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26.


《클로드 모네》

 크리스토프 하인리히 글/김혜신 옮김, 마로니에북스, 2005.6.5.



무랑 쇠고기를 가볍게 볶고서 무국을 끓인다. 오늘은 작은아이가 거든다. 두바퀴를 달려 나래터를 다녀오려다가 쉰다. 사흘 뒤 달날에 나래터에 가자고 생각한다. 저녁에 ‘고흥교육회의’ 자리가 있어서 다녀온다. 이런 바깥자리가 있을 적에만 읍내 밥집에 가는데, 밥 한 그릇이 1만 원을 넘는다. 보름달이 걸린 밤하늘을 보며 설날이 다가온 줄 느낀다. 《클로드 모네》를 오랜만에 읽었다. 그림을 읽는 눈은 여럿이다. 그림을 이루는 붓질을 읽는 길, 그림을 이루는 삶을 읽는 길, 그림으로 옮기는 마음을 읽는 길, 그림을 펴며 둘레를 물들이는 하루를 읽는 길이 있다. 이밖에도 여러 눈길로 그림을 읽을 만하다. 그림을 이루려면 먼저 나를 보고 둘레를 볼 수 있어야 한다. 붓을 쥔 내 속마음을 안 본다면 아무 이야기를 못 그린다. 나를 둘러싼 삶과 살림과 사랑을 안 느낀다면 아무 줄거리를 못 짠다. 다 다른 사람은 다 다르게 붓끝을 놀리기에 아름답고 즐겁다. 따라가야 할 길이 없고, 더 나은 길이 없다. 손꼽거나 빼어나다고 여길 그림바치는 따로 없다. 어느 분은 그분대로 삶을 가꾸면서 글을 쓰고 그림을 얹는다. 우리는 우리대로 하루를 지으면서 글을 쓰고 그림을 담는다. 오늘 우리는 ‘나다움·우리다움’이 얼마나 있을까?


#Monet #ChristophHeinrich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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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25.


《바다를 주다》

 우에마 요코 글/이정민 옮김, 리드비, 2022.12.26.



포근날을 누린다. 씻고 빨래하고 밥하면서 하루가 흐른다. 구슬판(주판)을 찾으러 읍내 글붓집으로 마실을 가지만 못 찾는다. 요새 누가 구슬판을 쓰랴만, 손끝으로 구슬을 놓으면서 셈길을 익힐 수 있다. 손전화가 아닌, 손으로 다독이고 다루는 살림을 건사하기에 마음을 새롭게 북돋울 만하다. 《바다를 주다》를 읽고서 두 가지를 생각했다. 첫째, 매우 잘 쓰고 엮었구나. 둘째, 옮김말이 너무 엉성하구나. 아이한테 물려줄 터전을 어버이로서 어떻게 가꾸려 하는지 어질게 담았다고 본다. 줄거리는 알차다고 할 텐데, 줄거리를 들려주는 말은 ‘아이들이 물려받을 만한 살림빛’하고 멀다. 이웃나라 책이건 우리나라 책이건, 글쓴이나 옮긴이가 있고, 엮은이가 있다. 적어도 두 사람 손끝에 눈길을 거치는데 이만큼밖에 못거르는구나. 말을 말답게 여밀 줄 알기에, 마음을 마음답게 가꾸는 실마리를 찾는다. 말부터 말답게 갈고닦지 않기에, 마음도 마음답게 안 갈고닦기 일쑤이다. 글일이 아닌 여느 일터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아무 말이나 읊을 적에는 말주먹으로 뻗는다. 생각을 기울이고 사랑을 담으면서 살림을 지으려는 마음으로 읊기에 말씨앗으로 퍼진다. 바다를 바라보고, 바람을 받아들인다. 바다를 안고, 바람을 품는다.


#上間陽子 #海をあげる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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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24.


《우에노 역 공원 출구》

 유미리 글/김미형 옮김, 기파랑, 2015.1.15.



아침에 씻고 빨래를 한다. 이윽고 미역국을 끓인다. 오늘도 찬바람이 씽씽거리지만 마당에 빨래를 널 만하다. 살짝 숨을 돌리고서 글자루에 이름을 적고서 ‘책숲 꽃종이 1008’을 담는다. 큰아이가 거든다. 둘이서 잘 마친 뒤 17시 시골버스로 읍내 나래터로 찾아가서 부친다. 18시 30분 시골버스로 돌아오니 어두운 하늘에 별이 돋는다. 겨울이 떠나가면서 저녁이 조금씩 짧다. 새도 나무도 흙도 철빛을 두루 느끼면서 지켜볼 테지. 구름도 바람도 비도 철빛에 따라서 온누리를 새롭게 어루만질 테지. 《우에노 역 공원 출구》를 읽었다. 여섯 해 뒤에는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이란 이름으로 다시 나왔다. 매우 잘 쓴 글이라고 느끼는데, 이 글을 둘레에서 얼마나 읽는지 궁금하다. 유미리 님은 일본글로 쓰지만, ‘우리글꽃(한국문학)’에 넣을 일이라고 본다. 한글로 이야기를 여미는 우리글꽃이 있고, 일본글이나 중국글이나 영어로 여미는 우리글꽃이 있다. 아기일 적에 덴마크나 네덜란드로 떠나야 했던 분들이 살아온 나날을 적은 이야기도 우리글꽃으로 삼아야겠지. 사랑으로 바라보는 눈이기에 이 삶을 사랑으로 풀어내는 길을 연다. 푸르게 살아가려는 마음이기에 온누리에 푸르게 물드는 잎빛을 씨앗으로 심을 수 있다.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유미리/강방화 옮김, 소미미디어, 2021.9.28.)

