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집 31. 빨래터 누런 가랑잎 2013.12.28.
빨래터가 아닌 냇가였으면, 동동 뜬 가랑잎을 구경하지 못했겠지. 빨래터 아닌 우물이어도 동동 뜬 가랑잎을 구경하기는 할 테지만, 깊은 우물에서는 햇살이 반짝이는 결을 함께 느끼지 못한다. 못가나 물가라면 어떠했을까. 그나저나 가랑잎은 어쩜 이렇게 물에 동동 뜨면서 바람을 타고 살랑살랑 한들한들 노닐 수 있을까. 여러 날이 지나더라도 가랑잎은 그대로 있을까. 가랑잎은 며칠쯤 이렇게 물에 뜬 채 살몃살몃 바람과 어울릴 수 있으려나. 한낮 포근한 햇볕을 쬐면서 빨래터에 쪼그려앉아 아이들과 가랑잎바라기를 한다. 네 잎빛은 어디에서 왔을까. ㅎㄲㅅㄱ
(최종규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