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27 도서관 2023.4.26.



종이 없던 때에는

마음에 이야기 담고

온몸에 삶 새기고

손발에 살림 그렸어


글 없던 무렵에는

노래에 이야기 싣고

생각에 꿈 담으며

놀이에 사랑 심었어


숲을 이룬 나무는

집과 불과 책을 주었지

들을 이룬 풀꽃은

밥과 옷과 숨을 주었어


들숲바다 하늘땅 해바람비

풀꽃나무 벌나비 이웃숨결

저마다 다른 이야기꾸러미야

우리는 빛으로 읽고 쓴다


ㅅㄴㄹ


‘도서관(圖書館)’은 일본이 지은 한자말이고, 우리나라 ‘도서관법’이나 ‘도서관 얼거리’는 모두 일본이 총칼로 쳐들어온 뒤에 세우고 퍼뜨렸습니다. 우리나라는 1945년 8월 15일에 일본이 물러나기로 한 뒤로 ‘일본이 남긴 살림과 말글’을 그대로 물려받아서 쓰느냐, 우리 슬기를 밝혀 모두 새롭게 일구고 가꾸고 지어서 차근차근 거듭나느냐, 두 갈랫길에 섰어요. 새길을 가자는 목소리도 높았지만 ‘일제강점기가 길었으니 이미 익숙한 일본 한자말도 우리말로 여기자’는 목소리가 꽤 높았고, ‘도서관’이란 이름도 오늘날 그대로 씁니다. 총칼내음이 깃든 일본 한자말을 그냥 쓰기에 나쁘지는 않되, ‘책으로 이룬 숲’인 터전을 곰곰이 짚어 보아야지 싶어요. 우리로서는 ‘책숲’입니다. 모든 책은 나무한테서 얻은 종이로 지을 뿐 아니라, ‘숲’은 사람도 뭇숨결도 푸른별에서 삶을 짓고 이루는 바탕이에요. 책에 담는 이야기란, ‘지식·정보’를 넘어서 ‘삶을 밝히는 길’이자 ‘살림을 지은 슬기’에 ‘사랑으로 가는 숲’이라 여길 만합니다. 마을책숲·고을책숲·나라책숲·배움책숲·이야기책숲·살림책숲·어린책숲·그림책숲을 꿈꿉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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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25 타협 2023.4.25.



입으로 말하지 않고

손으로 글쓰지 않는

아기를 폭 안는다면

마음으로 이야기하지


이슬 먹으며 자라고

별밤 누리며 잠들고

해바람비랑 어울리는

풀꽃나무랑 마음으로 만나


맞추려 들지 마

마음으로 마주해

마땅히 여기지 마

말을 섞고 귀기울여


허울스런 허수아비도

꽃하고 먼 꼭두각시도

나를 잊다가 잃어

나몰라라 되었어


ㅅㄴㄹ


한자말 ‘타협(妥協)’은 “서로 조금씩 물러나면서 한뜻이 됨”을 가리킨다고 여길 만한데, 사람들은 낱말뜻대로 쓰기도 하지만 “곧거나 바르거나 참되게 나아갈 길을 꺾거나 물리면서, 억지스럽게 맞추어 들어가고 길미를 조금 얻느라 첫뜻이나 참뜻을 저버리거나 등지는 짓”을 가리킬 적에도 씁니다. 참을 밝히고 거짓을 치우는 길에서는 물러날 데가 없게 마련입니다. 풀죽음물을 뿌리면 풀이 죽을 뿐 아니라 풀벌레에 벌나비도 죽고 사람한테까지 나쁜데, 풀죽음물을 조금만 치겠다고 ‘타협’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타협’을 하자고 말하는 쪽은 으레 ‘잘못을 저지른 무리’이더군요. 참빛을 바라는 목소리에 밀려 몽땅 쫓겨날 듯한 얄궂은 쪽에서 ‘타협안 제시’를 으레 먼저 합니다. 처음부터 어깨동무(협동·협력)를 하는 길을 밝혔다면 사람들이 참빛을 바라며 목소리를 우렁차게 내지 않았겠지요. 하늘빛이 아닌 허울빛을 쓰기에 거짓말을 하고, 꽃이 아닌 꼭두각시 노릇을 하니 눈가림을 합니다. 나다움을 잊으니 어느새 날개를 잃어 이 일에도 등지거나 저 일에도 눈감는 ‘나몰라라(나를 모르다)’로 뒹굴어요. 무엇을 말하고 들어야 사람일까요?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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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안 쓰는 말 26 관계 2023.4.25.



