에 들이부었다. 집집마다 따로따로 농약을 뿌리고 기계를 쓰도록 내몰았다. 모든 일을 예부터 손으로 하면서 쓰레기 하나 없던 시골에 갑자기 손일이 사라지면서 이웃사랑과 이웃돕기까지 사라졌다. 논과 밭과 들과 숲에 농약이 춤추면서 아이들은 시골을 떠났고, 시골을 떠난 아이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글을 배운 적 없는 사람만 시골에 남아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되었고, 이제 오늘날 시골에서 육칠십대뿐 아니라 팔구십대 할머니와 할아버지조차 농약과 비료와 비닐과 석유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 되고 만다.


  새마을운동은 참말 새로운 마을을 만들었다. 모든 삶이 자본주의에 노예처럼 길들이거나 얽매이는 마을을 만들었다. 시골사람이 흙으로 자립이나 자급자족을 못하도록 새로운 마을을 만들었다. 도시사람은 공산품과 물질문명에 길들어 스스로 삶을 못 짓는 굴레에 갇히도록 새로운 마을을 만들었다.


  그런데, 이런 새마을운동이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에 이름을 올렸다. 참 대단하다. 그러나, 그럴 만하겠다고 느낀다. ‘조선왕조실록’과 ‘새마을운동’은 다를 바 없다고 느낀다. 두 가지 모두 권력자가 권력을 지키려고 한 일이다. 여느 사람이 여느 살림을 가꾸거나 사랑하도록 하던 일하고 동떨어진다. 여느 사람이 삶을 사랑하면서 부르던 노래와 나누던 춤과 주고받던 이야기는, 조선왕조실록이나 새마을운동 가까이에 가지도 못한다.


  아직도 새마을운동 깃발이 춤춘다. 오늘날 학교에서는 조선왕조실록을 역사로 가르친다. 아직도 시골에서는 자립이나 자급자족하고는 한참 멀다. 오늘날 학교에서는 ‘여느 사람들 삶과 이야기(민중문화)’를 안 가르친다.


  생각해 보라. 조선왕조실록에 나오는 사람들은 조선이라는 나라에서 1%도 안 되는 권력자 끄나풀이다. 조선이라는 나라에서 99%를 훨씬 넘던 여느 수수한 사람들 이야기를 왜 학교에서 역사나 경제나 정치나 문화나 과학으로는 안 가르치고 안 말하며 안 보여줄까? 바로 우리를 노예로 만들어 기계 부속품으로 다루려는 속셈이기 때문이다.


  아이들한테 조선왕조실록을 읽히지 말자. 아이들한테는 삶과 사랑과 꿈을 물려주자. 어른들은 새마을운동 깃발을 걷어치우자. 어른들은 마을 두레와 품앗이와 어깨동무로 거듭나자. 4347.9.1.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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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 없애야 말 된다

 (68) 영웅적 1


아이들을 돌보고 먹이겠다는 임무에 헌신하며 코르착은 또 하나의 영웅적 업적을 남긴다

《야누슈 코르착/노영희 옮김-아이들》(양철북,2002) 186쪽


 또 하나의 영웅적 업적을 남긴다

→ 또 다른 영웅다운 업적을 남긴다

→ 또 한 가지 영웅스런 발자국을 남긴다

→ 영웅과 같은 일을 또 한 가지 남긴다

 …



  한국말사전을 보면, ‘영웅적’을 “영웅다운”으로 풀이합니다. 네, 맞습니다. ‘-的’을 붙이는 말투는 한국말 ‘-다운’을 밀어냅니다. 한국말에는 ‘-다운’이 있어서, “영웅다운”이나 “나다운”이나 “사람다운”이나 “나무다운”처럼 씁니다. “영웅적”이나 “인간적”처럼 쓸 까닭이 없습니다.


  영웅과 같다면 “영웅과 같은”이라 하면 됩니다. 영웅스럽구나 싶으면 “영웅스러운”이라 하면 됩니다. 영웅처럼 보이면 “영웅처럼”이라 하면 돼요.


 영웅적 기상 → 영웅다운 넋

 영웅적 행위 → 영웅다운 몸짓

 영웅적 행동 → 영웅다운 움직임


  한자말 ‘영웅’은 그대로 쓸 수 있습니다. 이 한자말을 안 쓰고 싶다면 “훌륭한 사람”이나 “놀라운 사람”처럼 적을 수 있습니다. 보기글에서는 “영웅다운 발자국”이나 “영웅 같은 일”로 손볼 수 있는 한편, “훌륭한 발자국”이나 “놀라운 일”로 손볼 수 있어요. 4337.11.9.불/4347.9.1.달.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아이들을 돌보고 먹이겠다는 일에 몸을 바치며 코르착은 또 다른 훌륭한 발자국을 남긴다


‘임무(任務)’는 “맡은 일”을 한자로 옮긴 낱말입니다. 보기글에서는 ‘일’로 다듬습니다. ‘헌신(獻身)하며’는 “몸을 바치며”나 “온힘을 쏟으며”로 손질하고, “업적(業績)을 남긴다”는 “발자국을 남긴다”로 손질해 줍니다.



