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현명 賢明


 올바르게 인식할 줄 아는 슬기와 현명 → 올바르게 헤아릴 줄 아는 슬기

 현명이기보다는 어리석음이다 → 슬기이기보다는 어리석음이다

 현명한 선택 → 슬기로운 선택 / 어질게 고름

 현명한 태도 → 슬기로운 몸짓 / 어진 몸짓

 기다리는 쪽이 현명하다 → 기다리는 쪽이 슬기롭다


  ‘현명(賢明)’은 “어질고 슬기로워 사리에 밝음”을 뜻한다고 합니다. 한국말 ‘슬기’는 “사리를 바르게 판단하고 일을 잘 처리해 내는 재능”을 뜻한다고 해요. 그러면, 한자말 ‘현명 = 어질고 사리를 바르게 판단해 사리에 밝음’으로 풀이하는 꼴입니다. 더군다나 한국말 ‘어질다’는 “마음이 너그럽고 착하며 슬기롭고 덕행이 높다”를 뜻한다고 하니까, 이 뜻까지 헤아리면 ‘현명 = 너그럽고 착하며 슬기롭고 슬기로워 슬기로움’을 가리키는 꼴이라고까지 할 만합니다.


  무슨 소리인가 하면, 한국말로 ‘슬기·슬기롭다’를 쓰면 될 뿐이며, 느낌이나 뜻을 잘 살펴서 ‘어질다’를 쓰면 넉넉하다는 뜻입니다. 2016.2.23.불.ㅅㄴㄹ



무엇이든 구해 주는 현명한 신하들이 많았습니다

→ 무엇이든 찾아 주는 똑똑한 신하들이 많았습니다

→ 무엇이든 찾아 주는 어진 신하들이 많았습니다

→ 무엇이든 얻어 주는 슬기로운 신하들이 많았습니다

《제임스 서버/황경주 옮김-아주아주 많은 달》(시공주니어,1998) 6쪽


그 왕도 자신이 현명하고 공평하다고 믿었습니다

→ 그 임금도 스스로 슬기롭고 올바르다고 믿었습니다

→ 그 임금도 스스로 똑똑하고 바르다고 믿었습니다

→ 그 임금도 스스로 어질고 바르다고 믿었습니다

《데미/이향순 옮김-쌀 한 톨》(북뱅크,2015) 5쪽


현명한 일인 것 같았다

→ 잘한 일인 듯했다

→ 슬기로운 일인 듯했다

《배리 존스버그/정철우 옮김-내 인생의 알파벳》(분홍고래,2015) 154쪽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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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패하다 敗


 이 싸움은 그의 일방적인 패였다 → 이 싸움은 그가 내몰리듯이 졌다

 몇 차례의 패를 경험한 뒤에야 → 몇 차례 져 본 뒤에야

 싸움에 패하다 → 싸움에 지다

 아군이 적에게 패하다 → 우리가 적한테 졌다

 1승 1패 → 한 번 이기고 한 번 짐 / 1이김 1짐

 통한의 1패를 당했다 → 아쉽게 한 번 졌다

 집안이 패하다 → 집안이 거덜나다 / 집안이 무너지다


  ‘패(敗)’는 “1. 어떤 일을 실패함. 또는 싸움이나 승부를 가리는 경기 등에서 짐 2. 운동 경기에서, 진 횟수를 세는 단위 3. 살림이 거덜나거나 망하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한국말은 ‘짐·지다’입니다. 진 횟수를 셀 적에는 으레 ‘1패’처럼 씁니다만 ‘1짐’처럼 쓸 수도 있어요. 이처럼 쓰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이처럼 아직 못 쓸 뿐입니다. 다만, 익숙한 대로 ‘1패’로 쓰고 싶다면 이렇게 쓰되, ‘1짐’처럼 얼마든지 쓸 수 있다는 대목을 생각할 수 있어야 해요. 이밖에 다른 모든 자리에서는 ‘지다’라는 한국말을 쓰면 되고, 때로는 ‘밀리다’나 ‘무너지다’나 ‘무릎 꿇다’를 쓸 수 있습니다. 집안을 가리킬 적에는 ‘거덜나다’나 ‘무너지다’나 ‘쓰러지다’ 같은 낱말을 쓰면 됩니다. 2016.2.23.불.ㅅㄴㄹ



