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3.8.20. 걷고 보고 듣고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인천하고 서울에서 하루씩 보내면서 이야기꽃을 폈습니다. 이제 책하고 몸을 추슬러서 고흥으로 돌아갈 날인데, 일산에 계신 가시아버지(장인)한테 찾아가기로 했습니다. 가시아버지는 몸이 많이 무너져서 거의 걷지도 못 하고 자리에 앉아서 숨을 헐떡입니다. 가시아버지는 젊은날 ‘발바리’처럼 잰걸음으로 여기 번쩍 저기 번쩍 온일을 다하셨다고 들었어요. 이러던 분이 조금씩 몸이 무너지는 길을 지켜보았는데, 어르신한테 빠진 하나는 예나 이제나 ‘사랑’ 하나라고 느낍니다. 한창 불바람처럼 화끈화끈 일하며 살아가실 적에도 ‘옆에서 하는 말’을 귀담아듣기보다는 ‘스스로 겪은 바’를 밝혀서 ‘나를 따르라’는 몸짓이었는데, 이제 걷지도 움직이기도 힘든 나날인데도 ‘불(화)’을 스스로 못 끄십니다.


  가시아버지뿐 아니라 ‘우리 아버지’도 매한가지입니다. 우리 아버지는 여든 살 나이에도 ‘헬스클럽 바벨’을 만지작거리면서 ‘몸불리기’를 즐겨요. 몸을 불리는 일은 안 나쁩니다만, ‘겉·허울’을 북돋울 줄 알되, ‘속·마음’을 가꾸는 길은 도무지 못 들여다보시더군요. 쇠(바벨)를 들다가 놓쳐서 숨이 막힐 뻔했어도, 쇳덩이(자동차)를 몰다가 도랑에 빠져서 삶죽음을 오가셨어도, 아직 ‘겉·허울’에 훨씬 마음을 쏟아요.


  아침에 서울 가좌나루 둘레 마을책집 네 곳을 찾아갔습니다. 해날(일요일) 이른아침이라 네 곳 모두 안 열었습니다. 전남 고흥 시골에서 살아가는 터라 ‘서울책집이 여는 때’에 맞추어 그곳에 가기란 아주 힘들어요. 비록 책집에 깃들어 책을 읽고 살 수 없더라도 ‘책집 앞을 서성이자’는 마음으로 네 곳을 들렀고, 골목을 거닐면서 가랑비를 맞고 구름을 올려다보았습니다. 네 곳 앞에서 서성일 적에는 요 며칠 사이에 쓴 노래(시)를 종이에 옮겨적어서 손잡이에 끼웠습니다. 낮나절에 일산에 닿아 가시아버지랑 가시어머니랑 이야기를 하고서 길손집에 짐을 풀었는데 잠이 어찌나 쏟아지던지요. 19시 즈음에 가시어머니 전화를 받고 부랴부랴 일어나서 다시 가시아버지한테 갔지만, 더 여쭐 말씀도 더 들을 얘기도 없었습니다.


  다시 길손집으로 와서 이른저녁부터 곯아떨어져서 밤 열두 시 즈음부터 1시간마다 깨었지만 그대로 누워서 등허리를 폅니다. 가시아버지랑 우리 아버지한테 빠진 하나가 ‘사랑’이라면, 두 아버지에 두 어머니가 있는 숲노래 씨는 스스로 얼마나 어떻게 ‘사랑’이라는 씨앗을 몸이며 마음에 품고서 하루를 짓는가 하고 돌아보았어요. 새벽 다섯 시에 기지개를 켜고서 찬뜨물(찬물 + 뜨거운물)로 몸씻이를 하면서 혼잣말을 합니다. “나는 나를 고스란히 보려고 오늘 여기에 있을 테지.” 걷고 보고 들은 모든 말을 ‘낱말책(사전)으로 어질게 옮기면서 푸르게 풀어내는 길’을 새삼스레 처음부터 다시 짚어 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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