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23 존중 2023.4.25.



노랗게 익은 낟알처럼

노을 일렁이는 하늘처럼

놀고 노래하는 아이처럼

높인다


서글서글 나긋나긋 말씨로

선선히 이는 갈바람으로

서둘지 않으며 서로서로

섬긴다


밭둑에 자라는 들꽃을

바다에 사는 헤엄이를

받아들이는 별빛 햇볕을

받든다


알뜰히 아름답게 아껴

둥글게 동무하며 돌봐

누가 해주지 않아

위아래없이 너나없이 나란히


ㅅㄴㄹ


낱말책은 ‘존중(尊重)’을 “높이어 귀중하게 대함”으로 풀이하는데, ‘귀중(貴重)’은 “귀하고 중요함”으로 풀이하고, ‘귀하다(貴-)’는 “1. 신분, 지위 따위가 높다 2. 존중할 만하다 3. 아주 보배롭고 소중하다”로, ‘중요(重要)’는 “귀중하고 요긴함”으로 풀이합니다. 돌림풀이인데다가 겹말풀이입니다. ‘존중·귀중·귀하다·중요’는 모두 ‘높다·높이다’를 가리키는 셈입니다. 우리는 우리말을 곱게 아끼거나 살뜰히 돌보거나 반듯하게 높일 수 있을까요? 여느 삶자리에서 수수하고 흔하게 쓰는 낱말 하나부터 참답게 가다듬으면서 높일 줄 알 적에 서로서로 높이는 따사롭고 넉넉한 마음으로 나아가리라 봅니다. 함께 노을빛으로 노래하고 노늘(나눌) 줄 알기에 높습니다. 함께 어깨동무하며 설 줄 알면서 기둥으로 세울 줄 알기에 섬깁니다. 함께 받아들이고 받치는 사이로 지내면서 받듭니다. 차근차근 거듭나기로 해요. 위도 아래도 아닌 나란히 서는 마음으로 만나요. 너랑 나는 다 다르면서 사랑스러운 숨결인 사람입니다. 손을 맞잡고, 부드러이 반짝이는 눈망울로 이 별에서 어울리는 길을 헤아려 봅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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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8 행복 2023.4.17.



밥짓고 옷짓고 집짓고

말짓고 글짓고 마음지어

아이한테 들려주고 물려주는

어른이라면 기꺼이 기르는 기쁨


노래하고 놀고 나누고

춤추고 웃고 나긋나긋이

서로서로 만나고 얘기하는

오늘 하루는 물결 흐르듯 즐거움


깊이 퍼지는 기운이 밝아

조잘조잘 구르는 물방울 맑아

흐를 줄 알면서 흐뭇하고

함께 손잡아 흐드러진다


풀 곁에 나무 곁에 새

꽃 곁에 나비 곁에 너

별 곁에 하늘 곁에 나

수런수런 수다로 수더분


ㅅㄴㄹ


낱말책은 ‘행복(幸福)’을 “1. 복된 좋은 운수 ≒ 행우 2.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 또는 그러한 상태 ≒ 행우·휴복”으로, ‘복(福)’은 “1. 삶에서 누리는 좋고 만족할 만한 행운. 또는 거기서 얻는 행복 ≒ 복조 2. 배당되는 몫이 많은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풀이합니다. “행복 = 복되다”요, “복되다 = 행복”이라면 영 어지럽습니다. 두 한자말 풀이에 ‘만족’이란 한자말이 깃들고, ‘만족(滿足)’은 “1. 마음에 흡족함 2. 모자람이 없이 넉넉함”으로, ‘흐뭇하다’는 “마음에 흡족하여 매우 만족스럽다”로 풀이하는군요. ‘만족·흡족 = 흐뭇하다’인 셈이라지만, 돌림·겹말풀이인 낱말책으로는 말결을 어림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이 낱말풀이 그대로 ‘행복’이 무엇인지 뚜렷이 모르고, 우리말도 모르는 채 살아가는 셈입니다. 깊이 기운이 차오르는 기쁨을 돌아봅니다. 노래하고 놀면서 물결이 흐르는 듯한 즐거움을 생각합니다. 흠뻑 적시듯 흐르고 흐드러지는 흐뭇함을 되새깁니다. 많아야 넉넉하지 않아요. 마음을 맑게 열어야 넉넉합니다. 싹을 틔우듯, 움이 트듯, 눈을 뜨듯, 활짝 펴기에 환합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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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안 쓰는 말 10 불안 2023.4.17.



모든 애벌레는

눈코귀 없이 캄캄해서

두려워 벌벌 기며

잎만 바삐 갉아


울면서 먹다가 잠들고

허물벗기를 해보아도

살덩이만 늘며 깜깜길에

도무지 모르겠는 나날


어느 날 문득

더는 안 고프고 졸려서

실 한 오라기 뽑아

고치를 틀어서 안기니


알처럼 아늑하지만

앓고 녹여내야 하는 몸

아!

꿈으로 그려서 지으니 날개였어!