상대에게 패하는 것이었다

→ 상대에게 지는 것이었다

→ 상대에게 지기만 했다

→ 상대에게 밀리기만 했다

→ 상대에게 무너지기만 했다

《사이토 다카시/이규원 옮김-도약의 순간》(가문비,2006) 18쪽


선조 이래 남의 나라에 패해 본 일이 없었다

→ 선조 뒤로 다른 나라에 져 본 일이 없었다

→ 선조 때부터 이웃 나라에 무릎 꿇은 일이 없었다

《금현진·손정혜·이우일-용선생의 시끌벅적 한국사》(사회평론,2012) 224쪽


경쟁에서 패했고

→ 경쟁에서 졌고

→ 경쟁에서 밀렸고

→ 다툼에서 밀려났고

《이즈미다 료스케/이수형 옮김-구글은 왜 자동차를 만드는가》(미래의창,2015) 89쪽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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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211] 콧소리, 콧노래



  즐거우면 저절로 노래가 나와요. 입으로도 흥얼흥얼 읊고, 코로도 신나게 노래하지요. 안 즐거우면 노래가 안 나와요. 이러면서 “쳇!”이라든지 “치!”라든지 “흥!” 같은 ‘콧소리’를 내요. 안 즐거울 적에는 콧소리이지만, 즐거울 적에는 ‘콧노래’예요. 바람이 부는 소리를 가만히 들어요. 바람이 나뭇잎이나 나뭇가지를 건드릴 적에는 그저 ‘바람소리’인데, 이 소리가 마치 어떤 가락과 같다고 느끼면서 아름다움을 느낄 적에는 ‘바람노래’로 바뀌어요. 바다에서 듣는 ‘바다소리(바닷소리)’도 그렇지요. 그저 바다에서 듣는 소리라면 ‘바다소리’일 테지만, 이 소리가 나한테 즐거움이나 기쁨이나 아름다움을 느끼도록 북돋운다면 ‘바다노래(바닷노래)’로 거듭납니다. 우리가 서로 주고받는 말은 여느 자리에서는 아직 ‘말소리’인데, 서로 아끼면서 돌보는 마음이 흐르면 말소리도 어느덧 ‘말노래’처럼 흐릅니다. 낭창낭창 한들한들 구성지면서 그윽한 노랫가락 같은 말노래가 된다고 할 만해요. 귀에 들리기만 하면 소리이고, 입으로 터뜨리면 말이며, 생각을 주고받으면 이야기이고, 마음을 실어서 기쁘게 나누면 노래가 되어요. 4349.1.30.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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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이용 利用