 영웅(英雄) : 지혜와 재능이 뛰어나고 용맹하여 보통 사람이 하기 어려운 일을 해내는 사람

   - 민족적 영웅 / 영웅 대접을 받다

 영웅적(英雄的) : 영웅다운

   - 영웅적 기상 / 영웅적 행위 / 영웅적 행동


..



 '-적' 없애야 말 된다

 (1690) 영웅적 2


박새들은 새매가 나타나면 닐스에게 알려주고, 피리새와 종다리는 닐스가 보여준 영웅적인 행동을 노래하라

《셀마 라게를뢰프/배인섭 옮김-닐스의 신기한 여행 1》(오즈북스,2006) 98쪽


 영웅적인 행동을 노래하라

→ 영웅 같은 몸짓을

→ 훌륭한 일을

→ 멋진 일을

→ 아름다움을

→ 놀라움을

 …



  여느 사람이 해내기 힘든 일을 해내기에 ‘영웅’이라고도 합니다. 그러면, 여느 사람이 해내기 힘든 일을 해내는 모습을 보며 어떻다고 말할까요? ‘훌륭하다’거나 ‘대단하다’거나 ‘뛰어나다’거나 ‘놀랍다’거나 ‘멋지다’ 하고 말하겠지요. 어느 때에는 ‘아름답다’라든지 ‘짠하다’와 같이 말할 수 있습니다.


  어떤 일을 해낸 모습을 가만히 돌아보면서 느낌을 찬찬히 낱말 하나에 담습니다. 어떤 일을 해낸 모습을 곰곰이 되새기면서 느낌을 알맞게 살립니다. 4347.9.1.달.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박새들은 새매가 나타나면 닐스한테 알려주고, 피리새와 종다리는 닐스가 보여준 훌륭한 일을 노래하라


보기글에 나오는 ‘행동(行動)’은 ‘일’로 다듬습니다. 닐스가 한 ‘일’이 훌륭했다고 여기기 때문에 여러 새들이 닐스를 기리면서 노래를 부른다고 이야기하는 대목입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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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프키 두프키의 아주 멋진 날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58
윌리엄 스타이그 지음, 김경미 옮김 / 마루벌 / 2005년 9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24



어떻게 바라보는가

― 티프키 두프키의 아주 멋진 날

 윌리엄 스타이그 글·그림

 마루벌 펴냄, 2005.9.14.



  우리는 누구나 새로운 하루를 맞이합니다. 우리는 저마다 새로운 날을 누립니다. 어제와 오늘은 다릅니다. 오늘과 모레도 다릅니다. 모레와 글피도 다릅니다. 이러면서 어제와 오늘과 모레는 모두 같아요. 언제나 다른 새날이라는 대목에서 모두 같아요. 즐거운 아침으로 열어, 기쁜 저녁으로 마무리짓는 하루라는 대목에서 모두 같습니다.


  노래하는 사람한테는 날마다 노래잔치입니다. 흙을 가꾸는 사람한테는 날마다 흙잔치입니다. 풀을 먹는 사람한테는 날마다 풀잔치입니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글잔치이고,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책잔치입니다. 밥을 맛있게 차려서 먹으려는 사람은 밥잔치를 누리고, 한집 사람뿐 아니라 이웃과 동무하고 사랑을 속삭이려는 사람은 사랑잔치를 누려요.



.. 쓰레기 청소부 티프키 두프키는 그날도 즐겁게 일을 하고 있었어요. 날씨는 정말 좋았어요. 티프키는 시간에 맞추어서 일을 끝낼 생각이에요 ..  (1쪽)




  윌리엄 스타이그 님이 빚은 그림책 《티프키 두프키의 아주 멋진 날》(마루벌,2005)을 읽습니다. 그림책 《티프키 두프키의 아주 멋진 날》에 나오는 티프키는 어느 도시에서 청소부 노릇을 합니다.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를 날마다 치우면서 삶을 꾸립니다. 사람들은 쓰레기를 버리고는 쓰레기를 잊지만, 티프키는 날마다 쓰레기를 치우면서 쓰레기 냄새를 맡고, 쓰레기 사이에서 여러모로 쓸모 있는 것을 찾아냅니다. 그냥 치워서 쓰레기 파묻는 데로 갖다 놓는다든지 쓰레기 태우는 데에 쏟아붓지 않아요. 먼저 쓰레기를 찬찬히 살핍니다.


  티프키는 이녁이 입는 옷이라든지 이녁이 쓰는 여러 살림살이를 쓰레기 사이에서 건집니다. 그런데, 쓰레기 사이에서 건진다는 말은 그리 옳지 않아요. 다른 사람들은 ‘쓰레기’로 여겨 버리지만, 티프키는 쓰레기가 아닌 ‘살림살이’로 여깁니다. 새롭게 바라보면서 새롭게 보듬습니다. 새롭게 마주하면서 새롭게 사랑합니다.



