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수다 7 작가·출판사 이름



  그림책이라는 책을 알아본 해는 1998년인데, 그림책을 제대로 누리고 싶어서 그린이·글쓴이·펴낸곳 이름을 눈여겨보았습니다. 새책집에서건 헌책집에서건 ‘이제부터 새로 만날 아름다운 그림책’을 헤아리면서 하나하나 찾고 읽었어요. 2008년에 큰아이를 낳고 2011년에 작은아이를 낳아서 돌보는데, 우리 집 아이들하고 그림책을 읽으면서 열두 살 때까지 ‘그린이·글쓴이·펴낸곳’ 이름을 안 알려주었습니다. 누가 쓰거나 그렸는가는 아이들한테 대수롭지 않아요. 어떤 그림이요 삶이 흐르고, 무슨 마음으로 사랑을 가꾸면서, 어느 살림자리에서 새길을 일구어 가느냐 하는 이야기를 누리기를 바라요. ‘아무개 그림’을 좋아하도록 이끌 마음이 없어요. ‘아름다운 그림’을 스스럼없이 알아보거나 살피기를 바라요. 아이도 어른도, 그림책을 ‘아름다운 그림·사랑스러운 이야기’로 만나지 않을 적에는 자꾸 ‘이름값 있는 그린이·펴낸곳’에 휘둘립니다. 오래오래 아름붓을 편다면 아름책이 한꾸러미 모일 수 있습니다만, 그린이로서도 늘 새롭게 붓끝을 살리도록 ‘이름값을 지우고서 읽을’ 적에 서로서로 마음길을 틔우고 마음빛을 열고 마음꽃을 피울 만하리라 봅니다. 오직 그림빛만으로 사랑을 느끼고 읽으며 품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수다 6 수다꽃



  우리가 종이꾸러미인 책을 누린 지 얼마 안 됩니다. 퍽 먼 옛날부터 종이꾸러미인 책은 ‘임금·벼슬꾼·글바치’만 누렸는데, 책을 누린 이들은 우리글 아닌 중국글(한문)을 썼습니다. 지난날에는 100 가운데 한 줌만 중국글하고 책을 누렸고, 99 줌은 글도 책도 없었을 뿐 아니라, 얼핏 나리(양반) 글을 어깨너머로 보다가 얻어맞거나 목숨까지 잃기 일쑤였어요. 일본이 총칼로 억누를 적에 그들은 일본말을 쓰라 했는데, 이때에도 일본글조차 모르는 사람은 수두룩했습니다. 1945년에 나라를 되찾고서야 천천히 우리글(한글)을 익히는 사람이 늘었으나 어린이한테는 배움책(교과서) 빼고는 아무 책이 없다시피 했고, 겨우 1970∼80년 무렵에 어린이 손에도 이야기책이 들어왔어요. 글도 책도 없던 무렵에는 누구나 말로 이야기를 들려주고 들었습니다. 삶을 담은 이야기를 펴면서 생각을 북돋았어요. 그림책은 ‘삶을 담은 이야기를 글·그림으로 쉽고 상냥히 옮긴 꾸러미’입니다. 누구나 우리글(한글)을 누릴 수 있는 오늘날, 어린이를 사랑하면서 서로 두런두런 이야기꽃을 펴는 징검다리인 그림책일 테니, 반가운 동무나 이웃하고도 서로 기쁘게 누린 삶을 그림책을 바탕으로 수다꽃을 느긋이 피우면 하루가 반짝반짝 흐를 테지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그림책 2022.10.3.