ㅅㄴㄹ


‘불안(不安)’은 “1. 마음이 편하지 아니하고 조마조마함 2. 분위기 따위가 술렁거리어 뒤숭숭함 3. 몸이 편안하지 아니함 4. 마음에 미안함”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조마조마·술렁·뒤숭숭’ 같은 우리말로 뜻풀이를 하는데, 다른 우리말로 가리키자면 ‘걱정·근심’이다 ‘떨다·두렵다’라 할 만합니다. “마음을 못 놓는다”면 어찌할 바를 모릅니다. “어쩔 줄 모른다”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합니다. ‘바늘자리’에 앉았으니 덜덜거릴 테고, 바들바들하거나 부들부들하겠지요. 언제나 그러한데, 걱정은 걱정을 끌어당기고, 두려움은 두려움으로 잇습니다. 꿈은 꿈을 낳으며, 사랑은 사랑으로 퍼져요. 그러면 마음에 무엇을 담고 싶나요? 마음에 자꾸 근심걱정을 담으니 날마다 근심걱정이 찾아듭니다. 마음에 늘 즐겁게 노래하는 사랑을 심으니 나날이 새롭게 사랑을 노래하면서 즐거워요. 남 탓에 두렵거나 떨거나 조마조마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사랑을 안 심거나 등지는 탓입니다. 스스로 꿈을 그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씨앗 한 톨이 얼마나 작은지 다시 바라봐요. 더없이 자그마한 씨앗 한 톨을 흙에 고요히 묻기에 어느새 숲을 이루며 푸릅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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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안 쓰는 말 28 시작 2023.4.27.



아직 하지 않았으면

이제부터 하겠구나

첫머리를 잡기까지 살피고

첫발을 떼기까지 헤아리지


오늘 드디어 해보려고

막 손을 대었구나

처음에는 낯설거나 두려워도

첫밗부터 배부를 수 없어


싹을 틔운다

잎을 낸다

활짝 연다

길을 나선다


나한테서 비롯하고

너한테서 태어나고

우리가 낳고 싶은 씨앗인

생각과 마음과 말을 본다


ㅅㄴㄹ


한자말 ‘시작(始作)’은 “어떤 일이나 행동의 처음 단계를 이루거나 그렇게 하게 함”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뜻으로는 “처음(始) + 지음(作)”인 얼거리로, 우리말로는 ‘비로소·비롯하다’이며, ‘나다·나오다·태어나다’나 ‘열다·트다’나 ‘하다·가다’나 ‘밑·뿌리·바탕’이나 ‘-부터·걸음마·기지개’로 옮길 만합니다. 일본스런 한자말 ‘시작’은 쓰임새가 넓지 않습니다. 우리 스스로 때와 곳에 따라 다르게 낱말을 살펴서 쓸 자리에 두루뭉술하게 ‘시작’을 자꾸 쓰다 보니 어느새 밑말도 바탕말도 잡아먹히거나 사그라듭니다. 우리는 우리말로 우리 삶과 넋과 마음을 나타내거나 담아내는 일부터 서툴다고 여길 만합니다. 하나하나 스스로 헤아려서 처음으로 지으려는 길을 좀처럼 안 갔다고 할 만합니다. 첫술이나 첫밗부터 배부를 수 없어요. 첫걸음부터 차근차근 뗄 노릇입니다. 온누리 모든 말은 스스로 살림을 짓는 곳에서 싹트거나 움터서 자랍니다. 수수한 살림살이 하나에서 비롯하는 말이고, 자그마한 마음씨앗 한 톨에서 태어나는 말입니다. 이제부터 스스로 바라보고 생각하고 가다듬어 말빛을 꽃피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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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안 쓰는 말 27 도서관 2023.4.26.



종이 없던 때에는

마음에 이야기 담고

온몸에 삶 새기고

손발에 살림 그렸어


글 없던 무렵에는

노래에 이야기 싣고

생각에 꿈 담으며

놀이에 사랑 심었어


숲을 이룬 나무는

집과 불과 책을 주었지

들을 이룬 풀꽃은

밥과 옷과 숨을 주었어


들숲바다 하늘땅 해바람비

풀꽃나무 벌나비 이웃숨결

저마다 다른 이야기꾸러미야

우리는 빛으로 읽고 쓴다


ㅅㄴㄹ


‘도서관(圖書館)’은 일본이 지은 한자말이고, 우리나라 ‘도서관법’이나 ‘도서관 얼거리’는 모두 일본이 총칼로 쳐들어온 뒤에 세우고 퍼뜨렸습니다. 우리나라는 1945년 8월 15일에 일본이 물러나기로 한 뒤로 ‘일본이 남긴 살림과 말글’을 그대로 물려받아서 쓰느냐, 우리 슬기를 밝혀 모두 새롭게 일구고 가꾸고 지어서 차근차근 거듭나느냐, 두 갈랫길에 섰어요. 새길을 가자는 목소리도 높았지만 ‘일제강점기가 길었으니 이미 익숙한 일본 한자말도 우리말로 여기자’는 목소리가 꽤 높았고, ‘도서관’이란 이름도 오늘날 그대로 씁니다. 총칼내음이 깃든 일본 한자말을 그냥 쓰기에 나쁘지는 않되, ‘책으로 이룬 숲’인 터전을 곰곰이 짚어 보아야지 싶어요. 우리로서는 ‘책숲’입니다. 모든 책은 나무한테서 얻은 종이로 지을 뿐 아니라, ‘숲’은 사람도 뭇숨결도 푸른별에서 삶을 짓고 이루는 바탕이에요. 책에 담는 이야기란, ‘지식·정보’를 넘어서 ‘삶을 밝히는 길’이자 ‘살림을 지은 슬기’에 ‘사랑으로 가는 숲’이라 여길 만합니다. 마을책숲·고을책숲·나라책숲·배움책숲·이야기책숲·살림책숲·어린책숲·그림책숲을 꿈꿉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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