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맨발 2024.8.6.불.



어느 곳에서 맨발로 지내는지 돌아봐. 언제 어디를 맨발로 디디는지 헤아려 봐. 어느 때에 맨손으로 닿거나 만지는지 살펴봐. 언제 어디에서 맨손으로 빚거나 짓는지 짚어 봐. 무엇을 맨눈으로 보는지 느끼렴. 맨눈으로는 무엇을 못 보니? 맨눈이기에 제대로 볼까? 맨눈이기에 잘못 볼까? 맨몸으로 하는 일이나 놀이가 있니? 뭔가 연장이 있거나 다른 틀(기계)을 부려야 일이나 놀이를 하니? 네가 손으로 만지면서 단단하게 여미기에 ‘매듭’이라고 해. 네 맨손을 거쳐서 네 속빛까지 싣기에 야물게 맺는단다. 하늘을 날아다니며 사냥을 하는 ‘매’는 늘 맨눈으로 봐. 맨눈인 매는 멀리도 가까이도 확 알아보지. 사람인 너희는 맨눈으로 무엇을 볼까? 겉모습을 가릴까? 빛깔을 가릴까? 글씨를 읽을까? 마음을 맨눈으로 못 본다면, 생각도 꿈도 사랑도 맨눈으로 못 볼 텐데, 마음이나 생각이나 꿈이나 사랑을 못 본다면 ‘눈’이 맞을까? 발바닥에 닿는 흙이나 풀이나 물이 어떤 결인 줄 읽을 수 있니? 발바닥으로 땅바닥을 못 느끼니? 맨발로 즐겁게 디디고 걷고 서고 다니고 오갈 수 있는 곳이라면, 너희는 땅에서 피어나는 부드럽고 밝은 기운을 받아들일 수 있어. 빗물과 햇볕과 바람이 맨살에 닿을 적에 어떠니? 비빛이 즐거울까? 햇볕이 반가울까? 바람결이 고마울까? 부드러이 만지면서 가꿀 줄 알기에 ‘맵시’가 살아난다고 하지. 맨손과 맨발과 맨눈과 맨몸과 맨살로 이 하루를 바라보고 받아들이기에, 차분히 맺고 엮으면서 살림길을 간단다. 땅에는 무엇이 있어야 할까? 하늘에는 무엇이 흘러야 할까?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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