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시시하게 2024.8.4.해.



시시하게 볼 수 있어. 하는 짓이 시시한걸. 시답잖게 느낄 수 있어. 하는 말이 영 시답잖으니까. 그런데 네가 누구를 시시하거나 시답잖게 보거나 느낄 적에 곰곰이 짚으렴. 왜 너는 시시한 꼴이나 시답잖은 짓을 보거나 느낄까? 네가 바란 삶이 네 눈앞에 드러나게 마련이야. 네가 바라는 삶은 네가 배워야 할 삶이란다. 시시한 사람을 스치기에 ‘시시하다’를 알아본단다. 너는 눈앞에서 ‘시시한’ 짓을 보기 때문에, 어느 날 너 스스로 시시한 짓을 똑같이 할 수 있고, “이런 시시한 짓이 사람을 어떻게 망가뜨리는가?” 하고 느끼고 새기면서 “나는 삶을 어떻게 그려서 나아가야 하는가?”를 새롭게 돌아볼 수 있어. 심심해 보이기에, 이럴 때에 이렇게 심심하다고 배워. 시시해 보이기에, 이럴 때마다 이 시시한 빛이 아닌, 구름그늘이나 나무그늘을 드리우려고 마음을 기울여. 시시한 누구를 만나면, 어떤 모습·길·일·말이 시시한 줄 느껴서 배울 수 있어. 네가 가난하기에, 가난한 나를 가꾸면서 가난한 이웃하고 손잡고 걸어갈 길을 그릴 수 있단다. 시시한 모두가 거울 노릇이야. 시시한 하루가 너를 일깨워. “시시한 사람이 되지 말아야겠다”가 아닌, “아름답게 살아가는 오늘을 그리자”라는 마음으로 일어서지. 누가 언제 왜 시시한지 들여다보렴. 네 이웃과 한집이 왜 시시한 굴레에 있는지 알아보고서, 네가 그리는 길이 어떤 실타래이고 실마리인지 눈여겨봐. 그냥 시큰둥하거나 마냥 싫어서 등돌리지는 마. 속으로 스며들어서 네 싱그러운 마음을 그득히 펴렴. 시원하게 열어서 하나씩 가다듬어 봐.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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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네발나비 2024.8.5.달.



‘나비’라는 이름으로 날면서 가루받이를 하고 꽃꿀가루를 누리는 숨결이 어떤 길을 거치는 나날인지 지켜보는 사람이라면, 나비를 그냥 스치거나 못 알아보는 일이 없어. 깨어나는 알일 적에도, 잎을 갉는 애벌레일 적에도, 고치를 튼 잠빛일 적에도, 드디어 옛몸을 녹여서 거듭난 날개몸을 입을 적에도, 나비는 ‘나비’라는 숨결이 나란하단다. 사람은 아기일 적에도, 아이일 적에도, 푸르게 클 적에도, 어른으로 설 적에도, 엄마아빠라는 이름을 얻을 적에도, 아줌마 아저씨나 할머니 할아버지라는 삶일 적에도, 몸을 내려놓는 주검으로 떠나서 넋으로 돌아갈 적에도, 늘 ‘사람’이야. 범도 곰도 여우도, 고래도 상어도 게도 마찬가지이지. 새도 벌도 개미도 거미도 똑같단다. “어느 크기나 모습인 몸”을 입을 적에만 ‘그 이름’이지 않아. 살아가고 자라가는 모든 길에서 한결같이 붙는 이름이야. 바람은 여름에도 겨울에도 바람이야. 해는 봄에도 가을에도 해야. 별은 밤에도 낮에도 별이야. 착한일을 하거나 나쁜짓을 해도 ‘그 사람’이고 ‘그 이름’이란다. 너는 네발나비를 ‘네발나비’라고 알아볼 수 있니? 모든 네발나비가 다 다른 네발나비인 줄 알아차릴 수 있니? 사람도 다 다르고, 나무도 다 다르고, 빗방울도 이슬방울도 다 달라. 이러면서 모든 숨길은 하나인 빛알에서 퍼졌어. 알에서 깨어나면서 ‘너’랑 ‘나’를 나란히 두고 알아보는걸. 나무 한 그루가 맺는 알도, 나락이나 보리나 밀이 맺는 알도, 하나하나 가리면 다 달라. 그리고 모두 아우르는 ‘큰이름’인 빛이 있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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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맨발 2024.8.6.불.



