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6.2.


《미래 세대를 위한 건축과 국가 권력 이야기》

 서윤영 글, 철수와영희, 2024.1.1.



어제하고 오늘은 아침에 구름이 조금 나온다 싶다가 어느새 걷히면서 볕이 넉넉하다. 첫여름으로 접어든다. 집밖으로 나가면 시골이어도 마을에서 나무를 보기 어려워 불볕이고, 우리 집 마당에서는 나무가 우거져서 시원하다. 예부터 어느 곳에서나 집에 나무를 빙 둘렀고, 마을은 숲정이를 품었다. 이러면서 집과 마을은 언제나 숲 한복판에 깃든 얼거리였다. 여름은 시원하고 겨울은 포근하던 우리 옛살림이다. 나무를 품는 시골집에서 살며 ‘옛 살림집’이 ‘고작 종이 한 겹 바른 미닫이’였어도 다들 오순도순 살아올 수 있던 수수께끼를 깨닫는다. 《미래 세대를 위한 건축과 국가 권력 이야기》를 곱씹는다. 여러모로 잘 쓴 꾸러미라고 느끼면서도 ‘집과 나라주먹’보다는 ‘집과 마을’이라든지 ‘집과 살림살이’나 ‘집과 보금자리’처럼, 또는 ‘사람집과 멧새집’이나 ‘집을 짓는 수수한 사람 손길’이라는 얼거리로 바라본다면 훨씬 나았으리라 느낀다. 글(기록)로는 남지 않은 수수한 사람들이 시골집(흙집·풀집)을 어떻게 짓고서 살림도 어떻게 가꾸었는지 돌아보는 얼거리를 하나씩 펴노라면, 오늘날 어린이하고 푸름이가 ‘집’이 왜 “짓는 곳”을 가리키는 낱말인지 알아차리도록 길잡이 노릇을 하리라 본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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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6.1.


《수다스러운 방》

 곤도 마리에·가와무라 겐키 글/김윤경 옮김, 크래커, 2023.7.14.



제대로 자거나 쉬지 못하면서 부산에서 바깥일을 보고 돌아온 이튿날. 느긋이 일하고 쉬다가 손님맞이를 하러 나간다. 멍한 몸이기에 시골버스에서 주섬주섬 하루글을 쓰고, 노래를 새로 쓴다. 고흥읍을 거쳐 녹동읍으로 간다. 읍내라 하더라도 시골은 조용하게 마련이지만, 바닷가 쪽은 부산스럽고 시끄럽고 붐빈다. ‘불꽃 + 드론 잔치’를 벌써 22이레째 해왔단다. 고을돈(자제체 예산)을 왜 이런 데 쓸까? 시골 어린이·푸름이한테 흙날마다 불꽃잔치를 보여주면 이곳에 뿌리를 내리면서 살아가려 할까? 《수다스러운 방》을 읽었다. 옮김말씨는 좀 아쉽되, 이러한 줄거리로 여미는 책은 반갑다. 우리가 스스로 돌보는 살림길을 들려주고, 첫머리를 어떻게 꿰든 천천히 마음을 가다듬으면서 바꾸는 삶길을 짚는구나. 물 한 방울도 사람한테 수다를 떤다. 바람 한 줄기도 사람한테 수다를 떨지. 파 한 뿌리도, 종이 한 자락도, 붓 한 자루도, 다 사람한테 조잘조잘 수다잔치이다. 오늘 어디에서 누구랑 수다꽃을 피우는지 돌아볼 수 있다면, 이 나라도 이 고을도 우리 보금자리도 포근하게 푸른길로 나아가리라 본다. 허울이나 흉내로는 포근하지 않다. 커다란 집이어야 아늑하지 않다. 사랑을 담아서 지은 살림이기에 포근하고 아늑하다.


#近藤麻理惠 #川村元?

#おしゃべりな部屋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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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7.16.


《내가 잘하는 건 뭘까》

 구스노키 시게노리 글·이시이 기요타카 그림/김보나 옮김, 북뱅크, 2020.4.10.



