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3.9.11. 숲을 품은 말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지난 2014년에 선보인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을 통째로 고쳐썼습니다. 이레쯤 앞서 새판으로 나왔습니다. 앙증맞게 새로 나온 책을 품고 쓰다듬고서 두 아이한테 건네었습니다. 열여섯 살 큰아이는 ‘예전에는 아버지 책에 나오는 이야기를 못 알아들었’지만, ‘이제는 어떤 이야기인지 알겠다’고 말합니다. 시골뿐 아니라 서울에서 살아가는 이웃 어린이하고 푸름이도 천천히 읽고 새기면서 삶을 사랑으로 짓는 말씨앗 한 톨을 품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오늘은 ‘문단권력·미술권력’이 얽힌 슬픈 실타래를 보다가 ‘담’이라는 우리말과 ‘울’이라는 우리말을 다시 헤아리면서 ‘글담’이라는 낱말을 새삼스레 엮고 풀이를 해보았습니다. 이미 ‘글담’이란 이름인 펴냄터가 있는데, 그곳은 ‘글담 1 뜻'’이었겠지요. 우리 곁님(배우자)이 쓰는 이름이 ‘라온눈’입니다. 이 이름을 곁님만 써도 좋을 테지만, 문득 ‘말밑으로 풀어내어’ 두면, 여러 이웃님도 우리말을 한결 새롭고 깊고 넓게 바라보며 스스로 이름을 짓는 실마리를 얻을 만하지 싶다고 느껴, ‘라 + 온 + 눈’이라는 낱말 이야기를 적어 보았습니다. 다만, 이 글자락은 다음달 10월에 《월간 토마토》에 싣습니다.


  ‘물폭탄’이 아닌 그저 ‘함박비’일 텐데, 함께 하늘처럼 하나로 해처럼 하얗게 피어나는 마음을 담는 ‘함박구름’ 같은 이름을 혀에 얹으면서, 미움이 아닌 사랑이라는 평화를 바라볼 수 있기를 바라면서, 낱말 이야기를 여미어 보았습니다. 오늘 하루도 온갖 글을 매만지고 새로 쓰고 추슬렀는데, 막상 누리집에 올린 글은 몇 조각 없습니다. 뭐, 대수롭지 않습니다. 스스로 가다듬고 새기면서 한 발짝 나아갈 뿐입니다. 오늘도 제비떼를 마을에서 만났어요. 어제 바로 떠날 줄 알았더니 이틀 더 묵는군요. 이튿날은 떠나려나 궁금합니다. 낮에 두바퀴를 달려 면사무소에 다녀오노라니 바람결이 확 바뀌었더군요. 그야말로 제비가 바람을 타고서 바다를 가를 때입니다.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3.9.3. 겨울나라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1994년부터 모든 바람이(에어컨 + 선풍기)가 없는 살림을 이었습니다. 어느새 서른 해란 나날을 부채를 쥔 채, 때로는 부채조차 없이 여름나기를 하며 살았습니다. 이렇게 살아오며 ‘미친놈’이나 ‘돌대가리’란 말을 흔히 들었습니다. 그러나 으레 “우리가 언제 선풍기나 에어컨을 쓰며 살았나요? 선풍기조차 기껏 쉰 해조차 안 되었을 텐데요?” 하고 대꾸하지만, 고작 쉰 해 앞서만 해도 바람이(선풍기)를 거느릴 엄두조차 없이, 아니 ‘바람이’라고 하면, 따로 빛(전기)을 먹여서 돌리는 틀(기계)이 아니라, 철마다 새롭게 풀꽃나무를 스치면서 싱그러이 부는 바람을 가리키는 줄 헤아리던 사람은 가뭇없이 사라져요.


  시골집에서 아무런 바람이를 안 거느리는 채 여름을 싱그러이 누리던 두 아이를 이끌고서 경기 일산으로 마실을 나왔습니다. 곧 흙으로 돌아갈 할아버지를 만나러 나온 길인데, 서울(도시)은 전철도 얼음나라요, 길손채(숙소)도 얼음나라입니다. 가게(마트 및 편의점)도 얼음나라일 뿐 아니라, 어디를 가든 몽땅 얼음나라입니다. 겨울나라조차 아닌 꽁꽁 얼려서 마음도 눈도 생각도 죽여버리려는 수렁이에요.


  여름에 땀을 안 흘리는 사람들이 ‘땀’이 무엇인지 어찌 알까요? 여름에 얼음나라에 갇혀 오들오들 떠는 아이들이 ‘여름’이라는 철이 사람한테 어떻게 이바지하는 숲빛인지를 어떻게 배울까요?


  여름이 여름나라가 아니라 얼어붙는 서울(도시)은, 겨울이 겨울나라가 아닌 더워서 혀를 내두르는 죽음터요, 이런 죽음터에서는 죽음글에 죽음글이 쏟아질밖에 없습니다.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3.8.30. 이 하루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하루에 한 가지씩 한다면 한 해에 삼백예순다섯 가지를 합니다. 열 해라면 삼천육백쉰 가지를 할 테고요. 서두르려 하면 하루에 한 가지조차 못 하기 쉬우나, 곰곰이 생각하면서 편다면, 하루에 몇 가지씩 마무를 수 있습니다. 미뤄도 되고 늦춰도 되어요. 마음에 환하게 피어날 적에 신나게 할 적에 반짝입니다.


