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노래 96. 억새풀 놀이


  즐겁게 웃을 적에 놀이가 됩니다. 즐겁게 노래할 적에 놀이로 거듭납니다. 즐겁게 이야기꽃을 피울 적에 비로소 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논둑길을 따분하게 걷는다면 놀이가 태어나지 않습니다. 논둑길을 왜 걸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놀이를 마음속에서 길어올리지 못합니다. 언제 어디에서 마음 가득 놀이를 떠올리거나 그리거나 생각하기에 참말 즐겁게 웃고 노래하면서 이야기하는 놀이를 누린다고 느낍니다. 억새풀 놀이를 하려고 논둑길을 걷지는 않습니다. 논둑길을 걷다가 억새풀을 보았고, 억새풀이 바람 따라 춤추는 모습을 보았기에, 이 억새풀을 한 포기 뜯어서 서로 간지럼을 태우는 놀이가 저절로 태어납니다. 4348.12.25.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넋/사진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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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95. 전철 걸상에서 신 안 벗고



  아이들은 창가 자리에 앉아서 창밖을 신나게 바라보면서 놀고 싶으며, 창밖을 바라보다가도 바닥으로 내려서서 골마루를 재미나게 가로지르고 싶습니다. 어른이라면 전철에서 골마루를 가로지르려는 사람이 거의 없을 테지요. 전철 골마루를 가로지르면서 노는 일이란 ‘도덕·질서·예의’에 어긋난다고 여기니까요. 그러나 아이한테는 도덕이나 질서나 예의에 맞추라고 할 수 없습니다. 아이한테는 ‘이웃을 생각’하고 ‘이웃을 사랑’하며 ‘이웃을 보살피’라고 할 수 있어요. 도덕 때문이 아니라 이웃을 생각하면서 무엇을 안 합니다. 질서 때문이 아니라 이웃을 사랑하면서 뭔가를 지키지요. 예의 때문이 아니라 이웃을 보살피려는 따순 손길로 어떤 몸짓이 됩니다. 생각과 사랑이 흐르는 따순 손길로 사진을 찍습니다. 4348.12.23.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읽기/사진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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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선물로 하면 좋으리라 여겨

고속버스역 지역특산물 가게에서

5000원 붙은 안흥찐빵 달라 하니

상자 하나에 10000원이라 한다


문득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그냥 10000원을 꺼내어 내민다


이 사람들

눈속임 장사하네

그래도 난 상자째 선물할 마음이니



2015.12.18.쇠.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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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씨앗



봄여름에 맛난 취나물에

가을 되어 흰꽃

주렁주렁 맺히더니

겨울 앞두고 천천히

짙누우렇게 시들면서

기름하니 작고 가벼운

씨앗이 남아요.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

작은 씨앗이

톡톡 떨어지는데

섣달 되어도 안 떨어진

씨앗이 제법 있어서

한손으로 살살 훑고

한손으로 고이 모아

마당 한쪽에

손가락으로 콕콕 누르며

심어 봅니다.


2015.12.18.쇠.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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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일어서며 새싹이 돋고
해가 누우며 풀이 죽고
따순바람 불며 꽃이 피고
찬바람 불며 잎이 지고

겨우내
풀씨 꽃씨 나무씨 모두
흙 품어 가랑잎 품에 눈밭 품에
고이 안겨서 자다가
해가 다시 일어서는 날
기다리면서
꿈꾼다.


2015.12.20.해.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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