어젯밤부터 벼락비가 쏟아졌다. 끝없이 벼락을 쳤다. 집도 땅도 웅웅웅 소리를 내면서 떨었다. 한밤이지만 바깥이 하얗게 빛난다. 대단하구나. 아침나절까지 벼락과 비는 잇고, 낮부터 개는 듯하더니 저녁에는 개구리잔치로 바뀐다. 《내가 잘하는 건 뭘까》는 일본에서 “ぼくはなきました(나는 울었습니다)”라는 이름으로 나온 그림책이다. 줄거리가 참으로 알뜰하며 사랑스럽구나 하고 느끼면서, 몇몇 일본말씨를 바로잡아서 아이들하고 함께 읽었는데, 아무리 곱씹어도 한글판 책이름을 너무 잘못 붙였다. 책이름을 왜 함부로 건드릴까? 그림책에 나오는 아이는 “난 뭘 잘 하지?” 하고 돌아보고 찾아보다가 “그만 울었”다. 이 그림책에서는 ‘잘·못’이 아닌 ‘울다’라는 낱말이 뼈대요 기둥이다. 아이는 ‘울었’기 때문에 ‘웃을’ 수 있다. 먼저 아이로서 ‘나를 나답게 그대로 바라보고 받아들이는 마음과 눈빛’으로 서면서 왈칵 눈물이 샘솟았다. 이 눈물이란 ‘내가 싫거나 미운 마음’이 아닌, ‘나를 깨달은 빗물’이다. 이 빗물을 본 둘레 동무하고 어른은 아이 ‘빗물(눈물)’을 ‘이슬(빛물)’로 달래고, 아이는 어느새 스스로 ‘울음’을 ‘웃음’으로 꽃피우는 사람은 저인 줄 알아보며, 서로 ‘우리’로 ‘하늘(한울)’이 된다.


#くすのきしげのり #石井聖岳 #ぼくはなきました (나는 울었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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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7.17.


《청춘이라는 여행》

 김현지 글, 달, 2011.7.28.



이제 비는 멎는 듯싶다. 날은 축축하고 구름이 짙다. 큰아이하고 시골길을 걸으며 옆마을로 간다. 문득 큰짐차(덤프)가 앞지르기를 한다면서 옆으로 훅 파고든다. 멀쩡히 길가를 조용히 걷는 우리 곁을 아슬아슬 스치며 지나간다. 저놈은 뭔 짓을 저지르는가? 왜 시골길에서 마구잡이로 내달리면서 사람을 칠 뻔하는가? 고흥읍 쉼터에서 노래쓰기(시창작교실) 석걸음째를 꾸린다. ‘벼락소리’하고 ‘트럭’하고 ‘돌에 앉다’를 놓고서 저마다 이야기를 열 줄로 여민다. 우리가 스스로 눈을 뜨고 귀를 틔우고 마음을 열어서 지을 살림길을 가만히 달래어 이야기로 여미는 길이기에 ‘글쓰기’라는 이름이라고 느낀다. 《청춘이라는 여행》을 지난가을에 읽었다. 첫자락에서는 이렇게 풋글(풋풋이 밝은 글)을 쓰는 이웃이 있구나 하고 느끼다가, 어쩐지 뒤로 갈수록 붓끝이 무디거나 흩어지면서 마지막에는 갈피를 종잡지 않으면서 슬그머니 사라졌다고 느꼈다. ‘젊다’는 ‘절다’에서 비롯한 낱말이되, “다리를 절다”뿐 아니라 “열매를 절이다”하고도 맞물린다. 풋나이(한창 젊음)란, 앞으로 어른이라는 길로 나아가는 하루에 스스로 품은 열매를 소금으로든 달콤가루(설탕)로든 재워서(절여서) 머잖아 무르익히는 몸짓이다. 잊지 않으시기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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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7.19.


《고종석의 유럽통신》

 고종석 글, 문학동네, 1995.8.10.



고흥에서 쉰 살이면 ‘아저씨’가 아닌 ‘아기’나 ‘애새끼’로 여긴다. 너무 늙은 시골에서는 일흔 살쯤이어야 아저씨요, 여든 살은 훌쩍 넘겨야 비로소 할배이다. 고흥에서는 버스나루나 쉼터나 길에서나 아무렇게나 담배를 피우는 ‘할배스런 꼰대’가 유난히 많다. 고흥버스나루에는 ‘금연’이라 크게 적은 알림판을 거의 서른 자락쯤 곳곳에 붙이지만, 버스일꾼조차 “금연 글씨 옆”에서 담배를 피운다. 그런데 부산에서도 “센텀시티 롯데 센터리움 금연 글씨 코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젊은(?) 분이 수두룩하다. 서른 안팎일 이분들은 꽁초를 거의 바닥에 그냥 버리고 불(라이터)도 빈 담배집도 버리네. 이러다가 길가 후박나무 사이를 나는 파란띠제비나비를 본다. 마음을 달래며 진주로 건너간다. 세 해 만에 진주마실을 하며 〈형설서점〉에 들어선다. 곧 〈동훈서점〉으로 옮겨 늦게까지 책수다와 살림얘기를 누린다. 《고종석의 유럽통신》을 1995년에 처음 읽을 적에는 “이분 참 프랑스에 빠지셨네.” 싶었고, 2023년에 되읽으면서 “아름빛을 먼발치에서만 좇느라 막상 늘 곁에 있는 나비 같은 아름숲을 못 보는 분이었네.” 하고 깨닫는다. 프랑스나 유럽에 홀려도 되지만, 홀가분히 글빛을 밝히려면 먼저 이곳 숲빛부터 볼 일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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