#柳美里 #JR上野驛公園口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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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23.


《마거릿, 아폴로호를 부탁해!》

 딘 로빈스 글·루시 나이슬리 그림/김재희 옮김, 청어람아이, 2019.7.5.



며칠 앞서 부산마실을 하며 장만한 옥편이 고흥으로 날아왔다. 이 옥편을 곁에 놓고서 아이들하고 글살림을 더 다지려고 한다. 어릴 적에 쓰던 옥편은 너무 낡았다. 마르고 닳도록 펴고 읽고 외었으니 그저 폭 쉬어야겠고, 새로 장만한 옥편으로 또 마르고 닳도록 펴고 읽고 외우겠구나. 어제보다 얼어붙은 날씨이되, 바람은 어제보다 덜 세차다. 밤에는 며칠 만에 별이 나온다. 《마거릿, 아폴로호를 부탁해!》를 돌아본다. 영어로 나온 그림책은 “Margaret And The Moon”이다. 마가릿 님이 ‘아폴로 배’에 이바지하기는 했으나, 이보다는 다른 쪽을 볼 노릇이지 싶다. 틀을 여미어서 여는 길이란 무엇이겠는가. 틀만 잘 다룬다고 해서 뜻을 다 이루지는 않는다. 틈바구니가 없거나 메마른 곳에 셈길을 놓아서 함께 나아가는 마음을 풀어내는 실마리를 마련한 마가릿 님이라고 느낀다. 뛰어난 솜씨로 과학자·기술자가 되어야 할 수도 있지만, 삶을 사랑하면서 살림을 숲빛으로 영글어 놓을 줄 아는 품부터 짚을 적에, 비로소 아름길을 새로 연다고 느낀다. 이 푸른별에 미움도 싸움도 자꾸 불거지지만, 숱한 미움과 싸움 한복판에서도 아이들이 태어나고 아름답게 자란 바탕이란 무엇일까? 어질고 슬기로운 수수한 숨빛을 바라볼 수 있기를 빈다.


#MargaretAndTheMoon #DeanRobbins #LucyKnis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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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22.


《그때 치마가 빛났다》

 안미선 글, 오월의봄, 2022.10.4.



겨울이면 매울음을 듣는데, 봄여름이면 어느 멧골이나 들숲으로 떠나려나 궁금하다. 곰곰이 보면, 우리나라 매는 철 따라 가볍게 마녘하고 높녘을 오갈는지 모른다. 때로는 어느 곳에 그대로 눌러앉기도 할 테고. 낮에 큰아이하고 저잣마실을 다녀오는데, 참으로 숱한 쇳덩이가 “사람들 거니는 자리”까지 마구 밀어댄다. ‘자동차·승용차’라는 이름은 안 어울린다. 이 “무시무시한 쇳덩이”는 “작은 싸움수레(전차)”라 여겨야 걸맞다고 느낀다. 숱한 사람들은 손잡이를 잡으면 넋을 잃고 사람빛을 잊어버린다. 널따란 부릉길뿐 아니라 좁은 골목길까지 마구 들이밀면서 비키라고 빵빵거린다. 책을 안 읽으니 손잡이를 쥐고, 손잡이를 쥐느라 더더욱 책을 안 읽는다. 책만 읽어야 배우지 않는다만, 책조차 안 읽으니 새로 배우는 일이 없다시피 하고, 목소리를 높여서 싸우는 굴레가 더 짙다. 《그때 치마가 빛났다》를 읽었다. 글쓴이는 쇳덩이를 모는 살림일까? 글쓴이는 걷거나 두바퀴를 굴릴까? 글쓴이는 서울이나 서울곁을 멀리 벗어난 시골이나 들숲바다에서 이웃을 얼마나 만났을까? 이제는 목소리만으로 쓰는 글이 아닌, ‘서울밖’이나 ‘시골’에서 ‘맨몸’으로 ‘아이들 곁’에서 살림을 짓는 틈에 쓰는 글로 거듭날 때라고 본다.


ㅅㄴㄹ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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