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310) -의 : 출판사의 분


필자를 방문한 출판사의 분이 필자에게

→ 글쓴이를 찾아온 출판사 분이 글쓴이한테

→ 나를 찾아온 출판사 일꾼이 나한테

《정광-한글의 발명》(김영사,2015) 9쪽


  ‘필자(筆者)’는 ‘글쓴이’로 손질하고, ‘방문(訪問)한’은 ‘찾아온’으로 손질합니다. ‘분’은 매인이름씨(의존명사)이기에 이 보기글처럼 쓸 수 없습니다. 그런데 “출판사의 사람”이나 “출판사의 관계자”로 적어도 좀 어설픕니다. “출판사 사람”이나 “출판사 관계자”로 적어야 올바릅니다. ‘-의’를 잘못 쓴 버릇이 오래되어 “가게의 주인”이나 “동네의 아이”처럼 말하는 사람이 있기도 하지만, “가게 주인”이나 “동네 아이”처럼 ‘-의’ 없이 써야 올바릅니다.


졸저의 서술을 중심으로 고찰하고자 한다

→ 이 책 이야기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 내가 쓴 책을 따라서 살펴보고자 한다

→ 이 책에서 흐르는 이야기를 따라 살펴보고자 한다

→ 이 책 흐름을 따라 살펴보고자 한다

《정광-한글의 발명》(김영사,2015) 91쪽


  ‘졸저(拙著)’는 “솜씨 없는 책”이나 “못난 책”을 뜻합니다. 다만, “내가 손수 쓴 책”을 남 앞에서 내세우지 않으려고 쓰는 말이기도 한데, “제가 쓴 책”처럼 ‘제’를 넣으면 내 말을 듣는 사람을 높입니다. 그리고, 내 책이든 다른 사람 책이든 “이 책”처럼 쓰면 되기도 합니다. “졸저의 서술(敍述)을 중심(中心)으로”는 “이 책 이야기를 중심으로”나 “이 책 이야기를 따라”로 손볼 만합니다. ‘고찰(考察)하고자’는 ‘살펴보고자’로 손질합니다.


아빠의 고향이면 우리들 고향

→ 아빠 고향이면 우리들 고향

→ 아버지 고향이면 우리들 고향

→ 아버지네 고향이면 우리들 고향

《김명수-산속 어린 새》(창비,2005) 98쪽


  아기한테 하는 말이 아니면 ‘아버지’로 적어야 옳습니다. 아무튼 “아빠 고향”이나 “아빠네 고향”처럼 쓰면 돼요. 앞말에 이어 나오는 뒷말에서는 ‘-의’ 없이 “우리들 고향”으로 적습니다. 이 말마디를 잘 헤아리면 “아빠 고향”으로만 적으면 되는 줄 깨달을 수 있습니다.


어떻게든 활용법을 찾아보려 시작한 것이 빈집의 활용이다

→ 어떻게든 살려 쓰려고 찾아보며 한 것이 빈집 살리기이다

→ 어떻게든 살려 보려고 찾아본 것이 빈집 되살리기이다

《모타니 고스케·NHK히로시마 취재팀/김영주 옮김-숲에서 자본주의를 껴안다》(동아시아,2015) 220쪽


  ‘활용법(活用法)’는 “살리는 법”이나 “살리기”나 “살려쓰기”로 다듬을 수 있습니다. “찾아보려 시작(始作)한 것이”는 “찾아보려 한 것이”나 “찾아본 것이”로 다듬습니다. 4348.8.15.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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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313) 역전의(逆轉)


 역전의 위기에 몰리다

→ 뒤집힐 위기에 몰리다

→ 뒤집히려 한다

 역전의 기회를 잡다

→ 뒤집을 기회를 잡다

→ 뒤집을 수를 잡다


  ‘역전(逆轉)’은 “형세가 뒤집혀짐”을 뜻하는 한자말입니다. 그러니까, ‘뒤집히다’라는 한국말을 ‘역전’이라는 한자말로 나타낸다고 할 만합니다. 흔히 “역전의 명수”처럼 쓰기도 하는데, “뒤집기에 뛰어난 사람”이나 “뒤집기를 잘 하는 사람”이나 “잘 뒤집는 사람”이나 “뒤집는 솜씨가 뛰어난 사람”처럼 고쳐쓸 수 있어요.


