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면 앞으로 간다 - 정지된 일상을 깨우고, 앞으로 나아가는 법 자기만의 방
강민영 지음 / 휴머니스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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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4.6.6.

다듬읽기 193


《자전거를 타면 앞으로 간다》

 강민영

 자기만의방

 2022.1.25.



  《자전거를 타면 앞으로 간다》(강민영, 자기만의방, 2022)처럼 두바퀴를 다루는 글이 뜻밖에 드뭅니다. 글일을 하거나 글길을 가는 분 가운데 걷거나 두바퀴를 누리는 사람이 드문 탓이고, 걷거나 두바퀴를 즐기면 굳이 글을 안 즐기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두바퀴는 멋이 아닌 삶입니다. 두다리는 겉치레가 아닌 살림입니다. 이 책을 쓴 분은 글손질을 꼼꼼히 한다고 밝히지만, 막상 말결이나 글결을 살피지는 않는 듯싶습니다. 두바퀴를 더 비싸게 장만해서 더 빨리 내달려야 멋있지 않다면, 우리말결을 수수하게 헤아리면서 토닥토닥 다듬을 수 있기를 바라요. 저잣마실을 다녀오고, 아이를 짐받이에 태우는 두바퀴라면, 어린이 곁에서 봄바람처럼 살랑이는 글빛으로 넉넉히 추스를 만합니다. 느긋이 천천히 달릴 줄 알아야 억새도 보고 새소리도 듣습니다. 넉넉히 찬찬히 글자락을 가다듬을 적에 마음밭도 새롭게 빛납니다.


