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아줌마 아저씨 (2021.8.20.)

― 전주 〈잘 익은 언어들〉



  어릴 적부터 둘레 어른을 볼 적에 으레 ‘아줌마·아저씨’란 말을 썼습니다. 이 이름을 스스럼없이 받아들이는 이웃이 많은 마을에서 살다 보니, 나중에 조금씩 나이가 들어 만나는 적잖은 어른들이 ‘아줌마·아저씨’란 이름을 못마땅하게 보거나 꺼리는 모습에 깜짝 놀랐어요. 제 또래 가운데 스스로 ‘아줌마·아저씨’란 이름을 받아들이는 이도 몇 안 되었습니다. “아저씨가 아니면 뭐니?” “아저씨라고 하면 너무 늙었잖아.” “‘아저씨’란 이름은 늙은 사람한테 안 써. 늙었으면 ‘늙은이’야.” “됐어. 너랑 말이 안 되네.”


  저는 아저씨입니다. 스물 몇 살일 적에 어느 어린이가 저를 빤히 보며 “아저씨야, 오빠야?” 하고 물을 적에 “네가 느끼는 대로 말하렴. 네가 아저씨로 느끼면 아저씨이고, 오빠로 느끼면 오빠일 테지.” 하고 말했습니다. 큰아이를 낳고 작은아이를 낳으면서 더더욱 아저씨입니다. 시골에서 살림짓는 아저씨로 이야기꽃(강의)을 때때로 펴는데, 이때에 스스로 아저씨라고 말하면 어린이·푸름이가 곧잘 “선생님이 아니고 아저씨예요?” 하고 묻기에, 우리 터전은 스스로 제 이름을 찾기보다는 꺼풀을 씌우는 길로 가면서, 아이들한테도 이 허울을 입힌다고 느꼈습니다.


  일본사람이 쓰는 한자말 ‘선생(선생님)’은 “나이가 많은 사람”을 가리킵니다. 이 말씨가 우리나라에 어설피 퍼지면서 배움터 길잡이까지 ‘선생’이란 이름을 씁니다만, 우리말로는 ‘씨·님’으로 옮겨야 올발라요. 어린이·푸름이 곁에 있는 나이가 많은 사람은 아저씨요 아줌마입니다. 이들은 어리거나 푸르게 자라는 숨빛 곁에서 슬기롭게 살아가는 하루를 들려주고 이끄는 몫을 합니다.


  우리가 스스로 곧게 설 줄 안다면 ‘아줌마·아저씨 = 씨·님 = 선생(선생님) = 길잡이(교사)’인 줄 깨닫겠지요. 바보스레 굴거나 밥그릇만 챙기는 못난 사람이면서 나이가 많다면 ‘늙은이·낡은이’예요. 늙거나 낡은 사람한테는 아줌마나 아저씨라 안 합니다. 예부터 그랬어요. 참한 이웃 어른인 아줌마이고 아저씨입니다.


  마을책집 〈잘 익은 언어들〉은 2021년 여름 막바지에 새터로 옮깁니다. 달삯을 내던 살림에서 스스로 옹글게 서는 살림길로 우뚝우뚝 서려 합니다. 만만하지 않은 새길이었을 테지만, ‘아줌마 책집지기’는 당차면서 즐겁게 기운을 냈으리라 생각해요. 함께 늙어가는 사이라기보다, 함께 철드는 책집지기·책손으로서 이 첫걸음을 기리고 싶어 전주마실을 합니다. 아줌마는 아줌마라서 빛나고, 아저씨는 아저씨라서 눈부십니다. 한자말로 ‘중년’이라 하는 이즈음은, 곱게 철들면서 밝게 일하는 나날이지 싶어요. 늙음이 아닌, 철들어 슬기롭고 어진 길을 사랑합니다.


ㅅㄴㄹ


《다른 빛깔로 말하지 않을게》(김헌수, 모악, 2020.9.27.)

《나는 매일 서점에 간다》(시마 고이치로/김정미 옮김, Kira, 2019.3.20.)

《Penguin》(Polly Dunbar, Candlewick, 2007.)