어느 곳에서 맨발로 지내는지 돌아봐. 언제 어디를 맨발로 디디는지 헤아려 봐. 어느 때에 맨손으로 닿거나 만지는지 살펴봐. 언제 어디에서 맨손으로 빚거나 짓는지 짚어 봐. 무엇을 맨눈으로 보는지 느끼렴. 맨눈으로는 무엇을 못 보니? 맨눈이기에 제대로 볼까? 맨눈이기에 잘못 볼까? 맨몸으로 하는 일이나 놀이가 있니? 뭔가 연장이 있거나 다른 틀(기계)을 부려야 일이나 놀이를 하니? 네가 손으로 만지면서 단단하게 여미기에 ‘매듭’이라고 해. 네 맨손을 거쳐서 네 속빛까지 싣기에 야물게 맺는단다. 하늘을 날아다니며 사냥을 하는 ‘매’는 늘 맨눈으로 봐. 맨눈인 매는 멀리도 가까이도 확 알아보지. 사람인 너희는 맨눈으로 무엇을 볼까? 겉모습을 가릴까? 빛깔을 가릴까? 글씨를 읽을까? 마음을 맨눈으로 못 본다면, 생각도 꿈도 사랑도 맨눈으로 못 볼 텐데, 마음이나 생각이나 꿈이나 사랑을 못 본다면 ‘눈’이 맞을까? 발바닥에 닿는 흙이나 풀이나 물이 어떤 결인 줄 읽을 수 있니? 발바닥으로 땅바닥을 못 느끼니? 맨발로 즐겁게 디디고 걷고 서고 다니고 오갈 수 있는 곳이라면, 너희는 땅에서 피어나는 부드럽고 밝은 기운을 받아들일 수 있어. 빗물과 햇볕과 바람이 맨살에 닿을 적에 어떠니? 비빛이 즐거울까? 햇볕이 반가울까? 바람결이 고마울까? 부드러이 만지면서 가꿀 줄 알기에 ‘맵시’가 살아난다고 하지. 맨손과 맨발과 맨눈과 맨몸과 맨살로 이 하루를 바라보고 받아들이기에, 차분히 맺고 엮으면서 살림길을 간단다. 땅에는 무엇이 있어야 할까? 하늘에는 무엇이 흘러야 할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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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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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비키니 2024.8.17.흙.



