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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5.20.


《구름보다 태양》

 마시 캠벨 글·코리나 루켄 그림/김세실 옮김, 위즈덤하우스, 2022.2.16.



어제는 가시가 박힌 채 일찍 누웠다. 손끝을 못 쓸 뿐이라지만, 움찔할 적마다 온몸이 찌릿찌릿 아프더라. 누워서 ‘아프다·다치다·찌릿·움찔’ 같은 낱말을 새삼스레 돌아보며 뜻풀이를 어림한다. 먼먼 옛날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이런 낱말을 지었을까. 오늘 우리는 우리말마다 서린 숨빛을 잊고서 바깥살이(사회생활)에 휩쓸리느라 스스로 사랑을 잃는다고 느낀다. 《구름보다 태양》을 읽었고 느낌글을 썼다. 옮김말이 여러모로 아쉬웠고, 어른들이 자꾸 ‘해’라는 우리말을 잊고서 ‘태양’이라는 한자말을 아이들한테 읊는 모습이 안타깝다. ‘해’라는 낱말을 혀에 얹기에 ‘하늘·하나·함께·함박·하얗다’ 같은 말밭을 아우를 수 있으나, ‘태·양’이라 하면, 우리 삶하고 얽힌 실타래가 없다. ‘그림책 테라피스트’가 아닌 ‘어린이 사랑이’가 어린이책이며 그림책이며 모든 이야기책을 우리말로 옮기고 다듬을 수 있기를 빈다. 오늘 드디어 가시를 뽑았다. 어제 손가락을 퉁퉁 불려놓고서 아침에는 가라앉혀 놓으니 가시가 저절로 고개를 내밀더라. 손톱깎이로 빼내고서 읍내 우체국을 거쳐 가게에서 쪽집게를 여럿 산다. 다음부터는 쪽집게로 빼자. 아니, 다음에는 가시에 박히지 않게 더 느긋하게 천천히 풀을 베자.


ㅅㄴㄹ

#SomethingGood #MarcyCampbell #CorinnaLuyken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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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5.19.


《키키 키린》

 키키 키린 글/현선 옮김, 항해, 2019.6.24.



새벽에 마을 어르신이 우리 집에 와서 부르신다. “어이! 자나?” 집에서 웬만하면 불을 안 켤 뿐 아니라, 불을 켜도 백열전구인 터라, 모르는 눈으로 보면 ‘잔다’고 여길 만하다. ‘어르신, 자긴요. 저는 으레 밤 두 시부터 일어나서 우리말꽃(국어사전) 쓰기를 하는걸요. 새벽 다섯 시는 저한테는 한낮입니다.’ 하고 속엣말을 하면서 빙그레 웃고서 마루닫이를 연다. 마을 어르신 마늘다발을 짐차에 싣도록 도울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 그럼요. 얼마든지 거들어야지요. 마늘싣기를 거들고서 낮에 우리 뒤꼍 풀을 베다가 손가락에 꽤 굵다란 가시가 박혔다. 여태 박힌 가시 가운데 가장 컸으리라. 낫질을 하다가 낫을 떨어뜨렸다. “아따, 모질게 아프네.” 굵은 가시가 깊이 박혀 안 빠진다. 손을 쓸 때마다 찌릿하다. 《키키 키린》을 읽었다. 엮은이 나름대로 멋지구나 싶은 대목만 추렸는데, 키키 키린 이분이 통으로 들려준 이야기를 듣고 싶더라. 한두 마디로 아름말을 추려도 좋겠지. 요즘 같은 때에는 다들 바쁘다 하니 ‘알짜’만 쏙 골라서 듣고 싶겠지. 그러나 생각해 보자.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말을 왜 할까? 바쁘고 틈이 없기에 책을 손에 쥐어 읽으면 사랑을 배운다. 바쁘기에 시골에서 살거나 숲에 깃들면 스스로 삶을 노래한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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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5.18.


《옥춘당》

 고정순 글·그림, 길벗어린이, 2022.1.15.



