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 숲노래 책읽기
책하루, 책과 사귀다 206 까칠한 이오덕
2003년 8월에 이오덕 어른이 흙으로 돌아갑니다. 마지막 숨줄기를 품을 즈음 스스로 ‘멧새’가 되어 날겠다는 꿈을 그리셨습니다. 그런데 적잖은 글밭·그림밭 사람들한테서 후련하다고 여기는 말이 자꾸 흘러나왔습니다. 가만히 그분들 말을 들으면 “이제 까칠하게 따지는 사람이 없어서 좋다!”고 여기더군요. 모름지기 글빗(비평)이란 까칠해야 합니다. 하나부터 온(100)까지 짚을 뿐 아니라, 즈믄(1000)도 짚을 수 있는 글빗입니다. 머리카락을 빗질을 할 적에 얼렁뚱땅 하면 엉켜요. 천천히 고르게 할 빗질입니다. 글빗도 이와 같으니, “잘잘못 따지기”가 아니라 “줄거리·이야기·글결이 어린이하고 푸름이한테 살림씨앗과 살림꽃으로 나눌 만한가?”를 짚고 헤아리며 들출 노릇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띄우기(주례사비평)를 안 한 글빗님으로 누가 있을까요? 글꾼·그림꾼이 글꾼·그림꾼으로서 즐겁고 아름답게 피어나기를 바라며 글빗질을 맡은 분은 몇이나 될까요? 까칠하고 깐깐한 글빗어른 한 사람은 꼼꼼하고 곱게 읽고 새겼기에 하나하나 풀어서 들려줄 수 있습니다. 글빗질을 안 받으려는 글꾼이나 그림꾼이라면, 또 옮김꾼(번역가)이라면, 우리나라 글밭과 그림밭은 앞날이 캄캄합니다. 빗질이 없는 나라에는 빗방울도 말라버려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