  운동경기에서 ‘역전’이라는 낱말을 흔히 쓰는데, 이 한자말을 쓰려 한다면 그대로 쓰되, ‘-의’를 붙이는 일본 말투는 털어낼 수 있기를 빌어요. 그리고 ‘뒤집기’라는 말마디를 즐겁게 살려쓰는 길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4348.8.15.흙.ㅅㄴㄹ



1점이라도 내야만 9회에 역전의 희망을 가질 수 있단 말야

→ 1점이라도 내야만 9회에 뒤집을 희망이 있단 말야

→ 1점이라도 내야만 9회에 뒤집을 수 있단 말야

《산바치 카와/편집부 옮김-4번 타자 왕종훈 10》(서울문화사,1994) 172쪽


역전의 발상으로 바라보면

→ 거꾸로 바라보면

→ 뒤집어서 바라보면

《모타니 고스케·NHK히로시마 취재팀/김영주 옮김-숲에서 자본주의를 껴안다》(동아시아,2015) 60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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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312) 양질의


 양질의 쌀 → 좋은 쌀 / 질 좋은 쌀

 양질의 제품 → 좋은 제품 / 질 좋은 제품

 양질의 노동력 → 좋은 노동력 / 훌륭한 노동력

 이 종이는 양질이다 → 이 종이는 좋다 / 이 종이는 훌륭하다


  한자말 ‘양질(良質)’은 “좋은 바탕이나 품질”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좋은 옷감”이나 “좋은 물건” 같은 말마디를 ‘양질’이라는 한자말을 빌고 ‘-의’를 곁들여서 “양질의 옷감”이나 “양질의 물건”처럼 말하기도 하는 셈입니다.


  좋기에 ‘좋다’고 합니다. 안 좋기에 ‘안 좋다’고 합니다. 나쁘기에 ‘나쁘다’고 합니다. 안 나쁘기에 ‘안 나쁘다’고 합니다. 바라보거나 느끼는 대로 말을 한다면 언제나 쉽고 부드러우면서 아름답습니다. 4348.8.15.흙.ㅅㄴㄹ



내가 받은 교육보다 나은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되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 내가 받은 교육보다 나은 훌륭한 교육을 받을 수 있기만을 애타게 바란다

→ 내가 받은 교육보다 나은 교육을 받을 수 있기만을 마음 깊이 바란다

→ 나보다 더 나은 교육을 알차게 받을 수 있기만을 온마음으로 바란다

《빅토리아 여왕 외/안상수,이혜정 옮김-살아있는 진실, 일기》(지식경영사,2003) 524쪽


과거 일본인에게 산은 소중한 재산이었다. 양질의 목재를 산출하고 땔감과 숯 등의 연료를 생산했다

→ 예전에 일본사람한테 산은 큰 재산이었다. 좋은 나무를 얻고 땔감과 숯이 나왔다

《모타니 고스케·NHK히로시마 취재팀/김영주 옮김-숲에서 자본주의를 껴안다》(동아시아,2015) 47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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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넋·삶 72 제철, 제맛, 제삶



  ‘제철’에 나는 밥을 먹을 줄 알아야 철이 든 사람입니다. 제철에 나지 않는 밥을 먹을 때에는 철이 없는 사람입니다. 오늘날 사람은 거의 모두 철이 없이 삽니다. 한겨울에 수박을 먹고, 이른봄에 딸기를 먹습니다. 말이 안 되는 노릇이지만, 참말 오늘날 사람은 거의 모두 스스로 철을 잊거나 잃거나 버리거나 팽개치거나 망가뜨리면서 지냅니다. 철을 잊으니 삶이라 하기 어렵고, 철을 잃으니 삶과 동떨어지며, 철을 버리니 삶과 등질 뿐 아니라, 철을 팽개치니 삶하고 멀어지기만 하는데, 철을 망가뜨리니 철이 들 수 없습니다.


  제철에 나는 밥을 먹지 않으니 ‘제맛’을 알기 어렵습니다. 쑥은 봄에 뜯어서 먹을 때에 제맛입니다. 그런데, 쑥떡이나 쑥부침개를 가게에서 사다 먹기만 한다면, 손수 쑥을 뜯어 보지 않으면, 쑥내음이 무엇이고 쑥밭이 어떠하며 쑥이 돋는 봄이 어떠한 철인지 알 수 없습니다. 능금꽃과 배꽃이 피고 나서 천천히 꽃이 지고 천천히 열매가 무르익는 결을 살피지 않은 채, 저온창고에 있던 열매를 한겨울이나 봄에 가게에서 사다 먹기만 한다면, ‘아무리 좋다고 말하는 과일을 먹는다’ 하더라도 제맛을 알 수 없습니다.


  제철을 모르고 제맛을 모른다면 ‘제삶’으로 나아가지 않습니다. ‘제길’이 아니요, ‘제자리’하고 멉니다. 제자리를 모르기에 어느 곳으로 나아가는 삶인지 모르고, 제자리를 모르니 ‘새걸음’으로 가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만 합니다.


