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389) 별別-


 별 사이가 아니다 → 남다른 사이가 아니다

 별 부담 없이 → 아무 부담 없이

 별 뾰족한 수가 안 보인다 → 그리 뾰족한 수가 안 보인다

 별 이상한 소리를 다 하고 있네 → 참 이상한 소리를 다 하네


 ‘별(別)’이라는 낱말은 “보통과 다르게 두드러지거나 특별한”을 뜻하고, ‘별(別)로’라는 낱말은 “이렇다 하게 따로. 그다지 다르게”를 뜻한다고 합니다. ‘특별(特別)’은 “보통과 구별되게 다름”을 뜻한다고 해요. 그러니까, ‘별·별로·특별’ 모두 한국말로는 ‘다름’을 나타냅니다. 그리고, 때와 곳을 살펴서 ‘따로·딱히’나 ‘그리·그다지’나 ‘거의·얼마’ 같은 말을 넣어서 손볼 만해요.


 별로 내키지 않는다 → 그리 내키지 않는다

 할 말이 별로 없다 → 할 말이 딱히 없다

 별로 나아진 것이 없다 → 얼마 나아진 것이 없다

 별로 변한 것 같지 않다 → 거의 바뀌지 않은 듯하다


  바뀐 모습이 잘 안 보인다면 “거의 바뀌지 않은 듯하다”뿐 아니라 “하나도 바뀌지 않은 듯하다”나 “아무래도 바뀌지 않은 듯하다”처럼 말할 만합니다. 내키지 않는다고 할 적에도 “그리 내키지 않는다”뿐 아니라 “조금도 내키지 않는다”나 “여러모로 내키지 않는다”처럼 말할 만해요. 4348.8.21.쇠.ㅅㄴㄹ



문명 세계로부터 완전히 떨어진 별천지

→ 문명 세계에서 멀리 떨어진 딴 세상

→ 문명 세계에서 아주 떨어진 다른 곳

→ 문명 세계에서 아주 떨어진 새로운 곳

《다아윈/최기철 옮김-비이글호 항해기》(교문사,1965) 37쪽


금전적으로 별 이득이 없다 하더라도

→ 돈으로 거의 이득이 없다 하더라도

→ 이득이 얼마 없다고 하더라도

→ 돈으로 그다지 도움이 안 된다 하더라도

《다나까 미찌꼬/김희은 옮김-미혼의 당신에게》(백산서당,1983) 157쪽


옳은가 그렇지 않는가는 별문제로 하더라도

→ 옳은가 그렇지 않는가는 다른 문제로 하더라도

→ 옳은가 그렇지 않는가는 달리 따지더라도

→ 옳은가 그렇지 않는가는 다르게 보더라도

《베라 피그넬/편집부 옮김-러시아의 밤》(형성사,1985) 21쪽


원곡동에서 사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 했다

→ 원곡동에서 사는 사람은 그다지 없다고 했다

→ 원곡동에서 사는 사람은 얼마 없다고 했다

→ 원곡동에서 사는 사람은 몇 없다고 했다

→ 원곡동에서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했다

《박채란-국경없는 마을》(서해문집,2004) 104쪽


 쓸모없는 열매라고 해서

 그다지 쓸모없는 열매라고 해서

→ 얼마 쓸모없는 열매라고 해서

→ 거의 쓸모없는 열매라고 해서

→ 썩 쓸모없는 열매라고 해서

《소로우/이한중 옮김-씨앗의 희망》(갈라파고스,2004) 37쪽


별것도 아닌데 잠을 깨우는 건 나빠

 아무것도 아닌데 잠을 깨우니 나빠

→ 다른 것도 없는데 잠을 깨우니 나빠

 볼 것도 없는데 잠을 깨우니 나빠

《그랑빌/햇살과나무꾼 옮김-그랑빌 우화》(실천문학사,2005) 34쪽


자기는 거짓말을 하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 저는 거짓말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 저는 거짓말하기를  좋아하지 않지만

→ 저는 거짓말을 딱히 내켜 하지 않지만

→ 저는 거짓말은 그렇게 할 마음이 없지만

《루네르 욘손/배정희 옮김-꼬마 바이킹 비케 1》(논장,2006) 87쪽


“잊어버리는 거 당연해. 별도리 없잖아.”