그림책수다 5 이론



  어린이가 못 알아들을 낱말을 구태여 그림책에 넣으면, 어린이도 못 알아들을 뿐 아니라, 그림책을 읽히려는 어른도 헷갈리고 어렵습니다. 그림책은 ‘이론’이나 ‘논리’로 쓰거나 그리거나 엮을 수 없어요. 그림책을 읽거나 읽힐 적에도 ‘이론·논리’는 그야말로 덧없습니다. 그림책은 그림책으로 바라보고서 누리고 나누면 넉넉하지요. 사진책을 ‘사진이론’으로 읽으려 하거나, 노래꽃(시·동시)을 ‘문학이론’으로 읽으려 하면, 얼마나 갑갑하면서 이야기하고 동떨어질까요? ‘이론·논리’를 바라보거나 따르거나 말하려 할 적에는, 스스로 죽음길로 치닫는다고 느낍니다. 틀이나 울타리를 세우지 말고, 즐겁게 지을 하루를 생각할 노릇입니다. 누가 높이 사거나 좋게 보는 틀이나 울타리가 아닌, 웃고 노래하고 춤추고 수다밭을 이루는 그림책 하나를 나란히 누릴 노릇입니다. 팔릴 만한 글이나 그림을 지어야 하지 않아요. 아이들이 좋아할 만하도록 글이나 그림을 엮어야 하지 않아요. 뜻깊도록 새기거나 가르쳐야 하지 않아요. 돈이 될 일이란, 마음을 잊다가 잃는 일이곤 합니다. 뜻(교훈·주제의식)을 찾는 길이란, 마음을 등지다가 버리는 길이곤 합니다. 아이 눈빛하고 어른 눈빛이 만나면서 사랑이 싹트도록 북돋우니 그림책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그림책 2022.10.3.

그림책수다 4 곁에 있는



  만화책이라서 좋거나 그림책이라서 좋거나 사진책이라서 좋거나 글책이라서 좋은 적은 없습니다. 책이라서 좋지도 않습니다. 시골이라서 좋거나 서울이라서 좋지 않아요. 모든 책은 다 다르게 숨결하고 이야기를 품고, 모든 고을·마을은 다 다르게 살아가는 마음이 만날 뿐입니다. 모든 아름다운 책은 우리가 쉬고 싶을 적에, 눈을 씻고 싶을 적에, 마음을 달래고 싶을 적에, 무엇보다 이 삶에서 사랑이 무언지 다시 생각하고 싶을 적에, 숲이 없는 매캐한 도시 한복판에서 왜 사는가를 되새기고 싶을 적에, 부드러이 말동무로 곁에 있구나 싶어요. 굳이 더 좋아해야 할 책이 아닙니다. 그림책이기에 더 훌륭하거나 아름답지 않습니다. 우리가 저마다 다르게 살림을 짓고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사랑을 꽃피우고 나누려는 마음을 어린이랑 어깨동무하면서 함께 담아내기에 비로소 쓰고 그리고 엮고 지어서 읽는 그림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책을 읽건, 스스로 높이거나 낮출 까닭이 없습니다. 어느 일을 하건, 스스로 높이거나 낮출 까닭이 없어요. 곁에 두고 곁에 있고 곁에서 숨쉬는 눈빛하고 숨결을 헤아리면 넉넉하다고 봅니다. 그림책을 즐기기에 만화책도 즐기고 사진책도 즐기고 글책도 즐깁니다. 가만히 어우르며 너그러운 삶입니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그림책읽기 2022.9.20.

그림책수다 3 푸름이하고



  아이가 열네 살을 넘어서면 그림책을 통째로 팔거나 버리는 분이 무척 많습니다. 그림책은 열세 살까지 읽히면 끝일까요? 그림책을 열세 살까지만 읽히면 된다면, 어버이(어머니·아버지)는 그림책을 왜 읽나요? 한어버이(할머니·할아버지)는 왜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그림책을 읽어 주나요? 그림책을 섣불리 팔아치우거나 버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어린이뿐 아니라 푸름이도 그림책을 사랑합니다. 오늘날 우리나라에서는 푸름이야말로 그림책을 곁에 둘 틈이 있을 노릇입니다. 고작 나이 한 살을 더 먹었다고 해서 아이 곁에 있는 그림책을 치우면 ‘아이로서 보낸 열세 해’가 가뭇없이 사라질 뿐 아니라, 푸른나날 여섯 해가 아슬합니다. 배움수렁(입시지옥)에 허덕이는 푸름이야말로 그림책으로 마음을 달랩니다. ‘쉽고 수수하고 상냥한 말씨를 골라서 부드러이 이야기를 여미는 그림책’은 푸름이로서 글쓰기를 다독이고 추스르는 길에 이바지합니다. 글을 어럽게 써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우리나라만 ‘논문’이 어리석습니다. 그저 글인데 ‘논문’이란 한자말을 뒤집어씌우듯, 푸름이는 배움수렁에 갇히면서 글쓰기를 빼앗기고 잃습니다. 푸름이하고 그림책을 새로 읽어요. 푸름이더러 어버이한테 그림책을 소리내어 읽어 달라고 하셔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