 폐품 이용 → 폐품 쓰기 / 폐품 살리기

 자원의 효율적 이용 → 자원을 알뜰히 쓰기 / 자원을 알차게 쓰기

 지하철을 이용하다 → 지하철을 타다 / 지하철로 다니다

 바람을 이용하여 → 바람을 써서 / 바람으로

 만드는 데에 이용된다 → 만드는 데에 쓰인다 / 만드는 데에 쓴다

 이용 가치가 높은 → 쓸 곳이 많은 / 부려먹을 값어치가 높은 → 재주가 많은

 나에게 이용을 당했다고 → 나에게 부려먹혔다고 / 나한테 뜯어먹혔다고

 남의 약점을 이용해 → 남한테 아픈 곳을 찔러 / 남이 아픈 데를 건드려

 출세의 수단으로 이용하다 → 출세하는 수단으로 삼다 / 이름팔기에 쓰다

 공중전화를 이용해주세요 → 공중전화를 써 주셔요 / 공중전화로 걸어 주셔요


  ‘이용(利用)’은 “1. 대상을 필요에 따라 이롭게 씀 2. 다른 사람이나 대상을 자신의 이익을 채우기 위한 방편(方便)으로 씀”을 뜻한다고 합니다. ‘이(利)롭다’는 “이익이 있다”를 뜻한다 하며, ‘이익(利益)’은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보탬이 되는 것”을 뜻한다 해요. 그러니까 ‘이용 = 보탬이 되도록 쓰다’를 가리키는 셈이고, 보탬이 되도록 쓴다고 할 적에는 “좋게 쓴다”고 할 만합니다.


  폐품을 쓴다고 할 적에는 ‘그냥 쓰기’를 할 수 있고, ‘살려서 쓰기’ 그러니까 ‘살려쓰기(살리기)’를 할 수 있습니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쓴다(탄다)고 할 적에는 말 그대로 ‘버스를 써서 움직이다’를 가리키니 ‘타다’나 ‘다니다’로 손볼 만합니다. 어떤 수단으로 쓴다고 할 적에는 ‘삼다’라는 낱말이 잘 어울리고, 전화를 쓴다고 할 적에는 ‘걸다’라는 낱말이 잘 어울려요. 때와 자리에 따라 다 다르게 쓰는 한국말을 잘 살필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16.2.22.달.ㅅㄴㄹ



구멍가게를 이용하고 있다

→ 구멍가게를 다닌다

→ 구멍가게를 즐겨찾는다

→ 구멍가게에서 물건을 산다

《사하시 게이죠/엄은옥 옮김-할아버지의 부엌》(여성신문사,1990) 82쪽


달걀판을 이용해 성을 쌓고 있다

→ 달걀판을 써서 성을 쌓는다

→ 달걀판으로 성을 쌓는다

〈한겨레〉 2004.5.31.35쪽


자신의 체중을 이용해

→ 제 몸무게를 써서

→ 제 몸무게로 밀어붙여서

→ 제 몸무게로

《어니스트 톰슨 시튼/장석봉-다시 야생으로》(지호,2004) 123쪽


북쪽 건물을 이용하여

→ 북쪽 건물에서

→ 북쪽 건물을 빌어

→ 북쪽 건물에 가서

《소노다 마사하루/오근영 옮김-교실 일기》(양철북,2006) 180쪽


외딴 산골의 폐교를 이용해

→ 외딴 멧골에 문닫은 학교를 고쳐서

→ 외딴 멧골 학교에서

→ 외딴 멧골에 있던 학교를 손질해서

→ 외딴 멧골에 있던 학교를 살려서

《작은 것이 아름답다》(녹색연합) 137호(2007.10.) 111쪽


여름방학을 이용해 해수욕이라도 왔냐고 하면

→ 여름방학을 틈타 바닷놀이라도 왔냐고 하면

→ 여름방학을 맞이해 바다에 놀러 왔냐고 하면

→ 여름방학이라고 해서 바다에 놀러 갔냐고 하면

→ 여름방학이라며 바닷물에서 헤엄치러 왔냐고 하면

→ 여름방학이랍시고 바닷가에 물놀이라도 왔냐고 하면

→ 여름방학에 바다로 물놀이라도 왔냐고 하면

《아다치 미츠루/강동욱 옮김-Short program 2》(대원씨아이,2008) 73쪽


잔해 더미를 뒤져 찾아낸 요리도구와 식기류를 이용해 밥도 짓고

→ 부스러기 더미를 뒤져 찾아낸 요리도구와 그릇으로 밥도 짓고

→ 부스러기 더미를 뒤져 찾아낸 살림살이와 그릇으로 밥도 짓고

《존 허시/김영희 옮김-1945 히로시마》(책과함께,2015) 145쪽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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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 없애야 말 된다