이 별에서 ‘핵무기 실험’을 얼마나 자주 많이 했는지 낱낱이 아는 사람은 몇일까? 핵무기는 아니어도 다른 ‘전쟁무기 실험’을 날마다 온갖 곳에서 끝없이 벌이는 줄 얼마나 알까? ‘전쟁무기·핵무기 실험’도 끔찍할 텐데, ‘농약·화학약품 실험’도 그야말로 끔찍해. ‘화장품·의약품 실험’도 끔찍하지. 펑펑 터뜨릴 적마다 땅이 죽고 하늘이 울고 바다가 메말라. 네가 못 보거나 안 보는 데에서 터뜨리더라도 너희 집과 마을도 ‘전쟁무기·핵무기 실험’에 따라서 망가진단다. 모든 ‘죽여보기(실험연구)’는 바로 늘 이 별에서 벌이거든. 보렴. 어느 ‘과학실험’이든 “살리는 길 알아보기”가 아니란다. “잘·많이 죽이는 길을 알아보기”일 뿐이야. “써도 될 만한 것”을 ‘실험’할 까닭이 없어. 척 보아도 아슬하거나 아찔하거나 아플 만하기에 ‘실험’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과학연구’라는 이름까지 더 붙이지. 알차거나 아름답다면 그냥 퍼뜨리고 나누게 마련이야. 안 알차고 안 아름다우니까, “이만큼 목숨을 바로 빼앗지는 않는다”고 하면서, “인체에 해롭지 않다”고 둘러대면서, 뜬금없는 잣대를 세운단다. ‘페트병’에 물을 담아도 “페트병 때문에 바로 죽지 않는다”고 할 텐데, 빈 페트병이라는 엄청난 쓰레기더미는 이 별을 살릴까? 미리맞기(예방주사·백신)를 놓은 바늘과 ‘플라스틱 막대’는 이 별을 살릴까? 태평양 작은섬 ‘비키니’에 핵무기를 잔뜩 퍼부은 사람들은 이 별을 더더 죽이는 짓을 일삼았어. 대통령·장관·군인뿐 아니라, 과학자와 기자와 작가도 나팔을 불었어. 예부터 사람들은 ‘과학실험’을 안 했단다. “사랑으로 살림을 하면서, 삶을 짓고, 하루를 가꾸어서, 언제나 서로 기쁘게 어울리는 오늘”을 씨앗 한 톨로 폈어. 또다시 ‘비키니섬’을 만들겠니? 이제부터 ‘살림길’을 보겠니?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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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볕날 2024.8.16.쇠.



여름볕을 듬뿍 머금는 풀과 나무는 푸르게 뻗고 맑게 자란단다. 파랗게 일렁이는 바람빛을 가르면서 퍼지는 햇볕은 온누리를 살찌우지. 볕을 머금기에 자라고, 볕을 맞이하기에 살아. 풀은 겨울에 줄기가 시들 수 있지만, 뿌리는 고스란하고, 때로는 씨앗을 남겨서 겨울을 보내지. 그런데 풀도 나무도 겨우내 햇볕을 머금는단다. 아무리 추운 날씨여도 볕은 부드럽게 달래면서 퍼져. 도무지 볕살을 못 느끼겠구나 싶으면 잔뜩 웅크린 채 깊이 잠들지. 겨울잠에 드는 곰이나 다람쥐나 나비가 죽었다고 여기지 않아. 겨울에 줄기를 안 올리는 풀은 죽지 않았어. 겨울에 잎을 안 내는 나무도 안 죽었어. 알은 죽은 목숨이 아니야. 알인 채 겨울을 나는 목숨도 그저 깊숙이 잠들었을 뿐이야. 사람이며 뭇짐승은 어미가 배에 새 목숨인 아기를 품는데, 아기가 어미 배에서 새근새근 잔대서 ‘죽었다’고 여기지 않아. 게다가 엄마씨랑 아빠씨도 저마다 몸에서 살아숨쉬는 빛줄기란다. 빛씨앗이지. 이 별에서 삶을 잇는 모든 목숨붙이는 볕을 쬐기에 살아. 볕을 안 쬐거나 못 쬐면 시들거리고 앓고 죽어가지. 예부터 어느 겨레도 마찬가지인데, 풀한테서 얻은 실로 가볍게 옷을 지었고, ‘풀실’을 엮어서 짠 옷은 늘 볕을 듬뿍 품는단다. 이와 달리 요즈음은 “볕을 튕기는 시늉실(화학약품으로 만든 제품)”로 옷을 차리니, 다들 볕을 안 머금네. ‘양복·제복·교복·군복’을 보렴! 모두 죽음딱지로구나. 삶결도 살림결도 없는 “화학소재 시늉옷”을 걸치면, 이러면서 볕날에 볕을 안 쬐면, 넌 스스로 죽으러 달려가는 셈이란다. 볕을 머금은 낟알과 푸성귀와 열매를 밥으로 삼을 때라야, 해처럼 환하고 튼튼하단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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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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