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5.18.
《옥춘당》
고정순 글·그림, 길벗어린이, 2022.1.15.
어제 천등산 금탑사를 이웃님하고 다녀왔다. 예전에는 아이를 업고 걷거나, 자전거 수레에 태워 멧골을 오르내렸다면, 요새는 이웃님이 그곳을 찾아가고 싶다고 부릉부릉 찾아올 적에 슬쩍 얻어탄다. 열 몇 해 앞서는 큰나무가 빽빽히 우거지고 고즈넉했다면, 갈수록 큰집이 하나둘 늘고, 차둠터가 는다. 어쩔 길 없을까. 구경터(관광지)란 옷을 입으며 나무랑 들꽃을 밀 수밖에 없나. 새벽에 모시풀을 벤다. 우리 집 멧딸기를 누린다. 뒤꼍에서 옮긴 뽕나무 밑동에 새싹이 났다. 큰고비를 자꾸 맞이하는 뽕나무인데, 천천히 살아나 준다. 고맙다. 《옥춘당》을 읽었다. 고정순 님이 선보인 책 가운데 가장 잘 여미었다고 느낀다. 할배한테도 할매한테도 더 가까이 다가서지 않고 등지고 만 스스로를 부끄러워하는 마음을 담아 흐릿하게 끝을 맺었구나 싶다. 그러나 할매할배는 더 자주 찾아오거나 늘 옆에 있기를 바라지 않으셨으리라. 마음으로 보고, 사랑으로 품는 눈빛이 되기를 바랐으리라. 어버이라면 아기가 똥오줌을 아무 때나 아무 데에서나 아무렇게나 누더라도 나무라지 않는다. 어버이라면 “똥오줌이 마려웠구나. 잘 눴어. 고마워. 닦고 치울게. 사랑해.” 하고 말하겠지. 우는 아기한테 “힘들었구나. 자, 토닥토닥할게.” 하고 말할 테고.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