  읽을 책을 읽고, 쓸 글을 쓰고, 할 살림을 하고, 지을 마음을 짓고, 나눌 노래를 나누고, 두런두런 수다를 피우면서 아이들하고 하루를 누립니다. 오늘도 나비에 새는 우리 집을 보금자리로 삼습니다. 풀벌레도 개구리도 늦여름 노래를 베풉니다. 두바퀴를 달릴까 했으나, 등짐을 꾸려서 읍내 나래터(우체국)를 다녀오려고 합니다. 간밤부터 쏟아지던 비는 조금 수그러들었고, 시골마을은 호젓합니다.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3.8.23. 고개넘이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어제에 이어 오늘도 고개를 넘어 옆마을 푸른배움터(중학교)로 갑니다. 함께 우리말꽃을 폅니다. 일찍 가서 노래꽃(동시)을 옮겨적습니다. 이 아이들한테 노래꽃을 한 자락씩 줄 생각입니다. 시골 푸름이가 ‘노래빛(시 선물)’을 하나씩 받아서 마음에 사랑씨앗에 숲빛을 품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자, 얼른 두바퀴를 천천히 달려서 천등산을 가뿐히 넘어야지요.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3.8.20. 걷고 보고 듣고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인천하고 서울에서 하루씩 보내면서 이야기꽃을 폈습니다. 이제 책하고 몸을 추슬러서 고흥으로 돌아갈 날인데, 일산에 계신 가시아버지(장인)한테 찾아가기로 했습니다. 가시아버지는 몸이 많이 무너져서 거의 걷지도 못 하고 자리에 앉아서 숨을 헐떡입니다. 가시아버지는 젊은날 ‘발바리’처럼 잰걸음으로 여기 번쩍 저기 번쩍 온일을 다하셨다고 들었어요. 이러던 분이 조금씩 몸이 무너지는 길을 지켜보았는데, 어르신한테 빠진 하나는 예나 이제나 ‘사랑’ 하나라고 느낍니다. 한창 불바람처럼 화끈화끈 일하며 살아가실 적에도 ‘옆에서 하는 말’을 귀담아듣기보다는 ‘스스로 겪은 바’를 밝혀서 ‘나를 따르라’는 몸짓이었는데, 이제 걷지도 움직이기도 힘든 나날인데도 ‘불(화)’을 스스로 못 끄십니다.


  가시아버지뿐 아니라 ‘우리 아버지’도 매한가지입니다. 우리 아버지는 여든 살 나이에도 ‘헬스클럽 바벨’을 만지작거리면서 ‘몸불리기’를 즐겨요. 몸을 불리는 일은 안 나쁩니다만, ‘겉·허울’을 북돋울 줄 알되, ‘속·마음’을 가꾸는 길은 도무지 못 들여다보시더군요. 쇠(바벨)를 들다가 놓쳐서 숨이 막힐 뻔했어도, 쇳덩이(자동차)를 몰다가 도랑에 빠져서 삶죽음을 오가셨어도, 아직 ‘겉·허울’에 훨씬 마음을 쏟아요.


  아침에 서울 가좌나루 둘레 마을책집 네 곳을 찾아갔습니다. 해날(일요일) 이른아침이라 네 곳 모두 안 열었습니다. 전남 고흥 시골에서 살아가는 터라 ‘서울책집이 여는 때’에 맞추어 그곳에 가기란 아주 힘들어요. 비록 책집에 깃들어 책을 읽고 살 수 없더라도 ‘책집 앞을 서성이자’는 마음으로 네 곳을 들렀고, 골목을 거닐면서 가랑비를 맞고 구름을 올려다보았습니다. 네 곳 앞에서 서성일 적에는 요 며칠 사이에 쓴 노래(시)를 종이에 옮겨적어서 손잡이에 끼웠습니다. 낮나절에 일산에 닿아 가시아버지랑 가시어머니랑 이야기를 하고서 길손집에 짐을 풀었는데 잠이 어찌나 쏟아지던지요. 19시 즈음에 가시어머니 전화를 받고 부랴부랴 일어나서 다시 가시아버지한테 갔지만, 더 여쭐 말씀도 더 들을 얘기도 없었습니다.


  다시 길손집으로 와서 이른저녁부터 곯아떨어져서 밤 열두 시 즈음부터 1시간마다 깨었지만 그대로 누워서 등허리를 폅니다. 가시아버지랑 우리 아버지한테 빠진 하나가 ‘사랑’이라면, 두 아버지에 두 어머니가 있는 숲노래 씨는 스스로 얼마나 어떻게 ‘사랑’이라는 씨앗을 몸이며 마음에 품고서 하루를 짓는가 하고 돌아보았어요. 새벽 다섯 시에 기지개를 켜고서 찬뜨물(찬물 + 뜨거운물)로 몸씻이를 하면서 혼잣말을 합니다. “나는 나를 고스란히 보려고 오늘 여기에 있을 테지.” 걷고 보고 들은 모든 말을 ‘낱말책(사전)으로 어질게 옮기면서 푸르게 풀어내는 길’을 새삼스레 처음부터 다시 짚어 봅니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