《꼬리가 생긴 날에는?》(다케시마 후미코 글·나가노 도모코 그림/고향옥 옮김, 천개의바람, 2015.3.20.)

《나무는 숲을 기억해요》(로시오 마르티네스/김정하 옮김, 노란상상, 2013.1.10.)

《안녕, 내 마음속 유니콘》(브라이오니 메이 스미스/김동언 옮김, 상상의힘, 2021.2.25.)

《하늘에》(김장성, 이야기꽃, 2020.2.17.)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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펼치면 (2021.10.17.)

― 제주 〈노란우산〉



  어느 책이든 겉으로 스칠 적에는 속내를 못 읽습니다. 어느 책이든 문득 멈추어 손을 내밀어서 집어든 다음에 가만히 펼쳐 하나하나 볼 적에 비로소 읽습니다. 펼치지 않으면 그대로입니다만, 펼치면 새나라로 들어섭니다.


  그림책은 아이가 처음 마주하는 새나라입니다. 아니, 아이는 책에 앞서 풀꽃나무가 우거진 숲에서 새나라를 마주하지요. 아이는 저를 낳아 사랑으로 돌보는 품이 첫나라일 테고, 이 첫나라에 머물지 않고 마당으로 놀러나가면서 새나라를 만나는데, 보금자리를 둘러싼 푸르게 우거진 숲은 온넋을 새롭게 깨우고 온몸을 새삼스레 일으키는 바람이 가득합니다.


  보금자리랑 숲이라는 나라를 만난 아이는 그림책을 맞닥뜨리면서 새록새록 피어나는 꿈날개를 펴는 다음나라로 나아갑니다. ‘첫·새·다음’으로 엮는 나라인데요, 아이는 이 셋을 두루 누리고 품는 사이에 슬기롭게 마음을 다스리고 즐겁게 철들고 노래하며 발걸음을 내딛는 ‘제나라(저 스스로 짓는 나라)’로 갑니다.


  그림책을 노래하는 마을책집인 〈노란우산〉에 가볍게 찾아갔습니다. 고갯마루 한켠에 조그마한 알림판으로 수수하게 깃든 〈노란우산〉인데, 디딤돌을 밟고서 들어서니 이렇게나 다른 ‘다음나라’로구나 싶습니다.


  제가 걸어온 길을 생각하면, 첫나라는 있되 새나라하고 다음나라를 못 만났습니다. 첫나라에서 냉큼 제나라로 나아간 삶이었고, 스스로 다음나라를 찾아나섰고, 두 아이랑 곁님하고 소꿉살림을 지으면서 차근차근 새나라로 나아가려 합니다.


  우리는 이 네 가지 나라를 넉넉히 즐거이 누려야지 싶어요. 이 네 나라를 마음껏 맞아들이면 다섯째로 ‘별나라’에 이른다고 느껴요. ‘별’이란 저 먼 곳에만 있지 않아요. 우리가 살아가는 이곳도 푸른별(지구)입니다. 푸른별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하고 이웃 숨붙이는 저마다 자그맣게 다 다른 별(씨앗)입니다.


  스스로 별나라를 깨달으면서 환하게 웃는 하루일 적에는 사랑이 무엇인가를 알아차리지 싶습니다. 그냥 태어난 목숨이 아닌, 갖은 길을 치르거나 누비면서 오늘에 이르는 사이에 넉넉한 마음이 된고 할까요. 이윽고 여섯째 ‘온나라’로 날아올라서 어깨동무(평화)란 길을 폅니다. 이러고 나서 마침내 어버이·어른이란 숨빛으로 아이를 낳아 돌보는 옹근 사람으로 깨어나는 ‘빛나라’에 닿겠지요.


  그림책집 〈노란우산〉 골마루를 돌아보면서, 밝게 들어오는 햇빛을 맞이하면서, ‘첫·새·다음·제·별·온·빛’이란 삶길 가운데 어느 께에 있는가 하고 생각합니다. 빛나라에 서더라도 즐겁게 첫나라·다음나라로 돌아갈 만합니다.