ㅅㄴㄹ


내게 자전거라는 단어의 반짝임이 찾아왔다

→ 두바퀴는 반짝이는 낱말로 찾아왔다

→ 두바퀴는 반짝이는 말씨로 찾아왔다

7


당연히 타고 있죠

→ 늘 타죠

→ 꼭 타죠

13


나에게 자전거의 존재는 늘 당연했다

→ 두바퀴는 늘 나한테 있었다

→ 두바퀴는 마땅히 나하고 있었다

13


0에 수렴되던 자전거에 대한 흥미가 다시 올라오기 시작했다

→ 0에 가깝던 두바퀴인데 다시 마음이 갔다

→ 두바퀴에 아무 마음이 없다가 새로 생겼다

→ 두바퀴는 안 쳐다보았는데 문득 눈이 갔다

14


애정하는 대상과의 소원함과 헤어짐은 언제고 있을 수 있는 일이다

→ 좋아하더라도 언제고 멀어지거나 헤어질 수 있는 일이다

→ 귀엽더라도 언제고 데면데면하거나 헤어질 수 있는 일이다

15


마지막 장의 마침표를 찍으며 결국

→ 마지막 자락 마침꽃을 찍으며 끝내

→ 마지막 쪽 마침꽃을 찍으면서

16


이따금씩 처음 자전거를 탄 순간을 떠올린다

→ 이따금 처음 두바퀴를 탄 날을 떠올린다

19


아침저녁으로 건강해지고 있어요

→ 아침저녁으로 튼튼해요

→ 아침저녁으로 기운이 나요

25


만만한 게 출퇴근길이란 생각이 들었다

→ 일터를 다니는 길이 만만하지 싶었다

→ 일터를 오가는 길이 만만할 듯싶었다

26


지도 앱의 초록색 선이 나에게 분명하고도 확실히 말하고 있었다

→ 길그림꽃 푸른금이 나한테 또렷하게 말한다

→ 길그림 풀그림 푸른줄이 나한테 똑똑히 말한다

26쪽


수개월 동안 수도권의 수많은 자전거길을 쏘다니며

→ 여러 달을 서울곁 숱한 두바퀴길을 쏘다니며

→ 몇 달을 서울 둘레 여러 두바퀴길을 쏘다니며

29


구름을 타고 노니는 유니콘이 되어

→ 구름을 타고 노니는 외뿔말이 되어

→ 구름을 타고 노니는 흰뿔말이 되어

30


아이쇼핑으로 구매했다

→ 눈구경으로 샀다

→ 눈으로 장만했다

→ 들여다보고 사들였다

35


한 번도 가 보지 않은 자전거길들을 유려히 달리기 시작했다

→ 아직 가 보지 않은 두바퀴길을 멋지게 달린다

→ 여태 가 보지 않은 두바퀴길을 꽃처럼 달린다

→ 이제껏 가 보지 않은 두바퀴길을 곱게 달린다

39


싸이클을 탄다는 건 진입 장벽이 낮은 취미는 아니다

→ 씽씽이 타기는 울타리가 낮지 앉다

→ 쌩쌩이는 넘보기 쉽지 않다

51쪽


자전거 전용도로 위에서도 물론 안전사고는 일어난다

→ 두바퀴길에서도 다칠 수 있다

→ 달림길에서도 부딪칠 수 있다

71


기본이 되어야 하는 게 바로 이 엔진이다

→ 바로 고동이 밑동이다

→ 바로 숨통이 밑바탕이다

76


최악이라 해봤자 안장에서 내려와

→ 나쁘다고 해봤자 자리에서 내려

→ 고약해 봤자 앉개에서 내려

77


도로 위에서의 주행에 큰 영향을 미치긴 하지만

→ 길에서 달릴 적에 크게 다르지만

→ 길에서 달리면 크게 다르지만

78


그간 모종의 합의라도 본 걸까

→ 그동안 뜻이라도 맞췄을까

→ 여태 뜻이라도 모았을까

88


억새를 시작으로 이번엔 강변을 지날 때면 자주 보이는 새들이 눈에 들어왔다

→ 이제 냇가를 지날 때면 억새에 새가 보인다

→ 이제는 냇가를 지날 때면 억새랑 새를 본다

95


아직 여름의 따스함이 도로에 내려오지 않아

→ 아직 더운 여름이 아니라

→ 아직 날이 따스하지 않아

118


글을 쓰는 지금의 나를 만든 건, 8할이 블로그였다

→ 나는 누리집 때문에 글을 쓴다

→ 누리집이 있기에 오늘처럼 글을 쓴다

125


문제를 정면에서 해결하는 건 때론 문제를 피할 때보다 더 많은 갈등과 감정 소비를 가져오기도 한다

→ 일을 비끼지 않고 코앞에서 풀려면 더 다투고 마음을 써야 한다

→ 골치를 등지지 않고 바로 풀자면 더 뒤엉키고 마음을 들여야 한다

147


이유는 대부분 하나로 압축할 수 있다

→ 까닭은 거의 하나이다

→ 으레 하나 때문이다

155


여전히 나의 베스트는 흙바람을 맞고 변화무쌍한 날씨를 즐기며 자전거를 타는 것이다

→ 나는 아직도 춤추는 날씨에 흙바람을 맞으며 두바퀴를 달리면 가장 즐겁다

→ 나는 널뛰는 날씨에 흙바람을 맞으며 두바퀴를 달리면 무척 즐겁다

184


나는 퇴고를 비교적 꼼꼼하게 하는 편이다

→ 나는 꽤 꼼꼼하게 손질을 한다

→ 나는 퍽 꼼꼼하게 가다듬는다

→ 나는 좀 꼼꼼하게 고쳐쓴다

188


+


덧.

책겉이나 여러 곳에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그림으로 담는데,

팔과 손과 등과 허리와 다리...

어쩐지 엉성하다.

