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책이웃 (2021.10.2.)

― 대구 〈직립보행〉



  대구 북구에 깃든 ‘태전도서관’에서 이야기꽃을 폅니다. 어린이랑 어버이하고 한 시간, 어른하고 따로 두 시간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쓰는 ‘말’은 어떻게 태어나서 흐르고 주고받는가 하는 실마리부터 짚고 나서, 글(동시·수필)을 쓰는 수수께끼는 무엇인지 들려줍니다.


  말하는 실마리하고 글쓰는 수수께끼를 환히 안다면 누구나 즐겁게 말하고 기쁘게 글쓰리라 생각합니다. 두 길을 모른다면 늘 쩔쩔맬 뿐 아니라, 말힘·글힘을 거머쥐고서 돈벌이·이름팔이하는 이가 득시글하리라 봅니다. 더듬거리든 혀짤배기 소리를 내든, 모두 말입니다. 안 더듬는 사람만 말해야 할 까닭이 없고, 수줍어서 말이 적은 사람은 글을 못 써야 할 일이 없습니다.


  맞춤길이나 띄어쓰기는 아랑곳않고서 쓰면 됩니다. 부끄럽거나 창피한 일이란 없이, 모두 스스로 이 삶을 맛보면서 배우는 하루입니다. 스스로 누린 삶을 스스로 옮기면 넉넉합니다. 눈치를 보자니 멋부리거나 숨기지요. 참나(참다운 나)를 바라보니 수수하면서 즐겁게 쓰는 글로 환하게 웃어요.


  일찍 책숲(도서관)에 닿아서 어떤 그림책을 두었나 돌아봅니다. 이야기를 마치고도 조금 더 생각씨앗을 풀어내어 들려줍니다. 이러고서 대구 책이웃님 부릉이를 함께 타고서 〈직립보행〉으로 갑니다. 흙날·해날만 여는 〈직립보행〉을 꾸리는 분은 닷새 동안 다른 일을 맡고서 이틀 동안 책집에서 이웃을 만나신다지요.


  스스로 읽은 책을 이웃하고 나눕니다. 앞으로 읽으려고 건사한 책을 나눕니다. 내가 먼저 읽어도 좋고, 네가 먼저 읽어도 반갑습니다. 우리가 읽는 책은 돌고돌아서 새롭게 숨을 탑니다. 손길을 받고 숨을 타면서 서로 생각이 빛나고, 이 빛씨앗은 푸른별 한켠에 가만히 깃들어 무럭무럭 자라서 푸른숲으로 나아가겠지요.


  책집 〈직립보행〉에는 “바로 읽을 책 셋만 살 수 있다”는 알림글이 있습니다. 저는 멀리서 왔기에 더 골라도 된다고 하십니다. 가까운 마을책손은 자주 들러 셋씩 품으면 좋겠지요. 먼 이웃책손은 조금 더 품고서 시골집에서 느긋이 즐길게요.


  저녁빛이 골목을 감쌉니다. 책집이 깃든 골목은 꼭 책빛을 품고 싶은 사람만 찾아올 만하겠구나 싶습니다. 느긋이 걸어올 책벗이라면, 천천히 찾아와서 찬찬히 읽을 책동무라면, 불빛에 가린 별빛을 헤아리면서 하루를 노래하고픈 책님이라면, 이 조촐한 책집에 앉아서 이야기로 파고들 테지요.


  책집을 열겠노라 생각하는 손길이 있는 마을은 앞길이 밝다고 느껴요. 앞길은 남이 밝혀 주지 않습니다. 푸르게 읽어 파랗게 춤추는 곳에서 스스로 길을 밝힙니다.


ㅅㄴㄹ


《고척동의 밤》(유종순, 창작과비평사, 1988.9.10.)

《캉디드》(볼테르/윤미기 옮김, 한울, 1991.2.15.)

《강철서신》(편집부 엮음, 눈, 1989.2.15.)

《어느 청년노동자의 삶과 죽음》(전태일기념관건립위원회 엮음, 돌베개, 1983.6.20.)

《짚 한오라기의 혁명》(후쿠오카 마사노부/최성현 옮김, 녹색평론사, 2011.9.9./2014.12.8.여섯벌)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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