→ “잊어버릴 수밖에. 어쩔 수 없잖아.”

→ “잊어버릴밖에. 달리 수가 없잖아.”

→ “마땅히 잊어버리지. 다른 수가 없잖아.”

《시게마츠 기요시/고향옥 옮김-졸업》(양철북,2007) 50쪽


아직도 기분이 별로야?

→ 아직도 기분이 안 좋아?

→ 아직도 마음이 나빠?

→ 아직도 마음이 꿀꿀해?

→ 아직도 시무룩해?

《박채란-까매서 안 더워?》(파란자전거,2007) 47쪽


냉장고에 한동안 넣었다 먹는 것이 더욱 별미다

→ 냉장고에 한동안 넣었다 먹으면 더욱 새 맛이다

→ 냉장고에 한동안 넣었다 먹으면 더욱 남다르다

→ 냉장고에 한동안 넣었다 먹으면 더욱 좋다

《전규태-단테처럼 여행하기》(열림원,2015) 182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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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325) 기존의


 기존의 세력 → 옛 세력 / 예전 세력

 기존의 구리 전선 → 진작에 깔린 구리 전선 / 예전 구리 전선

 기존의 편견 → 낡은 편견 / 오래된 편견


  ‘기존(旣存)’은 “이미 존재함”을 뜻한다고 합니다. ‘존재(存在)’는 “현실에 실제로 있음”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기존’은 “이미 있음”을 가리킵니다. “기존의 세력”이든 “기존 세력”이든 “이미 있는 세력”을 가리킵니다. 그런데, ‘-의’를 안 넣은 “기존 세력”과 ‘-의’를 넣은 “기존의 세력”은 무엇이 다를까요? “기존 편견”과 “기존의 편견”은 무엇이 다를 만할까요?


 기존 질서를 무너뜨릴

→ 옛 질서를 무너뜨릴

→ 오래된 질서를 무너뜨릴

 기존 제품보다 싸면서도

→ 예전 제품보다 싸면서도

→ 이제껏 쓰던 제품보다 싸면서도


  “기존 질서”와 “기존의 질서”는 똑같습니다. “기존 제품”과 “기존의 제품”도 똑같습니다. 그러니까, ‘기존’이라는 한자말을 쓴다고 하더라도 ‘-의’를 넣을 까닭이 없습니다. 더 헤아려 보면, “기존 세력”이나 “기존 질서”라고 할 적에는 “이미 있는” 세력이나 질서를 가리켜요. 이미 있는 세력이나 질서란 ‘옛’ 세력이나 질서이거나 ‘예전’ 세력이나 질서입니다. 또는 ‘오래된’ 세력이나 ‘낡은’ 질서를 가리킨다고 할 만합니다. “기존 제품”은 “예전 제품”이나 “이제껏 쓴 제품”이나 “여태 쓴 제품”을 가리킵니다. 4348.8.21.쇠.ㅅㄴㄹ



기존의 지식인 시인들의 성과에 빚지고 있는 바가 크지만

→ 그동안 작품을 내놓았던 지식인 시인들이 거둔 보람에 빚진 바가 크지만

→ 여태껏 애쓴 지식인 시인들이 거둔 보람에 빚진 바가 크지만

→ 오래도록 힘쓴 지식인 시인들이 거둔 보람에 빚진 바가 크지만

→ 예전 지식인 시인들이 거둔 보람에 빚진 바가 크지만

《백민-문답으로 풀어 본 문학 이야기》(현장문학사,1990) 123쪽


기존의 성리학의 입장에서 보면

→ 예전 성리학 잣대로 보면

→ 옛날 성리학으로 따지면

→ 낡은 성리학에 따라 생각하면

→ 이제까지 뿌리내린 성리학에서는

《홍대용/이숙경,김영호 옮김-의산문답》(꿈이있는세상,2006) 52쪽


기존의 지도를 버리고

→ 옛 지도를 버리고

→ 묵은 지도를 버리고

→ 오래된 지도를 버리고

《전규태-단테처럼 여행하기》(열림원,2015) 15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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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말 손질 363 : 물결 파문