ㅅㄴㄹ


《엄마의 섬》(이진 글, 한병호 그림, 보림, 2020.5.15.)

《주디스 커》(조안나 캐리 글/이순영 옮김, 북극곰, 2020.9.1.)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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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웃 (2021.10.2.)

― 대구 〈직립보행〉



  대구 북구에 깃든 ‘태전도서관’에서 이야기꽃을 폅니다. 어린이랑 어버이하고 한 시간, 어른하고 따로 두 시간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쓰는 ‘말’은 어떻게 태어나서 흐르고 주고받는가 하는 실마리부터 짚고 나서, 글(동시·수필)을 쓰는 수수께끼는 무엇인지 들려줍니다.


  말하는 실마리하고 글쓰는 수수께끼를 환히 안다면 누구나 즐겁게 말하고 기쁘게 글쓰리라 생각합니다. 두 길을 모른다면 늘 쩔쩔맬 뿐 아니라, 말힘·글힘을 거머쥐고서 돈벌이·이름팔이하는 이가 득시글하리라 봅니다. 더듬거리든 혀짤배기 소리를 내든, 모두 말입니다. 안 더듬는 사람만 말해야 할 까닭이 없고, 수줍어서 말이 적은 사람은 글을 못 써야 할 일이 없습니다.


  맞춤길이나 띄어쓰기는 아랑곳않고서 쓰면 됩니다. 부끄럽거나 창피한 일이란 없이, 모두 스스로 이 삶을 맛보면서 배우는 하루입니다. 스스로 누린 삶을 스스로 옮기면 넉넉합니다. 눈치를 보자니 멋부리거나 숨기지요. 참나(참다운 나)를 바라보니 수수하면서 즐겁게 쓰는 글로 환하게 웃어요.


  일찍 책숲(도서관)에 닿아서 어떤 그림책을 두었나 돌아봅니다. 이야기를 마치고도 조금 더 생각씨앗을 풀어내어 들려줍니다. 이러고서 대구 책이웃님 부릉이를 함께 타고서 〈직립보행〉으로 갑니다. 흙날·해날만 여는 〈직립보행〉을 꾸리는 분은 닷새 동안 다른 일을 맡고서 이틀 동안 책집에서 이웃을 만나신다지요.


  스스로 읽은 책을 이웃하고 나눕니다. 앞으로 읽으려고 건사한 책을 나눕니다. 내가 먼저 읽어도 좋고, 네가 먼저 읽어도 반갑습니다. 우리가 읽는 책은 돌고돌아서 새롭게 숨을 탑니다. 손길을 받고 숨을 타면서 서로 생각이 빛나고, 이 빛씨앗은 푸른별 한켠에 가만히 깃들어 무럭무럭 자라서 푸른숲으로 나아가겠지요.


  책집 〈직립보행〉에는 “바로 읽을 책 셋만 살 수 있다”는 알림글이 있습니다. 저는 멀리서 왔기에 더 골라도 된다고 하십니다. 가까운 마을책손은 자주 들러 셋씩 품으면 좋겠지요. 먼 이웃책손은 조금 더 품고서 시골집에서 느긋이 즐길게요.


  저녁빛이 골목을 감쌉니다. 책집이 깃든 골목은 꼭 책빛을 품고 싶은 사람만 찾아올 만하겠구나 싶습니다. 느긋이 걸어올 책벗이라면, 천천히 찾아와서 찬찬히 읽을 책동무라면, 불빛에 가린 별빛을 헤아리면서 하루를 노래하고픈 책님이라면, 이 조촐한 책집에 앉아서 이야기로 파고들 테지요.


  책집을 열겠노라 생각하는 손길이 있는 마을은 앞길이 밝다고 느껴요. 앞길은 남이 밝혀 주지 않습니다. 푸르게 읽어 파랗게 춤추는 곳에서 스스로 길을 밝힙니다.


ㅅㄴㄹ


《고척동의 밤》(유종순, 창작과비평사, 1988.9.10.)

《캉디드》(볼테르/윤미기 옮김, 한울, 1991.2.15.)

《강철서신》(편집부 엮음, 눈, 1989.2.15.)

