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고- 古


 고가구 → 옛 가구 / 헌 가구 / 오래된 가구

 고서적 → 옛 책 / 헌책 / 오래된 책

 고철 → 낡은 쇠 / 헌 쇠 / 오래된 쇠


  ‘고(古)-’는 “‘오래된’ 또는 ‘낡은’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라고 합니다. 외마디 한자말 ‘고-’는 새 낱말을 빚는 앞가지로 쓴다고 하는데, ‘오래된’이나 ‘낡은’은 새 낱말을 빚는 앞가지로 거의 안 씁니다. 한국말사전은 한국말을 넓고 새롭게 쓰는 길을 제대로 열지 못한다고 할 수 있어요. ‘헌책’처럼 ‘헌쇠’를 쓸 수 있으면 말길을 더 열 만 하고, ‘옛책’이나 ‘옛가구’처럼 한 낱말을 써도 잘 어울립니다. 오래돈 궁궐을 가리킨다는 ‘고궁’도 ‘옛궁’처럼 새롭게 써 보면 재미있으리라 생각합니다. 4348.12.18.쇠.ㅅㄴㄹ



고문서가 잠자고 있는

→ 옛 문서가 잠자는

→ 오래된 책이 잠자는

→ 해묵은 글이 잠자는

《강상중/이경덕·임성모 옮김-오리엔탈리즘을 넘어서》(이산,1997) 20쪽


고궁은 좋은 볼거리였다

→ 옛 궁궐은 좋은 볼거리였다

→ 옛궁은 좋은 볼거리였다

《박채란-까매서 안 더워?》(파란자전거,2007) 62쪽


도서관에서 많은 고문서를 접하게 되어

→ 도서관에서 많은 옛 문서를 볼 수 있어

→ 도서관에서 많은 옛책을 살필 수 있어

《손관승-그림 형제의 길》(바다출판사,2015) 114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으로의 -적/-로의 -적


 과거로의 퇴행적인 발언

→ 과거로 퇴행하는 발언

→ 옛날로 뒷걸음치는 말

 미래로의 진보적인 사고

→ 미래로 진보하는 사고

→ 앞으로 나아가는 생각


  한국말에서는 ‘-의’를 아무 데나 붙이지 않으나, 일본 말투와 번역 말투에 길들면서 ‘-의’를 어디에나 붙여도 되는 듯이 여기기도 합니다. 이러면서 다른 일본 말투 가운데 하나인 ‘-的’을 한자말마다 붙이는 겹치기 일본 말투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의’하고 ‘-적’이 한자리에 맞물리는 ‘-으로의 -적/-로의 적’이 나타나는 말투를 보면 여러 가지 한자말이 고루 섞이기 일쑤입니다. 어느 낱말을 가려서 쓰느냐에 따라 말투가 달라지기 마련이며, 누구하고 나눌 말을 쓰려 하느냐에 따라 ‘-으로의 -적/-로의 적’ 같은 말투는 쉽게 털 수도 있으나 좀처럼 털어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4348.12.18.쇠.ㅅㄴㄹ



앞으로의 잠재적 먹이 장소

→ 앞으로 먹이를 얻을 곳

→ 앞으로 먹이를 얻을 수 있는 곳

《베른트 하인리히/최재경 옮김-까마귀의 마음》(에코리브르,2005) 59쪽


토박이말로부터 가르치는 언어로의 근본적인 변화는

→ 토박이말에서 가르치는 말로 뿌리부터 바뀌는 일은

→ 토박이말에서 가르치는 말로 송두리째 바뀌는 흐름은

《이반 일리치/노승영 옮김-그림자 노동》(사월의책,2015) 79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겹말 손질 372 : 판이하게 다르다



판이하게 다르고

→ 아주 다르고


판이(判異)하다 : 비교 대상의 성질이나 모양, 상태 따위가 아주 다르다



  한자말 ‘판이하다’는 “아주 다르다”를 뜻한다고 하니까, “판이하게 다르고”처럼 말한다면 “아주 다르게 다르고”처럼 말하는 셈입니다. 그런데 한국말사전을 살펴보면 “예전과 판이하게 달라진 고향”이나 “생김새가 판이하게 다르다” 같은 보기글이 나와요. 한국말사전 보기글도 겹말로 잘못 올렸습니다. 한자말 ‘판이’를 쓰고 싶다면 “판이하고” 꼴로만 적어야 하고, 굳이 이 한자말을 쓸 일이 없다고 여기면 “다르고”나 “아주 다르고”나 “사뭇 다르고”나 “몹시 다르고”처럼 쓰면 됩니다. 4348.12.17.나무.ㅅㄴㄹ



