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작다기보다 재미난 (2021.9.24.)

― 인천 〈북극서점〉



  으레 ‘작은이·작은사람’이란 낱말을 쓰지만, 몸이나 키나 살림돈이나 이름이나 뜻이나 마음이나 사랑이 작다는 뜻은 아닙니다. 씨앗 한 톨 같다는 뜻으로 ‘작다’라는 낱말을 즐겨씁니다. 마을책집은 큰책집에 대면 틀림없이 ‘작다’고 하겠지요. 그러나 마을책집이 ‘작은책집’이라고 할 적에는 다른 뜻입니다. 스스로 자그마한 마을에서 조그맣게 씨앗이 되고 징검돌로 책살림을 지핀다는 얘기예요.


  저한테 찾아온 아이들을 말할 적에 ‘큰아이·작은아이’처럼 가르는데, 저한테는 언니가 있어 언제나 ‘작은아이’란 이름을 들으며 자랐습니다. 작은아이를 보며 작은아이라는 말을 혀에 얹으면 늘 “아이를 바라보며 나를 느끼는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큰아이를 마주하며 큰아이라는 말을 혀에 올릴 적에는 “나는 작지도 크지도 않지만, 아이들 곁에서 슬기로이 사랑인 어버이로 살자”고 되뇝니다.


  인천 〈북극서점〉은 작은 마을책집이기보다는 재미나고 즐거운 마을책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림책을 빚는 김휘훈 님하고 이곳 〈북극〉에서 함께 이야기꽃을 펴기로 하면서, 김휘훈 님은 그림을 놓고 저는 글을 놓습니다. 스스로 지은 이야기에 스스로 그림을 담아 그림 한 자락은 꽃으로 핍니다. 스스로 살아온 나날에 스스로 노래를 얹으니 글 한 줄은 꽃으로 피어요. 그림하고 글을 여미는 책집은 사이에서 새삼스레 꽃으로 피지요.


  하루를 어떻게 그리면서 놀 적에 신날까요? 스스로 꿈꾸는 길을 그리면서 놀기에 신날 테지요. 남들처럼 놀 까닭이 없습니다. 남들이 보아주기를 바랄 일조차 없습니다. 노는 어린이는 오직 스스로 어떤 마음빛인가 하나만 생각합니다. 노는 어른은 오롯이 스스로 어떤 사랑빛인가 하나만 품겠지요.


  우리 집 작은아이 산들보라 씨는 아버지하고 인천까지 함께 마실합니다. 오늘 저녁에 일산 이모네로 건너갈 생각입니다. 아버지가 이모저모 바깥일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책집지기님한테서 그림꽃책(만화책) 하나를 받습니다. 말 한 마디 없이 그림으로만 이야기를 엮는 책을 받은 산들보라 씨는 전철길에 즐거이 읽습니다. “집에 가져가서 누나한테 보여주면 재미있어 하겠네요.” “네가 재미있다면.”


  아이가 어버이를 바라보며 하는 말은 올망졸망 물결치는 노랫가락입니다. 어버이로서 아이를 마주보며 받는 말은 알뜰살뜰 너울대는 춤가락입니다. 아이를 낳아 함께 지내는 하루는 아이한테서 살림을 배우고 사랑을 헤아리면서 함께짓는 길입니다. 마을책집에서 이웃 숨결을 책으로 만나고 책집지기 숨빛을 느끼는 하루란, 오늘을 춤노래로 새삼스레 엮는 꾸러미를 누리는 길일 테지요.


ㅅㄴㄹ


《작은 이야기를 계속하겠습니다》(고레에다 히로카즈/이지수 옮김, 바다출판사, 2021.7.23.)

《너와 나》(김광주 엮음, 구문사, 1961.2.18.)

《환상의 동네서점》(배지영, 새움, 2020.9.22.)

《ROBOT dreams》(사라 바론, 세미콜론, 2010.12.15.)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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