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프키 두프키의 아주 멋진 날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58
윌리엄 스타이그 지음, 김경미 옮김 / 마루벌 / 2005년 9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24



어떻게 바라보는가

― 티프키 두프키의 아주 멋진 날

 윌리엄 스타이그 글·그림

 마루벌 펴냄, 2005.9.14.



  우리는 누구나 새로운 하루를 맞이합니다. 우리는 저마다 새로운 날을 누립니다. 어제와 오늘은 다릅니다. 오늘과 모레도 다릅니다. 모레와 글피도 다릅니다. 이러면서 어제와 오늘과 모레는 모두 같아요. 언제나 다른 새날이라는 대목에서 모두 같아요. 즐거운 아침으로 열어, 기쁜 저녁으로 마무리짓는 하루라는 대목에서 모두 같습니다.


  노래하는 사람한테는 날마다 노래잔치입니다. 흙을 가꾸는 사람한테는 날마다 흙잔치입니다. 풀을 먹는 사람한테는 날마다 풀잔치입니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글잔치이고,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책잔치입니다. 밥을 맛있게 차려서 먹으려는 사람은 밥잔치를 누리고, 한집 사람뿐 아니라 이웃과 동무하고 사랑을 속삭이려는 사람은 사랑잔치를 누려요.



.. 쓰레기 청소부 티프키 두프키는 그날도 즐겁게 일을 하고 있었어요. 날씨는 정말 좋았어요. 티프키는 시간에 맞추어서 일을 끝낼 생각이에요 ..  (1쪽)




  윌리엄 스타이그 님이 빚은 그림책 《티프키 두프키의 아주 멋진 날》(마루벌,2005)을 읽습니다. 그림책 《티프키 두프키의 아주 멋진 날》에 나오는 티프키는 어느 도시에서 청소부 노릇을 합니다.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를 날마다 치우면서 삶을 꾸립니다. 사람들은 쓰레기를 버리고는 쓰레기를 잊지만, 티프키는 날마다 쓰레기를 치우면서 쓰레기 냄새를 맡고, 쓰레기 사이에서 여러모로 쓸모 있는 것을 찾아냅니다. 그냥 치워서 쓰레기 파묻는 데로 갖다 놓는다든지 쓰레기 태우는 데에 쏟아붓지 않아요. 먼저 쓰레기를 찬찬히 살핍니다.


  티프키는 이녁이 입는 옷이라든지 이녁이 쓰는 여러 살림살이를 쓰레기 사이에서 건집니다. 그런데, 쓰레기 사이에서 건진다는 말은 그리 옳지 않아요. 다른 사람들은 ‘쓰레기’로 여겨 버리지만, 티프키는 쓰레기가 아닌 ‘살림살이’로 여깁니다. 새롭게 바라보면서 새롭게 보듬습니다. 새롭게 마주하면서 새롭게 사랑합니다.



.. 벌써부터 마음은 앞으로 만나게 될 아가씨에 대한 꿈으로 부풀어 있었어요. 아가씨를 떠올리니 장미꽃, 이슬, 별빛, 초콜릿 푸딩이 생각났어요. 고약한 쓰레기 냄새는 아무래도 좋았어요. 오히려 티프키는 쓰레기를 소중히 여겼어요 ..  (4쪽)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따라 다릅니다. 그냥 쓰레기로 바라보면 쓰레기입니다. 어떤 사람한테는 금덩이나 보석조차 쓰레기일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한테는 책이 쓰레기일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한테는 헌 신문종이가 쓰레기일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한테는 ‘안 입는 옷’이 쓰레기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헌 신문종이에 적힌 ‘우리 할아버지 예전 이야기’를 보고는, 이 헌 신문종이를 어느 보배보다 알뜰히 건사할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헐거나 낡은 책을 집어들어 매우 아름다우면서 훌륭한 이야기를 읽을 수 있어, 이 헐거나 낡은 책을 살뜰히 품을 만합니다. 어떤 사람은 다른 이가 안 입는 옷을 고맙게 물려받아서 즐겁게 입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바라보는가요.


  숲을 숲으로 바라본다면 숲을 망가뜨리지 못합니다. 냇물을 냇물로 바라본다면 냇물을 무너뜨리지 못합니다. 그렇지만, 숲을 숲으로 바라보지 못한 탓에, 숲을 밀어 골프장이나 공장이나 발전소를 세웁니다. 냇물을 냇물로 바라보지 못하기 때문에, 냇물을 밀어 시멘트를 들이붓는 짓을 서슴지 않습니다.




.. “청소부신가요? 우리 아빠도 청소부셨는데! 세상에 이런 우연이 또 있을까요?” 에스트렐라는 사랑에 빠져 멍하게 서 있는 티프키처럼 이렇게 씩씩하고 겸손한 청년을 만난 적이 없었어요 ..  (28쪽)



  얼굴이 이쁘장하기에 사랑스러운 님이 아닙니다. 얼굴에 깃든 마음이 아름답기에 사랑스러운 님입니다. 겉모습이 이쁘장하대서 사랑스러운 님이 아닙니다. 속마음이 아름답기에 사랑스러운 님입니다.


  어른들은 아이를 마주하면서 무엇을 보나요? 아이 얼굴이나 몸매를 보나요? 아이가 학교에서 받는 성적표를 보나요? 아이한테서 무엇을 보나요? 아이 마음속을 바라보는 어버이가 아닐까요? 아이 가슴속에 깃든 사랑스러운 씨앗을 바라보는 어버이가 아닐는지요?


  그러면, 어른과 어른 사이에서는 무엇을 보나요? 어른과 어른 사이에서도 서로 얼굴이나 몸매나 재산이 자가용이나 옷차림이 아닌, 마음속에 깃든 꿈과 사랑을 바라볼 노릇 아닐까요? 그림책 《티프키 두프키의 아주 멋진 날》에 흐르는 따사로운 속살을 가만히 읽습니다. 4347.9.1.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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