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25.


《바다를 주다》

 우에마 요코 글/이정민 옮김, 리드비, 2022.12.26.



포근날을 누린다. 씻고 빨래하고 밥하면서 하루가 흐른다. 구슬판(주판)을 찾으러 읍내 글붓집으로 마실을 가지만 못 찾는다. 요새 누가 구슬판을 쓰랴만, 손끝으로 구슬을 놓으면서 셈길을 익힐 수 있다. 손전화가 아닌, 손으로 다독이고 다루는 살림을 건사하기에 마음을 새롭게 북돋울 만하다. 《바다를 주다》를 읽고서 두 가지를 생각했다. 첫째, 매우 잘 쓰고 엮었구나. 둘째, 옮김말이 너무 엉성하구나. 아이한테 물려줄 터전을 어버이로서 어떻게 가꾸려 하는지 어질게 담았다고 본다. 줄거리는 알차다고 할 텐데, 줄거리를 들려주는 말은 ‘아이들이 물려받을 만한 살림빛’하고 멀다. 이웃나라 책이건 우리나라 책이건, 글쓴이나 옮긴이가 있고, 엮은이가 있다. 적어도 두 사람 손끝에 눈길을 거치는데 이만큼밖에 못거르는구나. 말을 말답게 여밀 줄 알기에, 마음을 마음답게 가꾸는 실마리를 찾는다. 말부터 말답게 갈고닦지 않기에, 마음도 마음답게 안 갈고닦기 일쑤이다. 글일이 아닌 여느 일터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아무 말이나 읊을 적에는 말주먹으로 뻗는다. 생각을 기울이고 사랑을 담으면서 살림을 지으려는 마음으로 읊기에 말씨앗으로 퍼진다. 바다를 바라보고, 바람을 받아들인다. 바다를 안고, 바람을 품는다.


#上間陽子 #海をあげる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