 인위적


 인위적 구조 → 사람이 짠 얼개 / 억지스런 얼거리

 인위적 예술 → 사람이 빚은 예술 / 꾸며진 예술 / 꾸민 예술

 인위적인 느낌을 주는 → 사람이 건드린 느낌인 / 억지스런 느낌인

 인위적으로 만든 아름다움 → 사람이 빚은 아름다움 / 사람 손으로 빚은 아름다움

 인위적인 개발로 생태계를 파괴한다 → 개발을 앞세워 생태계를 무너뜨린다


  ‘인위적(人爲的)’은 “자연의 힘이 아닌 사람의 힘으로 이루어지는”을 뜻한다고 합니다. 이리하여 이 말마디는 ‘자연스럽지 못한’이나 ‘사람이 빚은’ 두 가지를 가리킵니다. ‘자연스럽지 못한’을 가리킬 적에는 ‘억지스럽다’라든지 ‘어설프다’라든지 ‘거짓스럽다’고 할 만합니다. ‘사람이 빚은’을 가리킬 적에는 ‘따로’ 빚는다거나 ‘일부러’ 빚는다고 할 만해요. 자연스럽지 못한 곳은 ‘메마르다’거나 ‘싸늘하다’고 할 수 있어요. 자연 힘(자연스러운 힘)이 아닌 사람 힘을 따로 들일 적에는 때때로 ‘우격다짐’이나 ‘어거지’ 같은 모습이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자연이나 생태계를 무너뜨린다고 할 적에는 ‘억지·어거지’ 같은 낱말이 잘 어울립니다. “인위적 예술” 같은 자리에서는 ‘사람이 빚은’이나 ‘꾸민(꾸며진)’을 나타낼 테니, 흐름을 잘 살펴서 쉽게 풀어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16.2.22.달.ㅅㄴㄹ



인위적인 雅語化 경향은 그렇게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는 경향으로 보인다 

→ 억지스레 말을 곱게 쓰자는 흐름은 그렇게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어 보인다

→ 일부러 말을 곱게 하자는 흐름은 그렇게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어 보인다

→ 어설피 말을 곱게 가꾸자는 흐름은 그렇게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어 보인다

《김우창-궁핍한 시대의 詩人》(민음사,1977) 384쪽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청소년의 우상들은

→ 사회가 만든 청소년 우상들은

→ 여론매체가 만든 청소년 우상들은

→ 사람들이 만든 청소년 우상들은

→ 억지스레 만든 청소년 우상들은

《안드레아 브라운/배인섭 옮김-소비에 중독된 아이들》(미래의창,2002) 47쪽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그림자는 권력자의 연출임을

→ 억지로 만들어진 그림자는 권력자가 연출했음을

→ 거짓으로 만들어진 그림자 권력자가 꾸민 줄을

→ 우격다짐으로 만들어진 그림자는 권력자가 빚은 줄을

《마치다 준/김은진 옮김-각하!》(삼인,2007) 13쪽


인위적 환경 속에서 질식해 가고 있다

→ 자연스럽지 못한 환경에서 숨이 막혀 간다

→ 메마른 터전에서 숨이 막혀 간다

→ 팍팍한 삶터에서 숨이 막힌다

→ 싸늘한 곳에서 목이 졸린다

→ 고달픈 곳에서 숨 막혀 간다

→ 괴로운 곳에서 목 졸려 간다

《요한 크리스토프 아놀드/전의우 옮김-아이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양철북,2008) 161쪽


탄산수 중에는 이산화탄소를 인위적으로 많이 첨가해서

→ 탄산수 가운데 이산화탄소를 따로 많이 넣어서

→ 탄산수 가운데 이산화탄소를 일부러 많이 넣어서

《라파엘 오몽/김성희 옮김-부엌의 화학사》(더숲,2016) 96쪽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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