그림결을 귀엽게 꾸미느라

막상 "자전거를 타는 매무새와 몸짓"은

눈여겨보지 않았구나 싶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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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245 : -의 결혼 감정 갖고 계셔


삐뽀 씨의 결혼에 안 좋은 감정을 갖고 계셔

→ 삐뽀 씨가 짝을 맺어서 안 좋아하셔

→ 삐뽀 씨네 꽃살림을 못마땅해 하셔

《보노보노 23》(이가라시 미키오/서미경 옮김, 서울문화사, 2004) 110쪽


가까이 있는 사람이 맺은 짝을 안 좋아할 수 있습니다. 곁에 있는 사람이 꽃살림을 차릴 적에 못마땅하게 여길 수 있습니다. 우리말 ‘마음’이나 ‘느끼다’를 한자로 옮겨 ‘감정’으로 적으려다 보니, “안 좋아하셔”를 “안 좋은 감정을 갖고 계셔”처럼 잔뜩 늘립니다. “-고 있다”로 군더더기를 붙이는데, 올림말까지 잘못 붙이는군요. “-고 있다”를 ‘계시다’로 적는다고 하더라도 올림말이지 않아요. ‘-시-’는 “안 좋아하셔”나 “못마땅해 하셔”처럼 넣어야 알맞습니다. ㅅㄴㄹ


결혼(結婚) : 남녀가 정식으로 부부 관계를 맺음

감정(感情) : 어떤 현상이나 일에 대하여 일어나는 마음이나 느끼는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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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246 : 그 큰 콤플렉스를 -고 있


나는 그 일에 가장 큰 콤플렉스를 느끼고 있었다

→ 나는 이 일이 가장 창피했다

→ 나는 이 일이 가장 부끄러웠다

→ 나는 이 일이 가장 아팠다

→ 나는 이 일이 가장 찔렸다

→ 나는 이 일이 가장 힘들었다

《아이들의 장난감 2》(오바나 미호/최윤정 옮김, 학산문화사, 2004) 257쪽


어느 일이 창피하거나 부끄러울 수 있습니다. 바로 이 일이야말로 아프거나 찔릴 수 있어요. 남보다 모자라거나 못한다고 여기니 힘들거나 고단해요. 그렇지만 위나 아래를 따지지 않는다면, 내가 낮거나 네가 높지 않은 줄 알아볼 수 있다면, 이 삶을 사랑으로 바라보려는 마음이라면, 말을 더듬든 글씨가 삐뚤거리든, 늘 우리 마음을 고이 펴고 고스란히 나누면서 환하게 웃음을 짓습니다. ㅅㄴㄹ


콤플렉스(complex) : [심리] 현실적인 행동이나 지각에 영향을 미치는 무의식의 감정적 관념. 융은 언어 연상 시험을 통하여 특정 단어에 대한 피검자의 반응 시간 지연, 연상 불능, 부자연스러운 연상 내용 따위가 이것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하였다. ‘강박 관념’, ‘열등감’, ‘욕구 불만’으로 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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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247 : 많은 책 가진 독서광


이렇게 많은 책을 가진 사람은 어릴 때부터 독서광이지 않았을까

→ 이렇게 책이 많으면 어릴 때부터 책벌레이지 않을까

→ 이렇게 책이 많으면 어릴 때부터 글사랑이지 않을까

《책이 좀 많습니다》(윤성근, 이매진, 2015) 13쪽


책이 많을 적에는 “책이 많다”라 합니다. “책이 많이 있다”라 하기도 합니다. “많은 책을 가지다”는 잘못 퍼진 옮김말씨입니다. 돈이 많으면 “돈이 많다”라 합니다. “많은 돈을 가지다”도 잘못 쓰는 옮김말씨예요. 오늘날에는 집에 책을 많이 두지만, 어릴 적에는 책을 거의 안 읽거나 모르던 분이 있어요. 어린이 책벌레가 어른 책사랑으로 나아가지는 않습니다. 노래하며 놀던 아이가 글사랑에 책사랑으로 피어나기도 합니다. ㅅㄴㄹ


독서광(讀書狂) : 책에 미친 듯이 책을 많이 읽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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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1월 2일에 쓴 글을

문득 돌아본다.

새벽에 신문배달을 마치고서 쓴 글일 테지.

아스라한 지난날이로구나.


..