  ‘제대로’ 바라보지 않기에 제대로 모르는 셈입니다. 제대로 살려고 하지 않으니 제대로 사랑하지 못할 뿐 아니라, 제대로 알 길조차 없습니다. 이리하여, ‘제결’을 잃은 채 맴돌고, 주머니에 돈이 많을는지 모르나 삶은 조금도 넉넉하지 않고 즐겁지도 않습니다.


  겨울에는 찬바람을 마십니다. 봄에는 포근한 기운이 가득한 바람을 마십니다. 여름에는 무더우면서도 시원한 바람을 마십니다. 가을에는 따사로우면서도 살짝 서늘한 바람을 마십니다. 철마다 바람이 다릅니다. 철바람입니다. 바다에서는 바닷바람이고 숲에서는 숲바람입니다. 그러니, 철을 아는 사람은 밥을 알 뿐 아니라, 바람을 압니다. 바람을 살펴 어느 때에 씨앗을 심어야 하는가를 알고, 바람을 살펴 열매를 언제 거두어야 하는가를 알며, 바람을 살펴 보금자리를 어떻게 가꾸어야 하는가를 압니다.


  밥과 바람을 알기에 흙을 알고, 밥과 바람과 흙을 알기에 풀과 나무를 알며, 밥과 바람과 흙과 풀과 나무를 알기에 해와 별과 달을 알아요. 앎은 차츰 넓고 깊게 퍼집니다. 차츰 넓고 깊게 퍼지는 앎에 따라 삶이 거듭납니다.


  그런데, 사람은 철만 든다고 해서 삶을 이루지 않습니다. 철은 들되 사랑이 없으면 삶이 메마릅니다. 이리하여, 오늘날 사회에서도 ‘철없는 밥’을 먹는다 하더라도, 기쁜 웃음으로 고맙게 맞아들일 수 있다면, ‘아름다운 밥’으로 몸에 받아들입니다. 이는 곧 ‘아이 마음’입니다. 아이는 따로 씨를 뿌리거나 돌보거나 거두거나 갈무리하지 않아요. 아이는 어른이나 어버이가 차려서 주는 밥을 먹고, 아이는 어른이나 어버이가 지은 집에서 살며, 아이는 어른이나 어버이가 마련한 옷을 입어요. 아이는 아직 철이 들지 않은 목숨인데, 철이 안 들었어도 늘 기쁘게 웃으면서 고맙게 모두 받아들입니다.


  철이 들지 않았다면 ‘아이다운 웃음과 노래’를 누리면서 나눌 수 있으면 됩니다. 아이다운 웃음과 노래를 ‘어른이 되어도 그대로 잇는다’면, 우리는 그야말로 사랑스러운 숨결로 다시 태어나는 하루를 맞이합니다.


  씨앗을 뿌릴 줄 알아도, 웃고 노래하면서 기쁘게 뿌리는 마음이어야 제대로 자라도록 북돋웁니다. 열매를 거둘 줄 알아도, 웃음과 노래와 기쁨과 고마움을 누리면서 나누는 마음이어야 제대로 거두는 손길이 됩니다. 철이 들려는 사람은 ‘어른’이고, 사랑을 가슴에 품으면서 철이 들고자 하는 사람은 ‘어버이’입니다. 4348.3.8.해.ㅎㄲㅅㄱ


(최종규/숲노래 . 2015 - 람타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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묶음표 한자말 223 : 노래老來


노래(老來) : ‘늘그막’을 점잖게 이르는 말


 노래老來에

→ 늘그막에

→ 다 늙어서

→ 늦깎이에

→ 늙은 나이에


  한국말로 ‘노래’라고 하면 “귀로 듣는 소리나 가락”입니다. ‘老來’ 같은 한자말은 한국말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말을 쓰는 사람이 더러 있습니다. 한자말도 한국말이라고 여기는 마음일는지 모르나, 한자를 밝혀야만 뜻을 어림할 수 있다든지, 한자를 밝혀도 뜻을 어림하기 어렵다면, 영어나 프랑스말처럼 외국말입니다. ‘늘그막’이라는 한국말이 어엿하게 있으니 ‘老來’ 같은 외국말은 한국말사전에서도 털고, 지식인들 입에서도 씻어낼 수 있기를 빕니다. 4348.8.12.물.ㅅㄴㄹ



참으로 노래老來에 소일거리로는 벅찬 일이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 참으로 늘그막에 심심풀이로는 벅찬 일이었다고 털어놓지 않을 수 없다

→ 참으로 다 늙어서 할 일로는 벅찼다고 밝히지 않을 수 없다

《정광-한글의 발명》(김영사,2015) 9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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