《어느 청년노동자의 삶과 죽음》(전태일기념관건립위원회 엮음, 돌베개, 1983.6.20.)

《짚 한오라기의 혁명》(후쿠오카 마사노부/최성현 옮김, 녹색평론사, 2011.9.9./2014.12.8.여섯벌)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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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다기보다 재미난 (2021.9.24.)

― 인천 〈북극서점〉



  으레 ‘작은이·작은사람’이란 낱말을 쓰지만, 몸이나 키나 살림돈이나 이름이나 뜻이나 마음이나 사랑이 작다는 뜻은 아닙니다. 씨앗 한 톨 같다는 뜻으로 ‘작다’라는 낱말을 즐겨씁니다. 마을책집은 큰책집에 대면 틀림없이 ‘작다’고 하겠지요. 그러나 마을책집이 ‘작은책집’이라고 할 적에는 다른 뜻입니다. 스스로 자그마한 마을에서 조그맣게 씨앗이 되고 징검돌로 책살림을 지핀다는 얘기예요.


  저한테 찾아온 아이들을 말할 적에 ‘큰아이·작은아이’처럼 가르는데, 저한테는 언니가 있어 언제나 ‘작은아이’란 이름을 들으며 자랐습니다. 작은아이를 보며 작은아이라는 말을 혀에 얹으면 늘 “아이를 바라보며 나를 느끼는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큰아이를 마주하며 큰아이라는 말을 혀에 올릴 적에는 “나는 작지도 크지도 않지만, 아이들 곁에서 슬기로이 사랑인 어버이로 살자”고 되뇝니다.


  인천 〈북극서점〉은 작은 마을책집이기보다는 재미나고 즐거운 마을책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림책을 빚는 김휘훈 님하고 이곳 〈북극〉에서 함께 이야기꽃을 펴기로 하면서, 김휘훈 님은 그림을 놓고 저는 글을 놓습니다. 스스로 지은 이야기에 스스로 그림을 담아 그림 한 자락은 꽃으로 핍니다. 스스로 살아온 나날에 스스로 노래를 얹으니 글 한 줄은 꽃으로 피어요. 그림하고 글을 여미는 책집은 사이에서 새삼스레 꽃으로 피지요.


  하루를 어떻게 그리면서 놀 적에 신날까요? 스스로 꿈꾸는 길을 그리면서 놀기에 신날 테지요. 남들처럼 놀 까닭이 없습니다. 남들이 보아주기를 바랄 일조차 없습니다. 노는 어린이는 오직 스스로 어떤 마음빛인가 하나만 생각합니다. 노는 어른은 오롯이 스스로 어떤 사랑빛인가 하나만 품겠지요.


  우리 집 작은아이 산들보라 씨는 아버지하고 인천까지 함께 마실합니다. 오늘 저녁에 일산 이모네로 건너갈 생각입니다. 아버지가 이모저모 바깥일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책집지기님한테서 그림꽃책(만화책) 하나를 받습니다. 말 한 마디 없이 그림으로만 이야기를 엮는 책을 받은 산들보라 씨는 전철길에 즐거이 읽습니다. “집에 가져가서 누나한테 보여주면 재미있어 하겠네요.” “네가 재미있다면.”


  아이가 어버이를 바라보며 하는 말은 올망졸망 물결치는 노랫가락입니다. 어버이로서 아이를 마주보며 받는 말은 알뜰살뜰 너울대는 춤가락입니다. 아이를 낳아 함께 지내는 하루는 아이한테서 살림을 배우고 사랑을 헤아리면서 함께짓는 길입니다. 마을책집에서 이웃 숨결을 책으로 만나고 책집지기 숨빛을 느끼는 하루란, 오늘을 춤노래로 새삼스레 엮는 꾸러미를 누리는 길일 테지요.


ㅅㄴㄹ


《작은 이야기를 계속하겠습니다》(고레에다 히로카즈/이지수 옮김, 바다출판사, 2021.7.23.)

《너와 나》(김광주 엮음, 구문사, 1961.2.18.)

《환상의 동네서점》(배지영, 새움, 2020.9.22.)

