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네발나비 2024.8.5.달.
‘나비’라는 이름으로 날면서 가루받이를 하고 꽃꿀가루를 누리는 숨결이 어떤 길을 거치는 나날인지 지켜보는 사람이라면, 나비를 그냥 스치거나 못 알아보는 일이 없어. 깨어나는 알일 적에도, 잎을 갉는 애벌레일 적에도, 고치를 튼 잠빛일 적에도, 드디어 옛몸을 녹여서 거듭난 날개몸을 입을 적에도, 나비는 ‘나비’라는 숨결이 나란하단다. 사람은 아기일 적에도, 아이일 적에도, 푸르게 클 적에도, 어른으로 설 적에도, 엄마아빠라는 이름을 얻을 적에도, 아줌마 아저씨나 할머니 할아버지라는 삶일 적에도, 몸을 내려놓는 주검으로 떠나서 넋으로 돌아갈 적에도, 늘 ‘사람’이야. 범도 곰도 여우도, 고래도 상어도 게도 마찬가지이지. 새도 벌도 개미도 거미도 똑같단다. “어느 크기나 모습인 몸”을 입을 적에만 ‘그 이름’이지 않아. 살아가고 자라가는 모든 길에서 한결같이 붙는 이름이야. 바람은 여름에도 겨울에도 바람이야. 해는 봄에도 가을에도 해야. 별은 밤에도 낮에도 별이야. 착한일을 하거나 나쁜짓을 해도 ‘그 사람’이고 ‘그 이름’이란다. 너는 네발나비를 ‘네발나비’라고 알아볼 수 있니? 모든 네발나비가 다 다른 네발나비인 줄 알아차릴 수 있니? 사람도 다 다르고, 나무도 다 다르고, 빗방울도 이슬방울도 다 달라. 이러면서 모든 숨길은 하나인 빛알에서 퍼졌어. 알에서 깨어나면서 ‘너’랑 ‘나’를 나란히 두고 알아보는걸. 나무 한 그루가 맺는 알도, 나락이나 보리나 밀이 맺는 알도, 하나하나 가리면 다 달라. 그리고 모두 아우르는 ‘큰이름’인 빛이 있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