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수다 10 국군의 날
해마다 ‘국군의 날’에 이 나라는 무시무시한 총칼(전쟁무기)을 잔뜩 보여줍니다. 싸울아비(군인)를 너른터에 풀어놓고서 쌈박질(무술시범)을 보여주더군요. 총칼을 늘 볼 뿐 아니라 장난감 총칼을 쉽게 사는 동안, 또 누리놀이(인터넷게임)가 으레 총칼을 휘두르며 놈(적)을 때려잡는 얼거리인데 이런 길에 물드는 동안, 우리는 마음에 무엇을 심을까요? ‘국군의 날’이랍시고 “특전사 싸울아비가 칼·몽둥이를 휘두르며 놈을 때리고 죽이는 짓을 무술시범이란 이름을 붙여서 아이들 앞에서 버젓이 보여주는 짓”은 ‘썩은 나라’로 달려가는 지름길이에요. ‘성교육’이란 이름을 붙여 ‘살섞기(섹스)’ 이야기를 거침없이 꾸밈없이 적는 그림책·어린이책이 부쩍 늘어나는데, 이런 책에 ‘솔직한 표현’이라고 풀이말을 붙이기도 하는데, 사랑이 왜 사랑인가를 살피지 않고서, 또한 살섞기가 왜 살섞기인가를 더 들여다보려 하지 않고서, 그저 거침없거나 꾸밈없이 말하기만 한다면 무엇을 물려주는 셈일까요? 우리는 ‘죽으려고 태어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늙으려고 나이를 먹지 않’아요. 어깨동무(평화)가 무엇인지 안 보여주면서 ‘전쟁은 나쁘다’고만 말하면 무엇을 알까요? 사랑을 안 밝히면서 살섞기만 보여주면 어떤 길로 가나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