《ROBOT dreams》(사라 바론, 세미콜론, 2010.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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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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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서 낮으로 (2021.10.16.)

― 제주 〈금요일의 아침 조금, 한뼘책방〉



  비가 오는 밤입니다. 새벽에도 가랑비가 마당을 가볍게 적십니다. 등짐을 비가리개로 싸고서 자전거를 탑니다. 우리 집 푸른씨는 “아버지 잘 다녀오셔요.” 하고 배웅합니다. 저는 “우리 푸른씨는 집에서 즐겁게 노셔요.” 하고 얘기합니다.


  빗길은 오르막이 가볍고 내리막이 빠릅니다. 다만 빗물이 끝없이 튀기에 빨리 달리지는 않습니다. 시골마을 새벽녘에는 오가는 부릉이(자동차)가 드뭅니다. 호젓이 비내음을 맡고 숲빛을 머금으며 바다노래를 맞이합니다. 어느 분은 “이런 날씨에 무슨 자전거를?” 하고 묻지만 “이런 날씨에는 이런 날씨를 누려요. 돌개바람이 칠 적에는 돌개바람이란 이렇구나 하고 누리려고 탑니다.” 하고 얘기합니다.


  녹동나루에서 제주나루로 네 시간 즈음 뱃길을 가르는 사이에 노래꽃을 씁니다. 때로는 손님칸에 드러누워 눈을 감습니다. 제주에 닿습니다. 빗줄기는 굵습니다. 빗방울을 동무삼아 천천히 오르막을 타고서 〈금요일의 아침 조금, 한뼘책방〉에 이릅니다. 골목에 깃든 포근한 샘터 같습니다. 〈한뼘책방〉이, 또는 〈금요일의 아침 조금〉이 깃든 마을에서 살아가는 분은 이 마을에 책집 하나가 싹트면서 얼마나 싱그러운가를 천천히 느끼면서 맞이할 테지요.


  등짐을 내려놓고 생강내음이 감도는 잎물을 한 모금 마십니다. 꽃종이로 고이 싼 책을 하나 고르고, 〈금요일 한뼘〉에서 크게 짖으며 놀래킨 개를 마주보다가 개를 그린 노래책을 더 고릅니다. 어른 몸집만 한 개는 놀고 싶어서 짖는구나 싶습니다. 저를 놀래킬 적에는 ‘개를 그린 노래책’을 집을 때였는데, 큰개는 “얌마, 내(개) 책이잖아. 네가 왜 만져?” 하는 눈치예요. “응, 네 책 맞아. 그런데 이 책을 이곳 지기님이 새로 들여놓을 수 있단다. 난 이곳에서 네 눈빛을 보고서 이 노래책을 장만해서 읽을 생각이란다.” 하고 마음으로 속삭입니다.


  빗줄기는 그대로 굵습니다. 이런갑다 생각하지만 저만 비를 긋고 자전거는 시월비를 고스란히 맞습니다. 하루 내내 비를 쫄딱 맞는 자전거를 이따가 길손집에서 말끔히 닦아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어느새 낮이 깊고, 구름이 새하얗게 덮은 하늘은 바람이 가볍게 춤춥니다. 둘레에서는 날이 매우 춥다고들 하지만, 시월이란 워낙 이런 철인걸요. 낮볕은 아직 후끈하고 밤이슬은 서늘하되, 빗물결로 “이제 곧 겨울이란다. 너희는 겨울맞이를 어떻게 하니?” 하고 묻는 시월입니다. 저녁에 설문대어린이책숲에서 만날 이웃님을 그리면서 다시 등짐을 멥니다. 온몸을 뜨끈하게 어루만졌으니 새길을 나설 때입니다. 아침에서 낮으로 한 뼘 움직입니다. 이 낮은 곧 별밤으로 걸어가겠지요.


ㅅㄴㄹ


《개를 위한 노래》(메리 올리버/민승남 옮김, 미디어창비, 2021.3.15.)

《쇼리》(옥타비아 버틀러/박설영 옮김, 프시케의숲, 2020.7.15.)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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