.. 벌써부터 마음은 앞으로 만나게 될 아가씨에 대한 꿈으로 부풀어 있었어요. 아가씨를 떠올리니 장미꽃, 이슬, 별빛, 초콜릿 푸딩이 생각났어요. 고약한 쓰레기 냄새는 아무래도 좋았어요. 오히려 티프키는 쓰레기를 소중히 여겼어요 ..  (4쪽)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따라 다릅니다. 그냥 쓰레기로 바라보면 쓰레기입니다. 어떤 사람한테는 금덩이나 보석조차 쓰레기일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한테는 책이 쓰레기일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한테는 헌 신문종이가 쓰레기일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한테는 ‘안 입는 옷’이 쓰레기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헌 신문종이에 적힌 ‘우리 할아버지 예전 이야기’를 보고는, 이 헌 신문종이를 어느 보배보다 알뜰히 건사할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헐거나 낡은 책을 집어들어 매우 아름다우면서 훌륭한 이야기를 읽을 수 있어, 이 헐거나 낡은 책을 살뜰히 품을 만합니다. 어떤 사람은 다른 이가 안 입는 옷을 고맙게 물려받아서 즐겁게 입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바라보는가요.


  숲을 숲으로 바라본다면 숲을 망가뜨리지 못합니다. 냇물을 냇물로 바라본다면 냇물을 무너뜨리지 못합니다. 그렇지만, 숲을 숲으로 바라보지 못한 탓에, 숲을 밀어 골프장이나 공장이나 발전소를 세웁니다. 냇물을 냇물로 바라보지 못하기 때문에, 냇물을 밀어 시멘트를 들이붓는 짓을 서슴지 않습니다.




.. “청소부신가요? 우리 아빠도 청소부셨는데! 세상에 이런 우연이 또 있을까요?” 에스트렐라는 사랑에 빠져 멍하게 서 있는 티프키처럼 이렇게 씩씩하고 겸손한 청년을 만난 적이 없었어요 ..  (28쪽)



  얼굴이 이쁘장하기에 사랑스러운 님이 아닙니다. 얼굴에 깃든 마음이 아름답기에 사랑스러운 님입니다. 겉모습이 이쁘장하대서 사랑스러운 님이 아닙니다. 속마음이 아름답기에 사랑스러운 님입니다.


  어른들은 아이를 마주하면서 무엇을 보나요? 아이 얼굴이나 몸매를 보나요? 아이가 학교에서 받는 성적표를 보나요? 아이한테서 무엇을 보나요? 아이 마음속을 바라보는 어버이가 아닐까요? 아이 가슴속에 깃든 사랑스러운 씨앗을 바라보는 어버이가 아닐는지요?


  그러면, 어른과 어른 사이에서는 무엇을 보나요? 어른과 어른 사이에서도 서로 얼굴이나 몸매나 재산이 자가용이나 옷차림이 아닌, 마음속에 깃든 꿈과 사랑을 바라볼 노릇 아닐까요? 그림책 《티프키 두프키의 아주 멋진 날》에 흐르는 따사로운 속살을 가만히 읽습니다. 4347.9.1.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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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하는 손은 닳지 않는다. 일하고 또 일해도 손가락과 손바닥에 손그림이 그대로 있다. 그런데 흙을 만지고 물을 만지며 나무를 만지고 풀을 만지는 사이 꾸덕살이 잡히고 뭉툭해진다. 아주 커다란 손이 된다. 그리고 기계를 만지고 만지다 보면 손그림이 지워지곤 한다. 기계는 여느 연장과 달리 손그림이 닳아서 사라지도록 한다. 왜 그럴까? 서정홍 님이 쓴 동시를 모은 《닳지 않는 손》을 읽는다. 서정홍 님이 쓰는 동시는 ‘일하는 사람 이야기’를 들려준다. 예나 이제나 동시를 쓰는 어른 가운데 ‘일하는 사람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는 아주 드물었다. 동시를 쓰는 어른은 으레 ‘일 안 하는 사람 이야기’만 담았다. 그도 그럴 까닭이, 동시를 쓰는 어른 스스로 으레 ‘일 안 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시를 쓰는 사람은 어떠한가? 소설을 쓰거나 동화를 쓰는 사람은 어떠한가? 일이란 무엇일까? 놀이란 무엇일까? 삶을 밝히거나 가꾸는 이야기란 무엇일까? 이 땅에서 수수하고 투박하게 살아가는 여느 사람들 목소리가 생생하게 시와 동시와 소설과 동화로 태어날 수 있기를 빈다. 4347.9.1.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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닳지 않는 손- 서정홍 동시집
서정홍 지음, 윤봉선 그림 / 우리교육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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