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배움자리 7. 우리 모두 인사해



  시골에서 읍이나 면에 볼일을 보러 가다가 ‘인사하는 아이’를 곧잘 만난다. 도시에서는 이런 인사를 거의 받은 적이 없는데, 시골에서는 아이들이 곧잘 인사를 한다. 그러면 나도 고개를 숙이거나 허리를 숙여서 인사를 받는다. 곰곰이 생각하니, 우리 집 아이들도 누구를 만나건 길에서 흔히 인사를 한다. 우리 옆을 지나가던 할머니나 할아버지나 아줌마나 아저씨는 아이들 인사를 받고는 깜짝 놀라며 웃음을 환하게 지으며 고마워 하기도 하고, 못 들은 척하거나 못 듣는 어른도 있다. 그런데, 아이들 인사를 받는 어른을 보면, 하나같이 ‘밝은 낯’이 된다. 처음 보는 뉘 집 아이가 인사를 하는지 모를 노릇이지만, 인사말 한 마디가 서로 마음을 여는 따사로운 숨결이 된다. 말 한 마디로 사랑이 흐르는 셈이고, 말 두 마디로 무지개가 놓인 셈이다. 겉모습이 아닌 마음을 읽으면서 기쁘게 인사를 한다.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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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와 마실길



  고흥에서 두 아이를 데리고 마실을 간다. 설을 앞두고 인천으로 간다. 인천에 계신 큰아버지를 뵈러 간다. 그러고 나서 일산에 계신 할머니와 할아버지와 이모와 이모부와 삼촌을 뵈어야지. 아이들은 꽤 먼 마실길을 가야 하지만 즐겁다. 광주로 가는 시외버스에서는 꾸벅꾸벅 졸다가 자더니, 광주에서 물을 빼고 물을 넣고 솜사탕을 먹더니 새롭게 기운이 나는 듯하다. 노래를 하고 춤을 춘다. 멋지면서 즐거운 마실이 되는구나 싶다. 버스 일꾼이 문득 묻는다. “아이 둘 데리고 힘들지요?” “그냥 재미나게 다녀요.” 재미나게 다니면, 시외버스가 고속도로에서 싱싱 달리며 흔들흔들 춤을 출 적에 우리도 함께 춤을 춘다. 버스가 기울어지는 결에 맞추어 우리도 몸을 기울면서 까르르 웃는다. 우리는 즐겁게 고흥집을 나섰고, 다 같이 기쁘게 인천집과 일산집에서 사랑스러운 어른들을 뵐 생각이다. 4348.2.5.나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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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기댈 수 있는 아이



  읍내마실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작은아이가 먼저 잠든다. 이내 큰아이도 잠든다. 두 아이가 새근새근 잔다. 큰아이는 잠들다가 깨다가 되풀이를 하지만, 작은아이는 코코 깊이 잔다. 작은아이는 아버지 품에서 자다가도 누나 어깨에 기대고, 누나는 동생이 머리를 기대면 처음에는 무거워 하다가도 토닥토닥 잘 다독여 준다. 두 아이는 서로 기댈 수 있는 사이가 된다. 두 아이는 서로 아낄 수 있는 동무로 함께 논다. 4348.2.5.나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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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처럼 2015-02-05 18:27   좋아요 0 | URL
저도 큰 딸아이가 이제 막 네살, 작은 아들녀석이 곧 돌이네요. 아직 딸아이가 어려 동생을 미워하기도 하지만 서로 아끼는 동무가 되겠죠? ^^

숲노래 2015-02-06 05:06   좋아요 1 | URL
미워한다기보다는, 아기라서 말을 못 알아들으니 여러모로 힘들어서 그러할 수 있어요. 곁에서 따스하게 알려주면 큰아이는 아주 너르며 깊은 마음이 되는구나 하고 느껴요. 민들레처럼 님은 슬기롭게 잘 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아버지 그림놀이] 4월 큰배움길 (2015.2.3.)


  다가오는 4월에 ‘큰배움길’이 있다. 이 자리에는 우리 네 식구가 함께 가려 한다. 그래서 그림을 그린다. 네 식구를 나타내는 바람결 같은 구름을 그리되, 우리가 나아가려는 큰배움길을 이끄는 ‘ㄹㅌ’를 한복판에 그린 뒤, 우리 네 식구가 기쁘게 하늘을 함께 가르는 모습을 빚는다. 우리는 모두 바람 타고 간다.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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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 일기 85] 놀 때에 웃는 삶

― 어른이 건사할 마음씨



  누구나, 놀 때에 웃습니다. 누구나, 놀지 못할 때에 웃지 못합니다. 아이와 어른 모두 매한가지입니다. 노는 아이가 웃고, 노는 어른이 웃으며, 놀지 못하는 아이가 못 웃고, 놀지 못하는 어른이 못 웃지요.


  일거리가 없어서 탱자탱자 지내야 ‘노는 삶’이 아닙니다. 돈이 많기에 아무 일을 안 해도 되니 ‘노는 삶’이 아닙니다. ‘노는 삶’은 스스로 이루려는 꿈으로 나아가는 몸짓입니다. ‘노는 삶’은 스스로 지은 사랑을 나누려는 몸짓입니다. ‘노는 삶’은 스스로 가꾸는 삶을 즐기는 몸짓입니다.


  아이는 도시에서나 시골에서나 마음껏 뛰거나 달리고 싶습니다. 아이는 아파트나 다세대주택을 애써 따지지 않습니다. 아이는 극장이나 관공서나 학교를 굳이 가리지 않습니다. 아이는 언제 어디에서나 신나게 뛰거나 달릴 뿐입니다. 박물관에서도 도서관에서도 실컷 뛰거나 달리려는 아이입니다.


  박물관이나 도서관이나 미술관이나 전시관 같은 데라면, 어른이 아이를 타일러 얌전하거나 다소곳하게 있으라고 할 만합니다. 그러면, 한번 생각할 노릇이에요. 왜 박물관이나 도서관에서는 얌전히 있어야 할까요. 미술관이나 전시관에서는 왜 다소곳하게 있어야 할까요. 우리는 춤추면서 그림을 볼 수 없는가요? 우리는 노래하면서 책을 읽을 수 없는가요? 물구나무서기를 하다가 사진을 볼 수 있고, 바닥에 드러누워서 그림을 그릴 수 있어요. 꼭 어떤 옷을 갖춰 입고서 어떤 시설에 가야 하지 않습니다. 꼭 어떤 맵시가 되어 어떤 기관에 가야 하지 않아요.


  옷차림은 대수롭지 않습니다. 마음씨가 대수롭습니다. 겉모습은 대단하지 않습니다. 마음결이 대단합니다. 아이는 놀 적에 ‘어떤 옷을 입었는가’를 따지지 않습니다. 아이는 ‘비싼 옷’이나 ‘값진 옷’을 입고도 모래밭에서 뒹굽니다. 아이는 ‘고운 옷’이나 ‘예쁜 옷’을 입고도 개구지게 뛰거나 달리면서 온통 땀투성이가 됩니다. 즐겁게 웃는 마음이 되기에 놀 수 있고, 즐겁게 웃는 마음을 어른이 되어도 그대로 살려서 일합니다. 기쁘게 웃으며 노래하는 마음으로 놀며, 기쁘게 웃으며 노래하는 마음을 어른이 되어도 고스란히 살려서 일합니다. 땅바닥을 콩콩 울리면서 달리는 아이는 아름답게 자라리라 생각합니다. 4348.2.4.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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