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7. 노동 2023.4.16.
네가 흘리는 땀은
볼을 타고 등줄기 흘러
이 땅을 적시더니
흙이 보슬보슬 기름지다
네가 들이는 품은
손길 닿고 발걸음 담아
이 마을 보듬더니
집마다 즐겁고 아늑하다
네가 펼치는 일은
서로 잇고 함께 일렁여
이 숲이 푸르더니
뜻이 있게 꿈을 이룬다
같이 땀흘리고 쉬자
품앗이로 풀고 놀자
일동무는 노래하는구나
살림벗은 하루를 짓네
ㅅㄴㄹ
일본에서 퍼뜨린 한자말 ‘노동(勞動)’은 ‘노동자’나 ‘노동부’ 같은 데에 붙어서 널리 퍼집니다. 우리말 ‘일’은 차츰 멀리하거나 잊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낱말책에서 ‘노동·일’이란 낱말을 찾아보는 분은 몇이나 될까요? 한자말 ‘노동 = 몸을 움직여 일을 함’을 뜻합니다. 이뿐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일꾼·일터·일빛·일자리·일판·일꽃·일동무’처럼 ‘일’ 쓰임새를 못 넓히는 판입니다. 우리말 ‘일’은 열 가지 넘는 뜻하고 쓰임새가 있어요. 이 가운데 첫째는 “뜻하거나 바라거나 그리거나 일어나거나 맞이하는 모든 것. 물결이 일듯, 하루가 일어나듯, 몸을 일으키듯, 어제하고 오늘이 잇듯, 첫밗으로 나아가는 길이 ‘일’”이라고 할 만합니다. “2. 사람이 움직여서 하는 어떤 것 3. 몸과 마음을 써서 무엇을 새로 짓는 움직임 4. 무엇을 이루거나 돈을 벌려고 몸과 마음을 쓰는 움직임”처럼 뜻을 잇습니다. ‘일어나’거나 ‘일으키’는 ‘일’입니다. 이 ‘일’은 ‘품·품앗이·풀다’나 ‘땀·땅·따뜻·뜻’하고 얽힙니다. ‘일·품·땀’은 비슷하되 다른 우리말입니다. 무엇을 일으킬 몸짓인가요? 무엇을 풀고자 품앗이를 하고, 이 땅에서 어떻게 땀흘리겠습니까?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