숲노래 책빛 / 숲노래 책읽기

1999.1.2. 길그림에 없는 책집



  고등학교를 다니던 1992년에 헌책집을 찾으러 서울로도 가 볼까 하고 생각하곤 했다. 인천에서 늘 드나들던 배다리 헌책집에서 여러 어른한테 여쭈니, 서울에는 인사동이나 청계천이나 서울역 둘레에 헌책집이 참 많다고 알려준다. 큰책집에 가서 두툼한 길그림책을 들추었다. 그런데 아무리 커다란 길그림책이어도 인사동이건 청계천이건 서울역 언저리에 있다는 책집을 찾을 길이 없다. 〈종로서적〉이나 〈교보문고〉나 〈영풍문고〉처럼 커다랗다는 책집도 찾을 길이 없다.


  그러고 보면, 인천 길그림에는 〈대한서림〉조차 없다. 백화점이나 큰가게나 병원이나 은행은 길그림에 잘 나온다만, 책집을 길그림에 담은 적은 없지 싶다. (1992년과 1999년뿐 아니라 2024년에도 매한가지이다. 따로 ‘책집 길그림’을 낼 적에는 담되, 여느 길그림에는 책집을 안 적어 놓는 우리나라이다)


  서울이나 부산은 땅밑을 다니는 전철길이 거미줄 같다. 전철을 타고내리는 곳에는 으레 커다랗게 길그림을 걸어 놓는데, 전철나루 길그림에 책집을 그려 놓은 모습을 본 적도 없다.


  굳이 책집을 길그림에 넣느냐 안 넣느냐 하고 따질 마음은 아니다. “책집을 길그림에 넣을 줄 아는 나라와 고장과 마을”이라면, 이 나라와 고장과 마을은 아름답고 알차다고 느낀다. 먹고 마시고 노는 밥집과 술집과 옷집만 길그림에 빼곡하게 담는 나라와 고장과 마을은, 안 아름답고 앞날이 새카맣다고 느낀다.


  나라에서는 으레 ‘문화사업’이나 ‘예술사업’을 한다고 떠들썩하다. ‘문화·예술’이란 무엇인가? 돈을 더 많이 들여야 ‘문화·예술’인가? 사람들이 더 많이 구경해야 ‘문화·예술’인가? 마을에서 마을사람이 스스로 조촐히 삶을 새기고 살림을 가꾸고 사랑을 나누도록 이바지하는 마을책집 이야기를 돌아볼 줄 아는 마음에서 ‘문화·예술’이라는 새싹이 돋을 수 있지 않을까?


  이리하여 나는 스스로 ‘책집그림(책집지도)’을 그린다. 나라에서 안 그린다고 나라를 탓하지 말자. 인천이나 부산이나 서울 같은 큰고장이 책집그림에 아무 뜻이 없다고 나무라지 말자. 벼슬꾼(국회의원·공무원)이 책집그림에 팔짱을 끼든 말든 그들을 쳐다보지 말자. 내가 오늘 다니는 책집을 스스로 눈여겨보면서, 두 다리로 뚜벅뚜벅 길이를 재서 흰종이에 차근차근 길을 담아 보자. 책집을 둘러싼 마을은 골목이 어떠한지 모두 두 다리로 누벼 보고서 천천히 길그림을 여미자.


  내가 하면 된다. 내가 읽으면 되고, 내가 새기면 되고, 내가 느끼면 되고, 내가 하면 된다. 내가 그리면 된다. 책마을 언저리를 스스로 그리고, 책숲마실을 그리고, 책집마실을 함께할 동무하고 이웃을 그리면 된다.


  전화번호부에조차 책집이름이 안 오르기 일쑤이니, 책집을 찾아다닐 적마다 책집 전화번호하고 주소도 챙기자. 책집 둘레로 지나가는 버스를 살피고, 어디에서 어떤 버스나 전철을 내려서 몇 걸음(미터)을 가면 책집을 만날 수 있는지 하나하나 짚으면서 책집그림을 선보이자. 내가 꾸리는 책집그림은 누구나 볼 수 있도록 누리집(피시통신)에 모두 올려놓자.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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