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수다 9 미술학원



  이웃나라 일본에서 처음 ‘作文敎育’을 할 적에는 “가난하건 가멸차건 아이들이 저마다 제 삶을 그대로 바라보면서 새롭게 가꾸는 살림으로 나아가도록 생각을 짓는 마음을 북돋우려는 뜻”이었습니다. 우리는 일본스런 한자말 ‘作文’을 ‘글짓기’로 옮겼는데, 정작 우리 배움터(학교)는 ‘글만들기·글꾸미기’를 시켰어요. 이 탓에 이오덕 님은 ‘글쓰기’를 하자고 외쳤지요. 그런데 오늘날 ‘글쓰기 교육·학원’은 ‘삶을 스스로 살리는 생각길’이 아닌 ‘배움수렁(입시지옥)에 짜맞추어 길들이기’이기 일쑤입니다. 이 나라 ‘미술학원’도 매한가지라서, 미술학원에 한 발짝이라도 들이거나 ‘학교’를 다닐수록 ‘아이다운 그림결’이 망가지고, 틀에 박히면서 ‘멋진 그림 흉내’에 사로잡힙니다. 우리나라 그림책 가운데 ‘캐릭터’가 아닌 ‘그림’을 스스로 마음이 흐르는 결을 헤아리면서 즐겁게 펼치는 어른은 몇이나 될까요? 붓을 쥔 아이들은 어디에고 슥슥 그리고 쓰며 노는 나날을 누리면서 자라기에, 다 다르게 제 붓놀림을 익히고 빛결을 알아챕니다만, 미술학원·학교가 짜맞추는 굴레에 갇혀 아름빛도 사랑길도 살림꽃도 잊은 채 껍데기만 이쁘장하게 꾸민다고 느껴요. 그림책이 그림책이러면 미술학원부터 없앨 노릇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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