얽매면 엉켜

옭매면 올가미야

엉성하면 어긋나

얼차리고 얼러서 어우른다


매를 들면 아파

매서우면 멀리하지

매몰차면 무섭더라

꽃매듭짓기에 꽃맺음으로 간다


사납게 굴면 떠나

낡삭으면 지겹지

사고파는 장삿속은 치우고

사근사근 사이좋게 사귄다


싹이 트고 눈을 틔울

틈새를 살짝 둔다

빗줄기로 씻고 빛줄기로 달래며

서로 잇고 살살 비운다


ㅅㄴㄹ


국립국어원 낱말책은 ‘관계(關係)’를 “1. 둘 이상의 사람, 사물, 현상 따위가 서로 관련을 맺거나 관련이 있음 2. 어떤 방면이나 영역에 관련을 맺고 있음”으로 풀이하는데, ‘관련(關聯)’이란 한자말은 “둘 이상의 사람, 사물, 현상 따위가 서로 관계를 맺어 매여 있음”으로 풀이합니다. 우리말 ‘맺다’는 “5. 관계나 인연 따위를 이루거나 만들다”로 풀이하지요. 여느 어른이라면 한자말 ‘관계·관련’이나 우리말 ‘맺다’를 낱말책에서 찾아볼 일이 없이 그냥 쓸 텐데, 어린이·푸름이는 이런 말을 어떻게 엮고 헤아려서 익힐 수 있을까요? “관계를 맺다”나 “관련을 맺다”는 겹말풀이일 뿐 아니라, ‘맺다’부터 제대로 풀이를 안 한 얼개입니다. 마주하는 둘이나 여럿을 하나로 잇거나 함께 두거나 같이 있다고 할 적에 ‘맺다’일 테고, “사이를 짓다·이루다”라고 하겠지요. ‘사이·끈·줄 ← 관계·관련’이라 할 만합니다. 때로는 얽히거나 닿을 수 있고, 때때로 묶거나 담기도 할 텐데, 즐겁게 어울리는 사이라면 매달리거나 틀어쥐지 않습니다. 꽃매듭에 꽃맺음으로 갈 적에 나란히 빛나는 아름다운 사이를 이룹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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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안 쓰는 말 5. 신문 2023.4.16.



어제하고 똑같이 굴고

그제처럼 되풀이하면

오늘이 새롭기보다는

쳇바퀴를 돌겠지


새로 밝아오는 새벽에

씨앗 그리는 아침에

나로서 살아가는 낮에

별빛을 품는 밤에


멧새노래에 귀를 연다

풀꽃나무에 눈을 뜬다

해바람비에 몸을 둔다

들숲바다에 말을 놓고


살리는 이야기가 밝아

살림짓는 하루가 맑아

사랑하는 우리가 기뻐

생각하는 글줄로 배워


ㅅㄴㄹ


날마다 나오는 이야기꾸러미를 가리키는 이름이 여럿 있으니, ‘일보’에 ‘신문(新聞)’이 있습니다. 낱말책은 ‘신문’을 “1. 새로운 소식이나 견문 2. 사회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한 사실이나 해설을 널리 신속하게 전달하기 위한 정기 간행물”로 풀이합니다. ‘새얘기 = 신문’이란 얼거리인데, “새로운 이야기”라 하지만, 정작 하루가 다 지나지 않아도 낡거나 묵거나 지난 이야기로 잊히기 일쑤입니다. 날마다 궂거나 아프거나 고단한 이야기가 쏟아지기에 ‘오늘 아닌 어제 이야기’조차 잊으려고 할는지 모르는데, 이야기꾸러미 이름부터 아직 우리 나름대로 새롭게 가꾸려는 마음이 깃들지 않은 탓도 있다고 느껴요. ‘새뜸(새로 뜨다. 새롭게 눈뜨다)’을 헤아릴 수 있을까요? ‘하루눈뜸’을 바라볼 수 있을까요? 궂기거나 다치거나 죽는 이야기를 그러모으는 꾸러미가 아닌, 스스로 삶을 짓고 살림을 가꾸고 사랑을 펴는 풀꽃나무와 들숲바다 숨결을 담는 길을 글로 옮길 수 있을까요? ‘일보·신문·뉴스’ 같은 이름을 걷어내고서 ‘새뜸·살림·노래·들숲’처럼 이름을 붙일 수 있는 어질면서 슬기로운 이야기로 거듭나기를 바라 마지 않습니다.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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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안 쓰는 말 7. 노동 2023.4.16.



네가 흘리는 땀은

볼을 타고 등줄기 흘러

이 땅을 적시더니

흙이 보슬보슬 기름지다


네가 들이는 품은

손길 닿고 발걸음 담아

이 마을 보듬더니

집마다 즐겁고 아늑하다


네가 펼치는 일은

서로 잇고 함께 일렁여

이 숲이 푸르더니

뜻이 있게 꿈을 이룬다


같이 땀흘리고 쉬자

품앗이로 풀고 놀자

일동무는 노래하는구나

살림벗은 하루를 짓네


ㅅㄴㄹ


일본에서 퍼뜨린 한자말 ‘노동(勞動)’은 ‘노동자’나 ‘노동부’ 같은 데에 붙어서 널리 퍼집니다. 우리말 ‘일’은 차츰 멀리하거나 잊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낱말책에서 ‘노동·일’이란 낱말을 찾아보는 분은 몇이나 될까요? 한자말 ‘노동 = 몸을 움직여 일을 함’을 뜻합니다. 이뿐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일꾼·일터·일빛·일자리·일판·일꽃·일동무’처럼 ‘일’ 쓰임새를 못 넓히는 판입니다. 우리말 ‘일’은 열 가지 넘는 뜻하고 쓰임새가 있어요. 이 가운데 첫째는 “뜻하거나 바라거나 그리거나 일어나거나 맞이하는 모든 것. 물결이 일듯, 하루가 일어나듯, 몸을 일으키듯, 어제하고 오늘이 잇듯, 첫밗으로 나아가는 길이 ‘일’”이라고 할 만합니다. “2. 사람이 움직여서 하는 어떤 것 3. 몸과 마음을 써서 무엇을 새로 짓는 움직임 4. 무엇을 이루거나 돈을 벌려고 몸과 마음을 쓰는 움직임”처럼 뜻을 잇습니다. ‘일어나’거나 ‘일으키’는 ‘일’입니다. 이 ‘일’은 ‘품·품앗이·풀다’나 ‘땀·땅·따뜻·뜻’하고 얽힙니다. ‘일·품·땀’은 비슷하되 다른 우리말입니다. 무엇을 일으킬 몸짓인가요? 무엇을 풀고자 품앗이를 하고, 이 땅에서 어떻게 땀흘리겠습니까?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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