물결 파문을 일으켜

→ 물결을 일으켜


파문(波紋)

1. 수면에 이는 물결

2. 물결 모양의 무늬

3. 어떤 일이 다른 데에 미치는 영향


  한국말 ‘물결’을 한자말로 ‘파도(波濤)’로 나타내기도 하고, ‘파문(波紋)’으로 나타내기도 합니다. 그런데, 한국말로는 파도도 파문도 모두 ‘물결’입니다. 물결이 이리저리 갈라질 적에는 ‘물이랑’이라고도 하고, 크게 치는 물결은 따로 ‘너울’이라고도 합니다. “물결 무늬”는 따로 ‘물무늬’라고도 해요. 이 보기글 “물결 파문을 일으켜”는 ‘파문’이라는 한자말만 덜면 되는 겹말입니다. 4348.8.21.쇠.ㅅㄴㄹ



물자라 수컷과 암컷은 물결 파문을 일으켜 구애를 합니다

→ 물자라 수컷과 암컷은 물결을 일으켜 사랑을 나눕니다

《정부희-곤충들의 수다》(상상의숲,2015) 112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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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323) 감사의


 감사의 뜻을 표하다

→ 고마운 뜻을 나타내다

→ 고맙다고 하다

 감사의 인사를 올리다

→ 고맙다고 인사를 올리다

→ 고마워 인사를 올리다

 감사의 눈물을 흘리다

→ 고마워 눈물을 흘리다

→ 고마운 나머지 눈물을 흘리다


  ‘감사 + 의’ 말투가 퍽 널리 번졌습니다. 한동안 ‘감사(感謝)’라는 일본말을 몰아내고 ‘고맙다’라는 한국말을 찾아야 한다는 움직임이 퍼지기도 했지만 그다지 힘을 못 낸 듯싶습니다. 게다가 ‘감사하다’이든 ‘고맙다’이든 대수롭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고, ‘감사하다’와 ‘고맙다’는 뜻이 다르다고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말사전을 보면 “1. 고마움을 나타내는 인사 2. 고맙게 여김. 또는 그런 마음”으로 ‘감사’를 풀이합니다. 한국말은 ‘고맙다·고마움’이고, 한자말은 ‘감사·감사하다’입니다.


 은혜에 어떻게 감사를 표시해야 할지요?

→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요?


  한자말을 쓰는 일은 잘못이 아닙니다. 영어로 ‘땡큐·쌩큐(thank you)’를 말하는 사람이 무척 많습니다. 즐겁게 영어나 일본말이나 한자말이나 얼마든지 쓸 수 있습니다. 이러면서, 한국말은 한국말대로 알맞고 바르면서 슬기롭게 가다담을 줄 알면 됩니다. 4348.8.21.쇠.ㅅㄴㄹ



흥분된 목소리로 감사의 말을 마구 늘어놓았으므로

→ 들뜬 목소리로 고맙다는 말을 마구 늘어놓았으므로

《마인다트 디영/김수연 옮김-황새와 여섯 아이》(동서문화사,1990) 134쪽


왕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지만

→ 왕한테 고맙다고 인사를 했지만

→ 왕한테 고마워서 인사를 했지만

《사티쉬 쿠마르/서계인 옮김-사티쉬 쿠마르》(한민사,1997) 52쪽


“좋은 기획을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 “좋은 기획을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하고 고맙다는 뜻을 밝혔다