어제 천등산 금탑사를 이웃님하고 다녀왔다. 예전에는 아이를 업고 걷거나, 자전거 수레에 태워 멧골을 오르내렸다면, 요새는 이웃님이 그곳을 찾아가고 싶다고 부릉부릉 찾아올 적에 슬쩍 얻어탄다. 열 몇 해 앞서는 큰나무가 빽빽히 우거지고 고즈넉했다면, 갈수록 큰집이 하나둘 늘고, 차둠터가 는다. 어쩔 길 없을까. 구경터(관광지)란 옷을 입으며 나무랑 들꽃을 밀 수밖에 없나. 새벽에 모시풀을 벤다. 우리 집 멧딸기를 누린다. 뒤꼍에서 옮긴 뽕나무 밑동에 새싹이 났다. 큰고비를 자꾸 맞이하는 뽕나무인데, 천천히 살아나 준다. 고맙다. 《옥춘당》을 읽었다. 고정순 님이 선보인 책 가운데 가장 잘 여미었다고 느낀다. 할배한테도 할매한테도 더 가까이 다가서지 않고 등지고 만 스스로를 부끄러워하는 마음을 담아 흐릿하게 끝을 맺었구나 싶다. 그러나 할매할배는 더 자주 찾아오거나 늘 옆에 있기를 바라지 않으셨으리라. 마음으로 보고, 사랑으로 품는 눈빛이 되기를 바랐으리라. 어버이라면 아기가 똥오줌을 아무 때나 아무 데에서나 아무렇게나 누더라도 나무라지 않는다. 어버이라면 “똥오줌이 마려웠구나. 잘 눴어. 고마워. 닦고 치울게. 사랑해.” 하고 말하겠지. 우는 아기한테 “힘들었구나. 자, 토닥토닥할게.” 하고 말할 테고.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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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5.17.


《몽실 언니》

 권정생 글, 창작과비평사, 1984.4.25.



광주에서 하룻밤을 보낸다. 내 책짐이 많다면서 부릉이 짐칸에 실어 준 이웃님이 이튿날 함께 고흥 ‘숲노래 책숲’으로 가자면서 그대로 떠나셔서 밤부터 새벽까지 글을 안 쓰는 한때를 보낸다. 글쓰는 사람은 책짐이 아무리 무거워도 언제나 바리바리 싸안고 살아야 한다고 다시 깨닫는다. 난 내 책짐이 안 무거운걸. 부피는 많을는지 모를 뿐. 아침에 광주에서 고흥으로 빠른길(고속도로)을 거쳐 달리는데, 시외버스가 아니기에 주암호를 안 낀다. 빠른길 곁에는 부릉물결하고 잿빛더미. 부릉이(자가용)만 몰면서 다니면 풀꽃나무도 해바람비도 볼 일이 없고 생각할 겨를이 없겠구나. 한국국학진흥원이란 데에서 ‘1945년 앞서 나온 책’하고 ‘1980년 앞서 나온 글꾸러미’를 모으려고 한다기에 이런 갈래에 드는 책을 한참 보여주었다. 어제오늘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뻗었다. 어스름에 부시시 일어나 처마밑에 앉으니 ‘우리 집 제비’가 찾아왔다. “이제 둥지를 새로 지으면 어때?” 하고 속삭인다. 《몽실 언니》를 새삼스레 읽었다. 1998년에 처음 읽었고 이따금 다시 읽는다. 몽실이도 권정생 할배도 수수한 순이돌이 누구나 어깨에 뭔가 짊어지고 걸어가는 길이다. 짐일 수도, 살림일 수도, 멍에일 수도 있으나, 곰곰이 보면 사랑이더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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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5.16.


《내가 만난 하나님》

 김승옥 글, 작가, 2004.5.3.



몸이 아직 덜 풀렸으나 광주마실을 간다. 달날(월요일)에는 쉬는 광주책집이 많다. 이태 만에 찾아가려는 책집은 이제 닫는다고 한다. 전라남도하고 인천은 우리나라에서 책을 가장 덜 읽는 고장이다. 둘은 늘 꼬랑지에서 누가 더 꼬랑지인가 하고 겨룬다. 전남에 순천이 없다면 아마 전남이 가장 꼬랑지이리라. 〈일신서점〉부터 들른다. 89살 할아버지는 얼추 예순 해를 책집지기로 살아오셨다지. 이다음에 들른 〈광일서점〉도 오래 이은 책집으로 손꼽을 만하다. 그러나 이분들이 일군 쉰∼예순에 이르는 책살림길을 전라남도도 광주도 못 알아본다. 저녁에 뵙기로 한 곳에 가기까지 틈이 길어 길에서 조금 헤매다가 〈ㅊ의 자리〉로 찾아간다. 이곳은 미리 여쭙고 깃들어야 하는 곳인데 미처 몰랐다. 시골내기는 이럴 적에 씩씩하게 “책 보러 고흥에서 왔어요.” 하고 둘러댄다. 이다음에는 미리 여쭙자. 《내가 만난 하나님》을 뜻깊게 읽었다. 김승옥 님이 하느님을 만난 이야기는 나도 비슷하게 겪었기에 눈을 반짝였고, 얼마 앞서 흙으로 돌아간 김지하 님하고 얽힌 이야기는 애틋하면서 가슴이 저린다. “죽음굿판”을 다룬 글을 왜 썼고, 이 글을 쓰기까지 이녁이 ‘운동권·지식인·작가’한테 얼마나 시달렸는가를 새삼스레 돌아본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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