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레질 (도서관일기 2016.10.5.)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도서관학교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세찬 바람이 몰아치면서 비가 내린 이튿날, 도서관은 온통 물바다입니다. 끄응 하고 한숨을 쉬다가 밀걸레를 손에 쥐고 골마루를 훔칩니다. 바닥에 고인 물을 밀걸레로 훔치자니 등허리도 팔다리도 결립니다. 청소란 만만하지 않아요. 하기는 그렇지요. 학교 건물에서 교실 넉 칸을 혼자 물걸레 청소를 한다고 생각해 보니 그래요. 이날만큼은 밀걸레로 바닥을 훔치기만 할 뿐, 낫을 쥐어 풀을 벨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저녁이 되니 팔뚝이 저리고 손에 힘이 안 모입니다. 파란 하늘하고 하얀 구름을 올려다보면서 쉽니다. ㅅㄴㄹ


(‘도서관학교 지킴이’ 되기 안내글 :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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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바람 쐬기 (사진책도서관 2016.10.4.)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숲노래+한국말사전 배움터’



  아침에 밥을 지어서 아이들을 먹인 뒤, 마을 어귀 샘터하고 빨래터에 갑니다. 샘터와 빨래터에 낀 물이끼를 신나게 걷고, 이곳에 떨어진 배롱잎을 치운 뒤, 두 아이는 실컷 물놀이를 합니다. 도서관학교를 둘러싼 풀을 베며 결린 등허리를 살짝 쉬어 주고는, 아이들을 이끌고 군내버스를 타며 읍내로 갑니다. 저녁부터 드센 비바람이 몰아친다고 하니, 바삐 읍내에 가서 감 한 자루를 장만할 생각이에요. 읍내마실을 마친 뒤에는 다시 바쁘게 저녁을 차려서 먹입니다. 이러면서 어느새 하루가 저물어요. 요즈음은 ‘겹말 손질’ 이야기를 다루는 새로운 사전을 하나 엮자는 생각으로 글을 바지런히 모으는데, 이 일을 하느라 ‘도서관 이야기책’ 묶는 일을 미루었다고 느낍니다. 새벽 세 시에 일어나서 마당을 살피고, 비바람에 날릴 것이 있나 돌아본 뒤, 열아홉째 ‘도서관 이야기책’ 밑글을 갈무리합니다. 자 이제 이럭저럭 일을 마무리했으니 다시금 아이들 곁에 살짝 누워서 쉬려 합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도서관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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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풀이랑 한판 (사진책도서관 2016.10.2.)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숲노래+한국말사전 배움터’



  풀이랑 한판 붙기로 합니다. 어떻게 붙느냐 하면 신나게 한판 붙기로 합니다. 그렇다고 풀하고 싸울 마음은 없습니다. 살랑살랑 춤추는 코스모스를 꺾고 싶다는 아이들 바람을 들어 주려고, 도서관학교 건물을 둘러싸고 풀밭에 길을 내려고 합니다. 높이 자란 풀은 먼저 낫으로 베려 합니다. 낫으로 풀을 베어서 눕힌 뒤 이 풀이 잘 마르면, 이 다음부터는 풀깎이로 돌돌돌 밀면서 가지런하게 해야지요. 어른 두 사람쯤 거닐 수 있을 만한 너비로 풀을 베고 깎으려 해요. 며칠이 걸릴는 지 모르는 일입니다. 어쩌면 이레나 보름이 걸릴 수 있어요. 하루에 두 시간씩 풀을 베고 깎다 보면 어느새 재미난 마실길이 생기리라 생각해요.


  내가 풀을 베고 깎는 동안 새롭게 길이 나니 아이들은 코스모스도 꺾고 풀밭에서 나비도 보고 개구리 꽁무니도 좇습니다. 문에 붙은 달팽이를 집어서 놀아요. 오늘은 ‘핀란드 어린이 수학책’을 도서관학교로 챙겨 와서 큰아이하고 뺄셈 놀이를 합니다. 뺄셈이 무엇인가를 조금씩 깨달으려던 아이는 ‘3-2’에서 막힙니다. ‘4-1’이나 ‘2-1’이나 ‘3-1’이나 ‘1-1’이나 ‘0-0’은 수월하게 맞히는데 어쩐지 ‘3-2’에서 오래도록 맞히지 못하면서 오늘 뺄셈 놀이는 끝.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도서관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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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한 줄 (사진책도서관 2016.8.4.)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도서관학교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도서관에 찾아온 이웃님이 책 한 권을 사 줍니다. 나는 책 안쪽에 글 한 줄을 적어서 드립니다. 우리 도서관에 찾아와서 책을 사 주는 분들은 도서관 살림을 북돋아 줍니다. 도서관 지킴이가 되어 주는 분들도 도서관 살림을 살찌워 줍니다. 그래서 나는 그때그때 바람을 떠올리고 꿈을 그리면서 글 한 줄을 적어 봅니다. 내 마음에서 피어날 수 있는 사랑을 글로 옮겨 봅니다. 글 한 줄에 바람을, 글 두 줄에 햇볕을, 글 석 줄에 꽃송이를, 글 넉 줄에 풀내음을, 글 닷 줄에 풀벌레 노래를, 글 여섯 줄에 냇물 소리를, 글 일곱 줄에 바다를, 글 여덟 줄에 흙 한 줌을 실어 봅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도서관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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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알아 (사진책도서관 2016.9.28.)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숲노래+한국말사전 배움터’



  이제 작은아이는 뭔가 압니다. 커다란 상자에 책탑을 쌓다가 자꾸 무너지는 까닭을 알아차렸어요. 커다란 상자 한쪽에 작은 책상자랑 주판으로 기둥을 먼저 세웠고, 이 든든한 바탕에 책탑을 여럿 올려요. 더욱이 처음에는 책탑을 쌓으면서 아래와 위에 비슷한 갯수로 쌓기도 하고 위에 더 쌓으려 했지만, 이제는 그렇게 하면 쉽게 무너지는 줄 알아채요. 맨 밑에 넷, 다음에 셋, 위에 둘, 마지막에 하나, 이렇게 차곡차곡 쌓는군요. 누가 가르쳐 주어도 알 테지만, 스스로 쌓고 무너뜨린 끝에 깨달았으니 오래도록 잘 되새길 수 있겠지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도서관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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