→ “좋은 기획을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하고 고맙다는 뜻을 알렸다

→ “좋은 기획을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하고 말했다

《야마오 산세이/이반 옮김-여기에 사는 즐거움》(도솔,2002) 148쪽


안토니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한다

→ 안토니한테도 고맙다는 말을 올린다

→ 안토니한테도 고맙다

《베르나르 올리비에/고정아 옮김-나는 걷는다 3》(효형출판,2003) 감사의 말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 내 마음을 적은 것이었다

→ 고맙다는 마음을 건네고 싶어 내 마음을 적었다

→ 고맙다는 마음을 보여주고 싶어 내 마음을 적었다

→ 고마운 마음을 나누고 싶어 내 마음을 적었다

《기류 유미코/송태욱 옮김-나는 아들에게서 세상을 배웠다》(샨티,2005) 92쪽


장로님들에게 일일이 감사의 말씀을 드렸다

→ 장로님들한테 하나하나 고맙다고 말씀을 드렸다

《벤 마이켈슨/홍한별 옮김-나무소녀》(양철북,2006) 33쪽


감사하는 마음을 지니게 되었다. 발끝부터 머리카락 한 올까지 내 몸 곳곳에 말을 걸고 격려해 주며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다

→ 고마워하는 마음이 되었다. 발끝부터 머리카락 한 올 내 몸 곳곳에 말을 걸고 북돋아 주며 고맙다는 마음을 나타냈다

《전규태-단테처럼 여행하기》(열림원,2015) 34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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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1109) 잉꼬/잉꼬부부


  아주 사이가 좋은 부부를 두고 ‘잉꼬부부’ 같은 말을 흔히 씁니다. 한국말사전을 찾아보면, ‘잉꼬’라는 새 이름은 일본말 ‘inko(鸚哥)’에서 왔다고 하면서 ‘원앙부부’로 고쳐서 쓰라고 나옵니다. 그런데, 한국에는 예부터 ‘사랑새’가 있습니다. 서양에서 ‘펠리컨(pelican)’이라고 일컫는 새를 두고도, 한국에서는 예부터 ‘사다새’라 했어요. 한국에 없는 새라면 이름이 따로 없을 테지만, 한국에 있는 새이기에 예부터 한국말로 곱게 지어서 가리키는 이름이 있어요.


  아주 사이가 좋은 부부라면 한국말로는 ‘사랑새 부부’처럼 쓰면 됩니다. 굳이 새를 빗대지 않아도 될 테니 ‘사랑부부’처럼 써도 잘 어울려요. 부부가 아닌 둘 사이가 아주 좋거나 서로 살뜰히 아끼는 사이라고 하면 ‘사랑동무’나 ‘사랑벗’이나 ‘사랑님’처럼 쓸 수 있어요. 그리고, ‘찰떡동무·찰떡님·찰떡부부’라든지 ‘깨소금동무·깨소금님·깨소금부부’ 같은 이름을 새롭게 써 볼 만합니다. 또는 ‘한마음동무·한마음님·한마음부부’라든지 ‘한사랑동무·한사랑님·한사랑부부’ 같은 이름을 지어 볼 만해요. 4348.8.21.쇠.ㅅㄴㄹ



아빠와 엄마는 ‘잉꼬 부부’였잖니

→ 아빠와 엄마는 ‘사랑새 부부’였잖니

→ 아빠와 엄마는 ‘한사랑부부’였잖니

→ 아빠와 엄마는 ‘한마음부부’였잖니

《서갑숙-나도 때론 포르노그라피의 주인공이고 싶다》(중앙엠엔비,1999) 276쪽


수탉이 암탉과 잉꼬부부처럼 잘 다니다

→ 수탉이 암탉과 사랑부부처럼 잘 다니다

→ 수탉이 암탉과 깨소금부부처럼 잘 다니다

→ 수탉이 암탉과 찰떡부부처럼 잘 다니다

《강수돌-더불어 교육혁명》(삼인,2015) 183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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