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5.19.
《키키 키린》
키키 키린 글/현선 옮김, 항해, 2019.6.24.
새벽에 마을 어르신이 우리 집에 와서 부르신다. “어이! 자나?” 집에서 웬만하면 불을 안 켤 뿐 아니라, 불을 켜도 백열전구인 터라, 모르는 눈으로 보면 ‘잔다’고 여길 만하다. ‘어르신, 자긴요. 저는 으레 밤 두 시부터 일어나서 우리말꽃(국어사전) 쓰기를 하는걸요. 새벽 다섯 시는 저한테는 한낮입니다.’ 하고 속엣말을 하면서 빙그레 웃고서 마루닫이를 연다. 마을 어르신 마늘다발을 짐차에 싣도록 도울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 그럼요. 얼마든지 거들어야지요. 마늘싣기를 거들고서 낮에 우리 뒤꼍 풀을 베다가 손가락에 꽤 굵다란 가시가 박혔다. 여태 박힌 가시 가운데 가장 컸으리라. 낫질을 하다가 낫을 떨어뜨렸다. “아따, 모질게 아프네.” 굵은 가시가 깊이 박혀 안 빠진다. 손을 쓸 때마다 찌릿하다. 《키키 키린》을 읽었다. 엮은이 나름대로 멋지구나 싶은 대목만 추렸는데, 키키 키린 이분이 통으로 들려준 이야기를 듣고 싶더라. 한두 마디로 아름말을 추려도 좋겠지. 요즘 같은 때에는 다들 바쁘다 하니 ‘알짜’만 쏙 골라서 듣고 싶겠지. 그러나 생각해 보자.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말을 왜 할까? 바쁘고 틈이 없기에 책을 손에 쥐어 읽으면 사랑을 배운다. 바쁘기에 시골에서 살거나 숲에 깃들면 스스로 삶을 노래한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