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168] 푸르르다



  하늘이 파랗게 빛납니다. 이 파란 빛깔이 더없이 빛나는구나 싶어서 “파란 하늘”이라고만 말하지 않고 “파아란 하늘”이나 “파아아란 하늘”처럼 말을 늘이기도 합니다. 노란 꽃송이가 곱습니다. 이 노란 꽃송이가 가없이 곱구나 싶어서 “노오란 꽃송이”라든지 “노오오란 꽃송이”처럼 외치기도 합니다. 숲에 깃들이 숲빛을 헤아리니 이 푸른 숨결이 더할 나위 없이 사랑스럽구나 싶어서 “푸르은 숲”이나 “푸르으은 숲”이라고도 노래합니다. 가을잎이 누르게 물드는 모습이 예쁘구나 싶어서 “누르은 잎”이나 “누르으은 잎”이라고도 속삭입니다. 느낌을 외칠 적에는 낱말을 얼마든지 길게 늘일 수 있어요. “우와, 재미있다”를 “우우와, 재애애애미 있다”처럼 늘여도 재미있고, “어라, 놀랐잖아”를 “어어라, 노올랐잖아”처럼 늘여서 놀아요. 다만, ‘파란 → 파아란’, ‘노란 → 노오란’, ‘푸른 → 푸으른’, ‘누른 → 누으른’처럼 늘여서 말하거나 글을 쓰더라도 ‘파랗다·노랗다·푸르다·누르다’가 바탕꼴입니다. ‘파라라다(파아랗다)·노라라다(노오랗다)·푸르르다(푸르으다)’가 바탕꼴이지 않아요. ‘파랗다’와 ‘노랗다’가 있기에 이 말을 바탕으로 ‘파아랗다’이든 ‘노오랗다’이든 잇달아 태어나고, ‘푸르다’와 ‘누르다’가 있기에 이 말을 바탕으로 삼아서 ‘푸르르다’라든지 ‘누르르르르다’처럼 재미나게 말놀이를 합니다. 4348.12.17.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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