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운동 책읽기 (조선왕조실록)



  새마을운동이란 무엇인가. 새로운 마을을 만들겠다는 운동일 텐데, 정작 이 운동은 1970년데 군사독재자가 이 나라를 군홧발로 짓밟으려는 뜻으로 퍼뜨렸다. 도시에 새로 짓는 공장으로 경제개발을 내세우는데, 도시 공장 노동자 숫자가 모자라니, 아무래도 시골에서 사람들을 끌어들여야 했고, 시골사람을 도시로 끌어들이려고 시골을 와장창 무너뜨리는 짓을 일삼았다. 농약과 비료와 기계를 시골에 퍼부어서, 시골에서는 ‘일손이 없어도 일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을 심었다. 이러면서 군사독재정부는 농약장사·비료장사·농기계장사·석유장사로 더 큰 돈을 벌어들인다. 도시에서는 ‘시골에서 흘러든 노동자’를 아주 싸디싼 일삯으로 부려먹으면서 더 큰 돈을 거머쥔다.


  군사독재정부를 지키려고, 마을 공동체 문화를 없애려 했다. 두레와 품앗이를 없애려 했다. 그러니, 농약과 비료와 농기계를 시골에 들이부었다. 집집마다 따로따로 농약을 뿌리고 기계를 쓰도록 내몰았다. 모든 일을 예부터 손으로 하면서 쓰레기 하나 없던 시골에 갑자기 손일이 사라지면서 이웃사랑과 이웃돕기까지 사라졌다. 논과 밭과 들과 숲에 농약이 춤추면서 아이들은 시골을 떠났고, 시골을 떠난 아이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글을 배운 적 없는 사람만 시골에 남아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되었고, 이제 오늘날 시골에서 육칠십대뿐 아니라 팔구십대 할머니와 할아버지조차 농약과 비료와 비닐과 석유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 되고 만다.


  새마을운동은 참말 새로운 마을을 만들었다. 모든 삶이 자본주의에 노예처럼 길들이거나 얽매이는 마을을 만들었다. 시골사람이 흙으로 자립이나 자급자족을 못하도록 새로운 마을을 만들었다. 도시사람은 공산품과 물질문명에 길들어 스스로 삶을 못 짓는 굴레에 갇히도록 새로운 마을을 만들었다.


  그런데, 이런 새마을운동이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에 이름을 올렸다. 참 대단하다. 그러나, 그럴 만하겠다고 느낀다. ‘조선왕조실록’과 ‘새마을운동’은 다를 바 없다고 느낀다. 두 가지 모두 권력자가 권력을 지키려고 한 일이다. 여느 사람이 여느 살림을 가꾸거나 사랑하도록 하던 일하고 동떨어진다. 여느 사람이 삶을 사랑하면서 부르던 노래와 나누던 춤과 주고받던 이야기는, 조선왕조실록이나 새마을운동 가까이에 가지도 못한다.


  아직도 새마을운동 깃발이 춤춘다. 오늘날 학교에서는 조선왕조실록을 역사로 가르친다. 아직도 시골에서는 자립이나 자급자족하고는 한참 멀다. 오늘날 학교에서는 ‘여느 사람들 삶과 이야기(민중문화)’를 안 가르친다.


  생각해 보라. 조선왕조실록에 나오는 사람들은 조선이라는 나라에서 1%도 안 되는 권력자 끄나풀이다. 조선이라는 나라에서 99%를 훨씬 넘던 여느 수수한 사람들 이야기를 왜 학교에서 역사나 경제나 정치나 문화나 과학으로는 안 가르치고 안 말하며 안 보여줄까? 바로 우리를 노예로 만들어 기계 부속품으로 다루려는 속셈이기 때문이다.


  아이들한테 조선왕조실록을 읽히지 말자. 아이들한테는 삶과 사랑과 꿈을 물려주자. 어른들은 새마을운동 깃발을 걷어치우자. 어른들은 마을 두레와 품앗이와 어깨동무로 거듭나자. 4347.9.1.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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