독일어는 한국어와 판이하게 다르고

→ 독일말은 한국말과 아주 다르고

→ 독일말은 한국말과 사뭇 다르고

《손관승-그림 형제의 길》(바다출판사,2015) 207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말이랑 놀자 168] 푸르르다



  하늘이 파랗게 빛납니다. 이 파란 빛깔이 더없이 빛나는구나 싶어서 “파란 하늘”이라고만 말하지 않고 “파아란 하늘”이나 “파아아란 하늘”처럼 말을 늘이기도 합니다. 노란 꽃송이가 곱습니다. 이 노란 꽃송이가 가없이 곱구나 싶어서 “노오란 꽃송이”라든지 “노오오란 꽃송이”처럼 외치기도 합니다. 숲에 깃들이 숲빛을 헤아리니 이 푸른 숨결이 더할 나위 없이 사랑스럽구나 싶어서 “푸르은 숲”이나 “푸르으은 숲”이라고도 노래합니다. 가을잎이 누르게 물드는 모습이 예쁘구나 싶어서 “누르은 잎”이나 “누르으은 잎”이라고도 속삭입니다. 느낌을 외칠 적에는 낱말을 얼마든지 길게 늘일 수 있어요. “우와, 재미있다”를 “우우와, 재애애애미 있다”처럼 늘여도 재미있고, “어라, 놀랐잖아”를 “어어라, 노올랐잖아”처럼 늘여서 놀아요. 다만, ‘파란 → 파아란’, ‘노란 → 노오란’, ‘푸른 → 푸으른’, ‘누른 → 누으른’처럼 늘여서 말하거나 글을 쓰더라도 ‘파랗다·노랗다·푸르다·누르다’가 바탕꼴입니다. ‘파라라다(파아랗다)·노라라다(노오랗다)·푸르르다(푸르으다)’가 바탕꼴이지 않아요. ‘파랗다’와 ‘노랗다’가 있기에 이 말을 바탕으로 ‘파아랗다’이든 ‘노오랗다’이든 잇달아 태어나고, ‘푸르다’와 ‘누르다’가 있기에 이 말을 바탕으로 삼아서 ‘푸르르다’라든지 ‘누르르르르다’처럼 재미나게 말놀이를 합니다. 4348.12.17.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말이랑 놀자 167] 콩물·콩젖



  서양 문화가 일본을 거쳐 한국에 들어올 적에 ‘우유(牛乳)’라는 한자말이 생깁니다. 이제는 누구나 널리 쓰는 ‘우유’이지만 예전에는 ‘타락(駝酪)’이라는 무척 어려운 한자말을 썼고, ‘타락죽’이라는 먹을거리가 있다고 해요. 그러나 소라는 짐승한테서 얻은 젖은 ‘소젖’이에요. 염소한테서 얻은 젖은 ‘염소젖’이고, 양한테서 얻은 젖은 ‘양젖’입니다. 짐승한테 붙인 이름을 앞에 달고서 ‘-젖’이라고 씁니다. 어머니가 아기를 낳아 물리는 젖은 ‘어머니젖(엄마젖)’이요 ‘사람젖’이에요. 마실거리 한 가지를 공장에서 다루어 가게에 내놓고 팔면서 ‘우유·분유’ 같은 말을 쓰기도 하고, ‘두유’ 같은 말도 나타나요. ‘분유(粉乳)’는 한국말로 ‘가루젖’을 가리키고, ‘두유(豆乳)’는 한국말로 ‘콩젖’을 가리켜요. 그런데 한겨레는 먼 옛날부터 콩을 갈아서 나오는 물을 따로 마셨습니다. 콩을 간 ‘콩물’로 ‘콩국수’도 삶지요. 콩은 소나 말이나 돼지처럼 짐승이 아닌 풀이기 때문에 ‘젖’이라는 말이 안 어울릴 만한데, 콩을 갈아서 얻은 ‘콩물’하고는 다르게 빚은 마실거리이기에 다른 이름을 붙여야 어울린다면 ‘콩젖’으로 따로 갈라서 써도 재미있어요. 4348.12.17.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