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아이 37. 다슬기 구경 (2013.12.22.)

 


  빨래터 물이끼를 치우기 앞서 다슬기를 건진다. 아마 예전에는 다슬기가 퍽 많았을 테니, 다슬기를 주워 삶은 뒤 쪽쪽 빨아서 먹거나 국을 끓여서 먹었으리라 생각한다. 요새는 도랑이나 냇물에서 다슬기를 줍기 꽤 힘들리라 느낀다. 다슬기가 살아남을 만한 자리가 거의 다 사라졌으니까.


  빨래터 다슬기를 건져 바가지에 옮긴다. 큰아이와 함께 손으로 하나하나 잡아서 옮긴다. 다 옮긴 뒤에 비로소 빨래터를 치운다. 빨래터를 다 치우고 나서 다슬기를 다시 빨래터로 옮겨 놓는다. 다슬기로서는 물이끼가 많아야 먹이도 많을 테지만, 물이끼는 곧 다시 생긴단다.


  빨래터 바닥에서 다슬기를 처음 건질 적에는 단단한 집만 있는 모양새였는데, 바가지로 옮기고 보니 저마다 꼬물꼬물 발을 내밀며 돌아다닌다. 아이들은 다슬기 발을 보고, 움직임을 보며 한참 이 모습에 사로잡힌다. 빨래터 치우기를 마친 뒤에도 고개를 처박고 한참 다슬기를 바라본다. 벼리야, 보라야, 이 작은 목숨들도 우리 이웃이고, 우리와 이 땅에서 함께 살아가는 벗님이란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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