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7.19.
《고종석의 유럽통신》
고종석 글, 문학동네, 1995.8.10.
고흥에서 쉰 살이면 ‘아저씨’가 아닌 ‘아기’나 ‘애새끼’로 여긴다. 너무 늙은 시골에서는 일흔 살쯤이어야 아저씨요, 여든 살은 훌쩍 넘겨야 비로소 할배이다. 고흥에서는 버스나루나 쉼터나 길에서나 아무렇게나 담배를 피우는 ‘할배스런 꼰대’가 유난히 많다. 고흥버스나루에는 ‘금연’이라 크게 적은 알림판을 거의 서른 자락쯤 곳곳에 붙이지만, 버스일꾼조차 “금연 글씨 옆”에서 담배를 피운다. 그런데 부산에서도 “센텀시티 롯데 센터리움 금연 글씨 코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젊은(?) 분이 수두룩하다. 서른 안팎일 이분들은 꽁초를 거의 바닥에 그냥 버리고 불(라이터)도 빈 담배집도 버리네. 이러다가 길가 후박나무 사이를 나는 파란띠제비나비를 본다. 마음을 달래며 진주로 건너간다. 세 해 만에 진주마실을 하며 〈형설서점〉에 들어선다. 곧 〈동훈서점〉으로 옮겨 늦게까지 책수다와 살림얘기를 누린다. 《고종석의 유럽통신》을 1995년에 처음 읽을 적에는 “이분 참 프랑스에 빠지셨네.” 싶었고, 2023년에 되읽으면서 “아름빛을 먼발치에서만 좇느라 막상 늘 곁에 있는 나비 같은 아름숲을 못 보는 분이었네.” 하고 깨닫는다. 프랑스나 유럽에 홀려도 되지만, 홀가분히 글빛을 밝히려면 먼저 이곳 숲빛부터 볼 일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