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아이 40. 끝없는 놀이둥이  (2013.12.2.)

 


  나무가 있으면 타고 오른다. 널판이 있으면 밟고 노는데, 미끄럼틀처럼 삼는다. 막대기가 있으면 바닥에 깔고 징검다리를 삼는다. 작대기를 주워 휘휘 바람을 가르고, 작대기 끝으로 신을 꿰어 하늘로 휙 던지기도 한다. 놀이는 끝이 없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무엇이든 두 손으로 만지고 온몸으로 받아들이면서 논다. 동생은 누나를 따르고, 누나는 동생을 이끈다. 함께 놀고 함께 웃으면서 한겨울 추위쯤이야 어느새 잊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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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집 31. 빨래터 누런 가랑잎 2013.12.28.

 


  빨래터가 아닌 냇가였으면, 동동 뜬 가랑잎을 구경하지 못했겠지. 빨래터 아닌 우물이어도 동동 뜬 가랑잎을 구경하기는 할 테지만, 깊은 우물에서는 햇살이 반짝이는 결을 함께 느끼지 못한다. 못가나 물가라면 어떠했을까. 그나저나 가랑잎은 어쩜 이렇게 물에 동동 뜨면서 바람을 타고 살랑살랑 한들한들 노닐 수 있을까. 여러 날이 지나더라도 가랑잎은 그대로 있을까. 가랑잎은 며칠쯤 이렇게 물에 뜬 채 살몃살몃 바람과 어울릴 수 있으려나. 한낮 포근한 햇볕을 쬐면서 빨래터에 쪼그려앉아 아이들과 가랑잎바라기를 한다. 네 잎빛은 어디에서 왔을까.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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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3-12-30 13:56   좋아요 0 | URL
사진이 너무 좋습니다~!!!
이 사진 갖고 싶네요.^^

숲노래 2013-12-30 15:40   좋아요 0 | URL
한 달에 한 번씩 사진을 종이로 뽑는데,
후애 님 주소와 전화번호를 남겨 주시면
2014년 1월에 사진을 종이로 뽑으면서
이 사진도 하나 함께 종이에 얹을게요.

비밀댓글로 주소와 전화번호 알려주셔요~ ^^

후애(厚愛) 2014-01-05 21:59   좋아요 0 | URL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갖고 싶지만 마음만 감사히 받을께요.^^
감사합니다 :)
 

시골아이 39. 씩씩한 맨발 어린이 (2013.10.25.)

 


  어머니가 꺾어 준 억새 한 포기를 들고 맨발로 뛰노는 산들보라가 대견하다. 억새 한 포기면 하루가 훌쩍 지나가지? 흙바닥이든 풀숲이든 숲속이든 바닷가이든 시멘트바닥이든 아스팔트바닥이든 어디이든 그저 맨발로 야물딱지게 놀면 즐겁지? 씩씩한 아이와 함께 씩씩한 어른으로 함께 살아야겠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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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38. 막대수세미 치켜들고 (2013.12.22.)

 


  빨래터를 다 치운 아이들이 막대수세미를 치켜들고 걷는다. 노래를 부르면서 걷는다. 무언가 대단한 일을 했구나. 너희들 지난가을까지만 하더라도 막대수세미며 다른 짐이며 모두 아버지더러 들라 하고는 맨몸으로 고샅을 달리며 놀더니, 오늘 모처럼 막대수세미 하나씩 나누어 들고 씩씩하게 집으로 돌아가는구나. 다음해에 빨래터를 또 치울 적에도 이렇게 막대수세미 치켜들고 노래하면서 걷자.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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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37. 다슬기 구경 (2013.12.22.)

 


  빨래터 물이끼를 치우기 앞서 다슬기를 건진다. 아마 예전에는 다슬기가 퍽 많았을 테니, 다슬기를 주워 삶은 뒤 쪽쪽 빨아서 먹거나 국을 끓여서 먹었으리라 생각한다. 요새는 도랑이나 냇물에서 다슬기를 줍기 꽤 힘들리라 느낀다. 다슬기가 살아남을 만한 자리가 거의 다 사라졌으니까.


  빨래터 다슬기를 건져 바가지에 옮긴다. 큰아이와 함께 손으로 하나하나 잡아서 옮긴다. 다 옮긴 뒤에 비로소 빨래터를 치운다. 빨래터를 다 치우고 나서 다슬기를 다시 빨래터로 옮겨 놓는다. 다슬기로서는 물이끼가 많아야 먹이도 많을 테지만, 물이끼는 곧 다시 생긴단다.


  빨래터 바닥에서 다슬기를 처음 건질 적에는 단단한 집만 있는 모양새였는데, 바가지로 옮기고 보니 저마다 꼬물꼬물 발을 내밀며 돌아다닌다. 아이들은 다슬기 발을 보고, 움직임을 보며 한참 이 모습에 사로잡힌다. 빨래터 치우기를 마친 뒤에도 고개를 처박고 한참 다슬기를 바라본다. 벼리야, 보라야, 이 작은 목숨들도 우리 이웃이고, 우리와 이 땅에서 함께 살아가는 벗님이란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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